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들고 발목은 삐꺽 거리고.... 한 주 산을 쉬었다고 이런가? 이제 산을 게을리 하면 산이 나를 오지 못하게 할 것 같다.
낮이 짧아져서 6시인데도 밖이 어둡다. 일기예보에는 지금 비가 온다고 하는데 빗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지난주를 걸렀으니 오늘은 무조건 산에 간다고 결심을 했는데 어쩌나?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주가 지금 건넌방에서 자고 있는데.... 아들 내외가 내일 간다고 했으니 짧게 걷고 오면 될 것 같아 아내에게 산에 간다고 하니 벌써 과일을 담아 놓고 유부초밥을 만들고 있다.
이번주 새벽에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웠기에 초겨울용 바지를 꺼내 입고 위에도 싱기셔츠 안에 런링셔츠를 입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이렇게 입으면 금방 땀이 나고 거북했는데 자연스럽다. 큰 배낭에 티와 겉옷을 더 넣으려다 귀찮아 작은 배낭에 점심거리를 넣고 집을 나섰다.
계절상으로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경의선 열차와 3호선은 자리가 많이 남아 있다. 구파발 버스정거장에 줄을 선 이들이 뒤에 텅빈 8772번이 오는데도 먼저 온 704번에 매달리듯 타고들 있다. 참 이해하기 어렵다. 주말버스가 바로 가기 때문에 5분 이내 차이가 나면 더 편하고 빨리 북한산성 입구에 도착하는데.... 더 멀리 가는 사람들인가?
산으로 들어가며 보니 운무가 가득해 산이 희미하다. 오늘 구름 없이 해가 맑을 징조다. 산 입구에서 썬그라스를 꺼내 모자에 걸치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집에 와서 들으니 오늘 미세먼지가 많았단다. 그래서 하늘이....
고개를 들어 산을 보니 색이 바랬고 휑하다. 뭔가 허전한 기분이다. 이제 계절은 또 겨울로 가는구나. 몇 번이나 이런 광경을 더 볼 수 있을까 꼽아 보다가 이내 멈춘다. 손가락을 세 번 이상 펼 수 있을까 에서....
부지런한 대한민국이다. 오르는 사람들 보다 내려오는 이들이 더 많다. 이러러면 적어도 세 시간 전에는 왔을텐데. 그러면 집에서 5시 전에 나왔다는....
산아래까지 단풍잎이 다 말랐다. 지난주엔 산아래가 좋았었을 것 같다.
산엔 이제 푸른 잎이 거의 없다. 왜 나뭇가지 끝에 간신히 달려 있는 잎을 보면 '마지막 잎새'가 생각 나는지. 그런 마지막 잎새가 나무마다 무수히 달려 있는 것이 차이지만.... 나이 때문인가 보다.
오늘은 해가 나며 따스해 옷을 다 적셨지만 이젠 단단히 챙겨 입고 와야 될 듯하다.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걷는 것도 잘 하고. 그래야 좋아하는 산에 계속 올 수 있겠다. 오늘 삐끗한 것도 여러 번이고 보국문에서 대동문으로 올라 가는 바윗길에서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였다. 산에선 다리 힘이 최고고, 살면서도 그렇다고 하던데....
이제 썬그라스를 쓰는 것이 확실히 길이 잘 보인다. 의사가 말한 대로다. 그런데 너무 불편하다. 특히 땀을 닦을 때.
이제 손주 보러 빨리 가야겠다. 조심해서.... ㅎ~~
계곡 초입. 단풍이 덜 졌다.
계곡에 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작은 웅덩이에 갇혔다. 새들에게 잡히게 될게 안타깝다.
중성문 아래 계곡이 썰렁하다.
행궁지 갈림길 아래 계곡길. 가을 느낌이 가득했다.
대남문. 이분들은 자원봉사자인데 통제 줄을 치는 것으로 보였다.
청수동암문. 대남문에서 아주 오랫만에 옆길로 돌아서 왔다. 기억엔 평지길이었는데 오름길이 길고 높았다. 몸이 변했나?
문수봉에 왔으니 증명사진 한 장
비봉능선이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때문에 아득히 멀게 보인다.
보현봉. 문수봉 보다 낮은데 늘 문수봉 보다 높게 보인다.
대남문
대남문 에서 성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는 길에 나뭇잎이 떨어져 성곽 아래 암벽들이 보였다.
주능선 성곽길이 능선을 따라 뻗어 있다. 이곳에서의 경치가 참 좋다.
남쪽전망대 오르는 길. 공사를 한다고 한참을 막았었는데 변한 거라고는 진흙을 올리고 그 위에 깔판을 군데군데 덮은 것 뿐이었다.
오늘은 저 건너의 남장대지능선을 바라보기만 했다.
북쪽 전망대. 바닥에 공사를 해 놓은 성곽길이 보인다.
보국문. 여기서 손주를 보러 일찍 내려가려고 했는데 대동문 까지 더 걸었다.
칼바위 갈림길에서 보이는 형제봉. 그 뒤 오른쪽에 백악이 희미하다.
대동문. 단체로 모여 식사를 하지 못하게 다 막아 놨다.
대동문에서 내려오는 길. 힘들게 오를 때 외에는 이 모습으로 걸었다.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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