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가 안 되어 눈을 뜨니 머리가 지근거린다. 어제 일 마치고 집에 와 마신 막걸리가 뒤끝이 있다. 그런데 밖에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나 하는데 일찍 일어난 아내가 '비 오는데도 산에 갈 거지?' 한다. 그럴 거라고 대답했으니 또 비 맞고 산에 오게 되었다.
어제 일 하는 곳에다 이제 일이 많아지고 기억력과 청력이 떨어져 일하기 힘이 드니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했다. 그때까지는 나오겠다고 하니 그동안 내가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했는데 먼저 말을 할 수는 없었단다. 일을 그만 두면 열심히 운동하고 남는 시간에 돈도 벌고 나를 위한 내 시간을 갖을 생각이다. 이제 돕지 못해 미안하지만 홀가분 해진 마음이 되었다.
일찍 집을 나왔더니 산으로 가는 사람들도 적다. 버스에서 내려 산을 보니 구름이 산 아래를 감았다. 그대로 동양화다. 오늘은 동수가 산에 오지 않는 날이란다. 격주로 걷는다 했다. 실망하고 계곡으로 들어서니 물소리가 상쾌하다. 아침까지 비가 내렸고 지금도 부슬비가 내리고 있다.(11:57)
우산을 쓸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걷기로 한다. 이제 날이 쌀쌀해져서 땀이 나기 전에 몸이 젖으면 고생할 수도 있지만 귀찮아 감수하기로 한다.
길에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어서 둘러 보다가 밤 한 톨을 주웠다.
올핸 비가 많이 내려 물도 많고 계곡이 깨끗하다. 산을 오르며 계곡 사진을 찍었다. 언제 이렇게 물이 많은 모습을 볼 지 모르니....
시간이 일러 산객들이 뜸해 걷기 참 좋다. 대피소까지 한 시간에 오르기는 이제 힘들고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대남문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부터 13분 걸려서 대피소에 도착했는데 등판은 땀에 젖어서 물이 흐를 정도다.
대피소에 도착해 물 한 모금 마시고 등산화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낸 후 바로 되돌아섰다. 야당에 한 시까지 가야 해서다. 많이 걷지 않아 조금 빨리 내려오는데 다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에 거북하고 신경 쓰였던 허리는 잊은지 오래되었다. 일을 그만두면 시간이 되니 평일에 와도 좋겠다.
서둘러 내려오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계곡 입구 벤치에 앉아 내리는 빗속에서 아내가 아침에 싸준 유부초밥과 과일을 맛었게 먹었다. 여기서 뭘 먹기는 처음이다.
많이 남지 않은 시간을 다시 내맘대로 쓰게 됐으니 참 좋다. 멋지게 써 보자. 그런데 코로나가 문제다.
의상봉이 구름 속에서 머리만 내 놓았다.
수구문 자리에서 본 원효봉
수암사 뒤로 보이는 원효봉
폭포 아래 계곡
폭포
중성문 아래 계곡
중성문 위 작은 계곡에 비가 많이 내리면 생기는 폭포
노적사 다리 아래 계곡
인면암 조금 위의 계곡. 이곳 풍경이 손가락에 꼽을만 하다.
산영루 위 와폭
대피소 가는 길의 징검다리
대피소 광장 앞 나무 사이로 보이는 문수봉과 상원봉
용학사샘터 앞 계곡
부왕동암문 가는 갈림길 아래 계곡
다 내려와서 찍은 증면사진
정자 앞 계곡
역사관 앞 계곡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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