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 5 대피소 - 행궁지

PAROM 2020. 9. 6. 08:57

긴 장마와 태풍으로 지긋지긋하게 내리던 비가 잠깐 그쳤다. 내일 저녁에 태풍 영향으로 또 비가 온단다.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산으로 가는 길은 신난다. 코로나 때문에 3주째 헬스장에 가지 못했지만 산은 빼먹지 않았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을 아는 식구들도 산에 가는 것 만은 인정을 한다. 오늘 내가 내려갈 시간에 맞춰 예쁜 손주가 집에 올 예정이다. 어서 보고 싶다. 조금 전에 정부시책에 따라 다음주에도 헬스장을 닫는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다시 운동을 해야 되는데....

한동안 아침에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어떨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너무 힘들면 어쩌나, 눈에 이상이 있으면, 배탈이 나면, 속이 쓰리면, 허리가 아프면, 무릎이나 발목을 삐면, 어지러워 쓰러지면 등등 요즘엔 별 잡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도 일단 산에 들어가면 다 잊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걷는다.

오늘 동수는 친구들과 둘레길을 걷는다 했다. 같이 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다음에 보기로 했다. 계속 보는 것이 미뤄지고 있다.
이제 구파발역이다. 내려야 한다.(08:54)

(10:48)이제 대피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화장실이 없어졌다. 태풍 때문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부셨나 보다. 그런데 대피소에 화장실이 없다? 게다가 안내판도 없다. 이게 뭐지?
모기 때문에 쉬지 못하겠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그냥 간다.
죽어라 올랐으니 좀 쉬어야 하는데 쉬지 못해 무리가 될 것 같다.

(11:49) 대성문이다. 대피소에서 깔따구에게 몇 방 물리고 가려워 바로 도망쳐 이리로 왔다. 보국문에서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물 한 모금 마신 후 발은 능선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태풍이 지난 후 기온이 확연히 떨어졌다. 여긴 찬 바람이 불어 땀이 금방 식었고, 한참 쉬면 추울 것 같다. 시간이 감에 따라 변하는 자연은 인간이 거스를 수 없다.

아직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엄마를 따라 산에 온 젊은 아이는 길게 자라 길을 가린 풀 때문에 엄마에게 성을 낸다. 자기가 돌아가면 될 것을 엄마까지 돌아가게 한다. 자식을 오냐오냐하고 키우면 안 될 일이다.

이제 오슬오슬해 진다. 대남문을 지나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어야겠다. 다시 출발.

(14:50) 들꽃이다.
문수봉에 사람들이 많다. 선선해 졌고 오랫만에 하늘이 개었으니 다들 산으로 왔나보다. 한 팀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 줬더니 줄줄이 찍어 달란다. 늙은 남자는 덜 이쁘게 찍어 줬다.

남장대지능선 양지바른 바위 옆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배낭을 벗었다. 가지고 간 샌드위치가 맛이 살짝 가려고 하는 것 같아 더 쉬기 전에 얼른 먹었다. 목이 마른 참이라 냉장고에서 꺼내간 작은 CASS가 참 맛있고 시원하다. 아내가 가져간 것을 알면 잔소리 좀 할 거다. 하나 사다 넣어 둬야 할 것 같다.
조은네님이 왔다. 여기서 일시 중단. ㅎ~~(14:58)

(16:58) 지하철이 삼송역에 왔다. 조은네님과 두 시간 동안 막걸리 세 병을 마시며 얘기했구나. 얼큰하다.

아들이 집에 왔다고 전화했고 아내는 어디냐고 전화했다.

요즘 같이 코로나 때문에 위중한 시기에 친구를 만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음에 날 잡아 또 보기로 했다.

건강은 복이다. 죽을 때 까지 내몸을 내 의지대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란다.

 

올해는 이 폭포가 마를 겨를이 없다.

중성문 아래 계곡에 물이 많아 길까지 시원하다.

산영루 위의 와폭. 올해는 물이 많아 이 폭포 위 너른바위에서 쉬는 이들이 유난히 많다.

대피소 화장실의 잔해. 태풍이 이랬으면 이리 가지런히 놓여 있지 않을 것이다.

동장대 앞으로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인다. 왼쪽의 성곽길을 따라 산꼭대기를 걸어서 오른쪽 끝 능선길로 내려왔다.

칼바위와 서울 시내. 오른쪽은 형제봉

주능선의 북쪽전망대

남쪽전망대에서 본 형제봉

삼각산.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이 예쁘다.

확실이 문수봉에서 이어지는 뒤의 남장대지능선이 앞의 주능선 보다 높다.

태풍 뒤 하늘이 맑아 보현봉의 구조물이 선명하다. 처음 이곳을 지날 때 내려가는 바위길에서 겁을 먹었었다. 얼음이 덮였을 때였다. 지금도 눈이 쌓이면 조심을 해야 한다.

대남문으로 내려서기 전 보이는 문수봉과 똥싼바위

대남문 앞. 붉은 단풍. 예날 광화문 로얄빌딩 13층 근무 시절 의자를 뒤로 돌리면 대남문 성문이 정면으로 보였었는데.... 저 아래 어딘가에 광화문이 있겠다.

문수봉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보현봉

구기동계곡. 오른쪽은 똥싼바위다.

썬그라스를 끼니 길이 좀 더 잘 보였다. 노안이라 가까운 발 아래의 초점이 그리도 맞지 않았나?

청수동암문 앞 암벽 사이로 보이는 곳이 구파발이다.

겨울의 명당자리 바로 옆 그늘에 앉았다. 칼바위와 전망대 봉우리가 선명했는데 사진을 낮춰서 찍었더니 나무에 가렸다.

남장대지 옆 바위에서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기운을 찾기 위해 역사관 앞에서 쉬어가야 했다.

들꽃에서 조은네님을 만났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26 행궁지 - 보국문  (0) 2020.09.27
9.12 대피소  (0) 2020.09.13
8.29 황용산, 고봉산  (0) 2020.08.30
8.22 행궁지 - 대피소  (0) 2020.08.23
8.16 보국문 - 대피소  (0) 20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