오늘 날씨 참 기가 막힌다. 흐렸다가 맑았다가 먹구름에 장대비로 내렸다가 그쳤다가 다시 내리고.... 지금은 해가 났다. 물론 나는 그 비를 다 맞아 또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집 근처 마트에 막걸리 사러 들어갔는데 그 많은 사람 중에 나만 옷이 다 젖어 있었다.
오늘 산에 가려고 두 번 집을 나섰다. 친구와 같이 걸으려 한 약속이 사정이 생겼다 하여 혼자 걸으려 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눈 때문에 병원을 가고 내일 산에 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 집으로 다시 돌아와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마두역 앞의 제일안과로 갔다.
지난번 백석역 새빛안과에서는 망막 앞에 막이 있다고 수술을 하자고 했는데 여기는 나이 들어 자연적으로 생기는 초기 백내장이고 낫게 하는 치료법이 없으니 안약만 꾸준히 넣으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단다. 그게 최선이란다. 안약 처방을 할 테니 약 떨어지기 전에 또 오란다. 멘탈이 흔들렸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약국에 들려 집으로 오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이대로 귀중한 하루를 허비하긴 싫다. 그래, 오래 가지 않았던 집 근처 고봉산에 가자! 풀어 헤쳐 놓았던 배낭에서 우산과 먹거리를 다른 배낭에 옮겨 담고 집을 나섰다.
참 오랜만에 황용산을 지나 간다. 산 입구를 정비해 예전에 다니던 밭길이 없어졌다. 산을 오르다 올 들어 처음 밤 한 톨을 주웠다. 산길이 가파르지도 길지도 높지도 않은 데 힘이 든다. 지난 2주 동안 운동을 쉬어서이리라. 게다가 배낭을 메었지만 허리가 힘든다고 아우성을 친다. 무시하고 금정굴을 향해 걷는데 비가 조금씩 비친다. 배낭에 넣은 우산에 걱정이 없다.
고봉산을 향해 내려가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큰길을 건너 성석동으로 가는 산길에 접어들자 쏟아지기 시작한다. 배낭에서 우산을 찾는데 어디 넣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웃옷은 이미 다 젖었다. 배낭 밑바닥에서 우산을 겨우 찾아 펼쳤지만 이미 배낭까지 다 젖었다. 그래도 우산을 펼쳐 들고 고봉산을 향해 앞으로, 아니 위로....
비가 너무 거세 바지와 등산화 속까지 젖었다. 정자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지만 그곳까지 비가 날아 든다. 한참을 피신했다가 비가 뜸해져서 다시 우산을 쓰고 정자를 나와 산길을 올랐다. 길에 빗물이 흘러 내와 폭포가 생겼다. 길 중간중간엔 늪이 생겨 등산화를 삼키려고 한다.
이 와중에 산에서 뛰는 예쁜 젊은이도 있다. 그래, 젊음은 모든 걸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고봉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다. 정상 턱 밑에서 장사바위로 방향을 틀어 산을 한바퀴 돌아 예전에 욱환이를 만났던 부대 아래 포차 앞에서 영천사를 지나 원점회귀를 했다. 길지도 높지도 않은 산이지만 집에서 쉽게 나설 수 있는 산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집을 향해 오는 길, 많은 맛있는 식당들이 유혹한다. 점심으로 가져간 햄버거가 맛이 이상해 먹지 못해 배가 무척 고픈 상태라 고민을 하다가 홍어무침을 사다가 집에서 먹기로 결정.
사실 오늘 집에 안주거리가 무척 많다. 그제 아들 생일을 집에서 차렸으므로 고기에 갈비찜에 등등등. 그런데 오늘은 며느리 생일이다. 아침에 축하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행사 끝. 아들 내외가 생일이 이틀 차이라 축하비용이 한꺼번에 든다. 하지만 애들에게 고맙다. 내가 이제 돈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있는 것만 잘 간수해도 최고다.
이번주는 고봉산 산행으로 등산을 마무리 한다.
2주간 쉬었던 운동을 다시 하려고 했는데 헬스장이 일주일 간 정부 시책으로 문을 닫는 단다. 배가 나와서 운동해야 되는데 큰일이다. 허리도 다시 배반을 하려고 하고.ㅠㅠ
이제 앞에 있는 술상을 즐겨야 겠다. 그런데 혼술상은 맛도 그렇고 좀 재미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니 이렇게 즐겨야 겠다.
첫 출발. 병원에 가려고 곧 돌아왔다.
다시 출발. 병원에서 백내장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고봉산을 향해....
황용산 길가에 떨어진 밤송이들
황용산 오르는 소나무길.
여기서 부터 황용산은 거의 평지를 걷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금정굴이 나오고 산을 내려가 찻길을 건너면 고봉산으로 이어진다.
금정굴. 6.25의 잔혹함과 부당함을 증언한다. 부역자를 처벌한다고 하며 죄없는 이들까지 살해한 현장이다.
쏟아지는 비에 잠시 피했다.
고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 장대비가 바람에 날려 정자 안까지 들이쳤다.
비가 어느 정도 그친 후 다시 올랐다. 중간에 있는 계단.
헬기장. 안테나탑이 있는 곳이 정상인데 군이 주둔한 곳이다.
쏟아진 비에 길이 순식간에 계곡으로 변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정상 아래 장사바위 쉼터.
군부대가 있어서 꼭대기까지 찻길이 있는데 이 길은 영천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영천사. 사진 왼쪽 끝의 차고 옆으로 난 길로 내려간다.
고봉산으로 오르는 입구. 해충기피제도 있다. 좋은 고양시다. 내려오며 찍었는데 오를 때 여기서 부터 비를 쫄딱 맞았다.
황용산 입구. 오랫만에 왔더니 수도와 벤치도 있고 많이 변했다.
예전엔 하얀 플래카드로 막은 밭길로 다녔는데 파란 플래카드가 있는 쪽으로 다리를 놓고 새로 길을 내었다.
혼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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