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2 대성문 - 대피소

PAROM 2020. 10. 3. 10:26

한가위 연휴가 5일이나 이어지는데 아이들에게 집에 오지 말라고 했더니 회사에 출근하기로 했단다. 일 한다고 매일 출근하다가 그만두고 집에 혼자 있으려니 갑갑하기 그지 없다. 아내도 출근하니 완전히 혼자라 더 심심하다.

집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 온데를 뒤졌지만 마땅한 것이 보이지 않아, 심심할 때 먹으라고 꺼내 놓은 단팥빵과 포도, 메론을 작은 그릇에 옮겨 담고 배낭을 꾸린후 마스크를 찾아 쓰고 집을 나섰다. 전철 안에서 지난주에 사단을 벌였던 놈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걷다보니 탄현역이다.

전철에 배낭을 가진 이들이 많다. 연휴는 긴 데 코로나 때문에 인파가 몰리는 먼 곳으로는 못 가고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이들인가 보다. 대부분은 산으로 가는 이들 이겠지만....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배낭을 멘 이들이 많다. 시외버스가 먼저 왔는데 콩나물시루다. 저 속에 코로나 환자 한 명이라도 있으면 큰일일텐데.... 바로 뒤에 온 주말버스를 타고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렸다.

겉옷을 입지 않았더니 썰렁한 기운이 든다. 바삐 걸어서 산에 들어가기 전에 땀을 내려 한다. 계곡입구에 밤송이가 지천으로 떨어져 있어 사방을 둘러봤지만 밤은 한 톨도 안 보인다.
참 이상한 것이 가게가 있는 곳까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계곡길로만 들어오면 길이 거의 텅 비어 있다. 다들 찻길로 올라 가나? 그래도 그렇지....

계곡길 곳곳에 밤톨은 안 보이고 밤송이만 잔뜩 떨어져 있다. 비 소식이 들린 지 오래라 계곡도 물이 많지 않다. 또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이 방금 전 까지 앞에 사람이 없었는데 모퉁이를 돌면 바로 앞에 사람이 나타나는 거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하며 놀라곤 하는데 나만 그런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는 당연한 일로 된 것이 역사관 앞 벤치에서 쉬었다 오르는 것이다. 2키로도 안 되는 길을 올랐는데 등판은 물이 흐를 정도다.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어폰을 꺼내 끼고 썬그라스도 모자 위에 얹었다. 그 사이 내가 앞질러온 이들이 다 지나갔다.

오늘은 어디로 걸을까 생각한다. 이번주는 겨우 이틀만 운동을 했다. 헬스장이 추석연휴 3일 간은 문을 닫고 주말 이틀은 한 낮시간에만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문자가 왔으니 못하는 운동을 벌충할 겸 빡세게 걸을까 하다가 그러다 다치면 큰일이기에 적당히 짧게 걷기로 했다.

백운대로 가는 왼쪽 길로 가는 이들이 많다. 나는 계속 이어지는 너덜과 가파른 돌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는다. 특히나 위문에서 백운대로 가는 길의 정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위문에서 약수사터로 내려오는 돌길은 더 싫은데 눈이 시원찮은데다가 무릎에 무리가 가기에 더 기피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오른쪽 대남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는 몸이 삐끗거리는 것을 자주 느낀다. 허리가 지난주와 다르게 불편하여 배낭을 바로 메어 보지만 안 된다. 발목도 자주 꺾이고 다리가 무겁다. 살아 숨쉬는 동안 계속 산에 내 힘 만으로 오고 싶은데, 그게 내 첫 소원인데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길 가 꽃들이 더 화려해졌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일을 떨어뜨리기 싫은 나무들은 가지 끝에 색바랜 잎을 간신히 매달고 있다. 시월이 되어 그런지 날벌레들이 확연히 줄었다. 새벽 기온 14도 아침에 18도 한낮에 22도다. 걷기에 딱 좋은 기온이다. 단지 가을 답지 않게 구름이 하늘을 다 덮고 있다. 그래도 가을의 시원한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온다.

정함이 없이 걷던 발길이 대피소로 바로 가는 갈림길부터 보국문 가는 갈림길까지 다 지나쳤다. 이제 대성문 갈림길 하나 남았다. 그마저 지나치면 대남문행이다. 앞서가던 한 가족그룹을 대성사 앞에서 제치고 대성문으로 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처음 보는 길이다. 돌아내려 다시 올랐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사방을 살피며 걸어야겠다.

대성문에서 물 한 모금 마신 후 성곽을 따라 대피소 쪽으로 갔다. 바위길에서 해가 나왔다. 가을산행엔 해가 있어야 제격이다. 순식간에 온 세상이 밝아졌다. 능선에 오르니 단풍이 제법 눈에 띈다. 이달 안에 다 단풍이 들고 난 후 떨어지겠지.
세상 이치가 그렇지.

천천히 걸어 북한산대피소에 도착했다. 배낭을 벗고 깔판을 깔고 앉아 요깃거리를 다 비웠다.
옆자리에서 식사중이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에게 물으니 화장실은 태풍에 날아간 것이 아니라 일부러 철거한 거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이용한 곳인데 누가 결정한 것인지 욕을 해주고 싶다. 여자들이 곤혹스럽겠다. 홈페이지에 민원 넣으면 다시 설치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산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두 번 정도 삐끗하고 헛 짚어 넘어질 뻔 했다. 그것도 창피하게 남들 앞에서.
큰길로 내려서기 전에 마스크를 다시 썼다. 가쁜 숨을 쉬며 오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빈대떡 한 장을 먹고 손님이 많이 들어와 자리를 비워주기 위해 일어나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하려고 했으나 없어서 포도주를 땄는데 영 아니다.
산에서 내려오면 시원한 막걸리가 제격이다. 없으면 맥주까지는 인정. ㅎㅎㅎ

 

집 출발

계곡입구 . 이제 산행 시작이다.

부암사 뒤의 원효봉.

계곡 폭포에 물이 졸졸 흐른다.

산영루 아래 계곡

대성문.

대성문 오른쪽 위로 문수봉이 보인다.

성곽을 따라 핀 국화과 꽃들

보현봉과 주능선 성곽길.

북쪽전망대. 공사용 자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칼부위를 배경으로

위 가운데 문수봉과 오른쪽 남장대지 능선.

칼바위와 형제봉, 북악, 남산, 그 뒤로 관악산. 산 사이에 묻힌 시내

대동문. 또 무슨 공사를 하려고 막아 놓았다.

동장대

대피소

오늘 걸으며 본 단풍 중에서 가장 짙고 예쁜 단풍. 대피소 아래 계곡의 단풍이 늘 가장 곱다.

역사관 앞. 등산객들로 붐빈다.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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