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김치를 담근다고 일찍 산에 다녀와서 도우라고 명 하셨다. 애들에게 오라고 하라고 했다가 핀잔만 듣고 말았다. 언제나 내맘대로 살아볼꺼나.
일찍 내려와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아내는 새벽부터 김장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부엌 바닥은 이미 고추가루로 발디딜 틈도 없다. 조심조심 냉장고 문을 열고 식빵을 꺼내 땅콩쨈과 메쉬트포테이토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단감, 귤과 함께 배낭에 넣었다.
이계절에 늘 고민이 '옷을 어찌 입어야 산에서 땀을 효과적으로 흘릴까?' 이다. 물론 찬바람도 막아야 되고.... 해서 아주 오래된 티와 바지를 입었는데 성공이었다.
옷을 고르느라 지체한 탓에 집에서 늦게 나섰다. 그 바람에 산에서 있을 시간은 더 줄었다. 다행히 교통편이 바로바로 연결되어 많이 벌충이 되었지만....
산으로 가며 고민을 많이 했다. 세 시간 정도에 10Km 정도를 걸어야 겠는데, 어디로 갈까? 둘레길? 대동문 까지만? 부왕동암문을 넘어서? 등등등등등
산으로 들어가서도 방향을 잡지 못해 어디로 걸을까 생각을 하느라 산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걸었다. 스모그인지 운무인지로 지난주와 같이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떨구지 못하고 있는 단풍잎들 때문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끔은 이런 모습도 괜찮지만 제발 미세먼지만은 아니기를 빌었다.
오늘은 젊은 사람들 단체가 많았는데 나이가 든 이들이 그 속에 섞여 있다. 이러면 회사에서 단합대회를 온 것이라 봐야 한다. 그들이 참 부러웠다. 젊은데 산에 데리고 올 좋은 직장도 있으니.... 8, 90년대에 내가 다녔던 회사가 다시금 생각났다. 참 좋은 회사였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났다. 그러면 좋겠는데....
그렇게 걷다가 역사관 앞에서 쉬면서 방향을 정했다. 오래간만에 부왕동암문을 넘어 삼천사로 내려가서 시간이 되면 둘레길을 걸어 불광중학교 앞으로 내려가자고.
용학사 앞 갈림길에서 부황사 쪽으로 접어드니 인적이 없다. 사람이 없는 틈에 마스크를 내리니 숨쉬기가 훨씬 편하다. 대피소 가는 거리보다 100미터가 짦은 3.9Km다. 내려가는 길은 더 짧아서 2.7Km다. 어서 빨리 마스크 없이 사는 세상이 오기를....
어쩌다 서너 번 걸은 길이지만 기억에 생생해 빠른 길을 잡아 올랐다. 부황사 갈림길에서 남장대지로 오를까 하다가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포기했다.
삼천사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낙엽이 덮여 헛발질을 많이 해야 했다. 이런 때는 스틱이 필요한데.... 암문을 지나 삼천사로 가는 길에 있는 가파른 비탈 바위를 오랫만에 내려가니 머리카락이 쭈볐 섰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무조건 조심조심 할 밖에.
삼천사로 내려왔는데 아직 정오가 안 됐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 불편한 길이다. 눈이 나빠 잘 보이지도 않는데 길이 울퉁불퉁하고 너덜이 많아서다. 역시나 여러번 발목을 삐끗했다.
이른 시간에 내려가니 올라가는 이들이 부럽게 보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한다. 그대로 집으로 가면 너무 일러 둘레길을 넣어 더 걷기로 하고 진관사 방향으로 향했다. 진관사 가는 중간에 있는 공원의 양지 바른 곳에서 점심을 하려고 바위에 걸터 앉았는데 노인네들 한 무리가 옆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밥을 먹었는지 물을 마셨는지.... 얼른 마치고 일어났다.
그런데 둘레길은 평평한 길이 아니다. 오르내리는 것이 부왕동암문 만큼의 높이를 다시 오른 것 같은 느낌이다.
삼천사 아래 산길에서 촬영하는 것도 보고 둘레길에서 산악마라톤하는 이들도 보며 최소 10Km는 채우겠다는 일념에 불광중학교까지 가다가 어깨가 아파 배낭을 반만 걸치기도 하며 걸었다.
그렇게 불광중학교에 도착해서 연신내시장으로 향했다. 시장구경을 하고 집에 오니 3시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벌써 김치를 혼자 다 해 놨다. 그러며 돕지 않았다고 잔소리다. 에휴....
이제 샤워도 했으니 김장에 삼겹살이나 구워 먹어야 겠다. 굴이 있나? ㅋㅋㅋ++
미세먼지인지 운무인지....
중성문 아래 계곡이 벌거벗은 나무들로 춥다.
부황사 갈림김.
부왕동암문
삼천사 쪽에서 본 부왕동암문
이곳에 돌과 나무로 길을 깔아 좀더 편히 오르게 해 놓았다.
응봉능선 너머로 사모바위가 보인다.
급경사 바위길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한참을 내려온 지점에서 본 나월봉
삼천사
삼천사 옆 산으로 가는 길
삼천사. 석등 앞에 한 명이 아는 사람 같아 한참을 서성거렸다.
진관사로 가는 길의 둘레길 공원
옛 기자촌 쯤의 둘레길에서 본 풍경. 제일 오른쪽 봉우리가 족두리봉?
불광중학교 후문 앞의 하산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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