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1 이 계절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 손과 발이 다 시렸고 찬바람과 잔뜩 내린 서리가 더욱 추위를 느끼게 한 날이었다. 금요일을 기분 좋게 보내서 아침이 상쾌했는데 처음 영하로 내려간 날씨 때문에 산에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발 시린 것만 빼면 추운 날이 걷기에는 더 좋은데도 말이다.
어떤 옷을 입어야 춥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나 고민하다 최대한 가볍게 입고 핫팩 작은 것을 뜯어 넣고 아내가 꾸려준 점심거리를 배낭에 넣고 다른 때 보다 30분 정도 일찍 집을 나섰다. 7시 반인데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았고 한기가 느껴졌다. 코로나 때문에 쓴 마스크 덕분에 얼굴은 따스했다.
탄현역에서만 조금 기다렸을 뿐 바로 연결된 교통편 덕분에 08:48에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9시 이전에 산에 든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늘 계곡 입구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는데 날이 추우니 그냥 걸었다. 계곡 안은 나뭇잎이 다 져서 썰렁하고 찬바람에 스산함이 서렸다. 수구문 자리를 지나 오름길 발판은 하얗게 서리가 내려 미끄럽다.
계곡길을 오르며 손수건을 서너 번 썼었는데 찬바람에 수건을 꺼낼 일이 없어졌다. 역사관 앞에서 쉬면서도 겉옷을 벗지 않았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발가락이 시렵고 추워서 였다. 손은 주머니에 넣거나 핫팩을 만지면 되는데 발은 그게 되지 않으니 집에서 나오기 전에 보온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걷는 중에 산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11시에 보국문에서 보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대남문을 갔다가 성곽을 따라 보국문으로 가면 될 것 같다. 조금 더 걷기 위해 걸음을 빨리 했다. 문수봉을 오를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등이 젖어오는 느낌에 노적사입구 정자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해가 낮아 역광에 길이 잘 보이지 않아 썬그라스를 끼지만 마스크 때문에 김이 서려 안 쓰니만 못하다. 눈수술을 해야 하나 걱정이다.
하루 전에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많다. 이 계절에 이리 많은 계곡물을 보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 길에는 군데군데 얼음이 붙어 있다. 흙길엔 서리가 내려 땅이 흰 얼음에 들렸다. 이계절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남문에 도착해 문수봉을 바라본 후 성곽을 따라 보국문으로 향했다. 문수봉을 다녀올 수 있는 20분의 시간이 아쉬웠다. 기다리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산에서 걷다보면 벌어지는 신기한 일이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산모퉁이를 돌거나 고개를 돌리면 없던 사람들이 있다. 길 밖에 숨었다 나오는 것인지? 나만 그런 경험을 하나?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능선을 걷는데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서둘러 내려가 보국문 위에서 만나 대동문으로 가서 대피소 가는 길 가에 있는 쉼터 양지바른 돌식탁을 차지하고 배낭을 풀며 조은네님께 눈비돌이 전화를 했는데 불광에서 출발 전이란다. 산에서 만나기는 어렵겠다.
싸간 샌드위치와 단감, 플라스크를 비우고 대피소를 향하는데 운호가 어디 있냐고 전화를 했다. 산아래에서 보기로 하고 북한동을 향했다. 대피소 아래 바윗길에서 쩔쩔매는 산객에게 손을 내주고 천천히 내려오는 친구를 기다리곤 하며 산을 내려와 쉼터에 들렸다. 들꽃에서 운호를 만나 얘기하다가 구파발로.... 집으로....
집에 있는 홍어 삼합, 굴, 동태전, 도가니탕들 때문에 막걸리잔을 비우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배는 남산만해 졌고 월요일엔 헬스장 저울 위에서 후회를 하겠지....
계곡 초입. 나무잎이 다 져서 스산한 느낌이었다.
전날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꽉 차 흐른다
폭포에도 물이 넘치고
계곡 위쪽 물건너는 곳
서리로 땅이 다 들고 일어났다. 발로 건드려 보니 얼음이라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대남문
대남문 지붕아래에서 본 시내. 저기 어디에 로얄빌딩이 있다.
대성문을 향하다 뒤돌아 본 문수봉
이 바위구멍 사이로 보현봉이 가깝게 보인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니 절벽으로 이뤄진 산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지나온 성곽길이 길게 산을 오르고 있다
여기서 증명사진을 찍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서....
전망대가 있는 산위에서 본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남쪽전망대에서 본 형제봉, 백악, 인왕, 남산
북쪽전망대 위에서 본 삼각산과 뒤의 도봉산
보국문 위에 눈비돌이 있다
대동문 앞에서
대피소도 잎이 다 져서 쓸쓸하고 넓어 보인다
태고사의 보물 원증국사탑(뒤의 탑)
무사히 내려왔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6 행궁지 - 문수봉 - 대성문 - 평창동, 정희남 김정도 (0) | 2020.12.07 |
---|---|
11.28 대피소 - 행궁지 (0) | 2020.11.29 |
11.14 북한동 - 부왕동암문 - 삼천사 - 둘레길 불광중학교 (0) | 2020.11.15 |
11. 7 청수동암문 - 문수봉 - 대동문 (0) | 2020.11.08 |
10.24 행궁지 - 대피소 (0) | 2020.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