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가 참 자주 내린다. 지난 5월 부터 마치 장마 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에는 산 밑에서 걷다 왔으니 오늘은 꼭대기에 가서 세상을 내려다 봐야겠다.
전날 눈비돌이 산에 가냐고 물어서 그런다고 했다. 정오쯤에 보국문에서 보면 된다.
산에 가지고 가려고 했던 샌드위치를 전날 간식으로 먹었는데 아내가 가지고 갈 빵이 있냐고 묻는다. 없다고 하니 그럼 유부초밥을 해 준단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참외와 오이도 함께 담아 주었다.
창밖을 보니 하늘에 구름이 잔뜩 걸려 무겁다. 비가 내릴 것 같아 일기예보를 보니 비는 오지 않고 오후에는 맑을 것이란다. 혹시나 해서 우산을 챙겼다. 일찍 가려고 했는데 탄현역에 도착하니 열차가 출발했다. 다음 열차는 6정거장 뒤에 있다. 결국 늦게 나온 셈이 됐다. 구파발역에서도 한참을 기다리게 되어 산에는 더 늦게 들어갔다.
정거장에서 길을 묻던 젊은이들을 계곡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오지 않아 겉옷을 벗어 넣고 산으로 들어갔다. 이젠 산이 푸르름으로 짙어졌다. 꽃들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비가 계속 내린 덕에 계곡엔 물이 넘친다. 습도가 높아 물방울이 땀처럼 달라붙는다.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무척 고맙다. 바람이 없으면 고행길이 될 것이다.
역사관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뛰는 듯 올라간다.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인가 보다. 이들을 대남문과 대성문, 칼바위 갈림길에서 다시 만났다. 앞뒤 간격이 벌어져 띄엄띄엄 만났나 보다. 지나면서 하는 얘기를 들으니 16키로를 오늘 간다고 한다. 10시가 조금 넘어 이제 산에 들었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3키로를 지났다. 2시간이면 남장대지능선을 지나 보국문까지 갈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힘이 든다. 가끔 무릎이 삐걱대는 것 같다. 무릎에 이상이 있으면 안 된다. 조심해 보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걸 안다. 행궁지 가는 길로 꺾어 들어가니 길가에 산딸기가 지천이다. 사람들이 딴 흔적이 있지만 그래도 많이 있다. 하나를 따 먹으니 상쾌하다.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든다. 한웅큼씩 여러번 입에 넣고 나서야 길에 다시 올라섰다.
산 전체의 산딸나무가 꽃을 피웠다. 향기는 없지만 눈을 맑게 해준다. 행궁지 뒷길로 남장대지능선에 오르니 우아한 향기가 난다. 길가 나무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에서 나는 것이었다. 집에 와서 "모야모"에 물으니 정향나무란다. 향기가 참 좋다. 남장대지능선에서 보니 산아래 동네가 구름에 가렸다.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린데다 앞이 뿌옇게 보여 자주 쉬던 바위에서 상원봉으로 가지 않고 바로 청수동암문으로 가서 문수봉을 올랐다. 문수봉에 사람들이 무척 많다. 이제 반 시간 안에 보국문에 닿아야 한다. 대남문에서 아랫길로 대성문으로 갔다. 성곽길은 힘도 많이 드는데다 눈도 좋지 않아서 였다.
대성문에서 전화를 하니 칼바위 꼭대기에 있단다. 부지런히 성곽길을 따라 보국문에 도착해 찾으니 없다. 다시 전화하니 칼바위 갈림길에 있단다. 보국문에서 내려가려고 했는데 한 칸 더 가게 됐다. 눈비돌이 참외를 깎아 들고 마중을 나왔다. 그 참외가 어찌나 달고 시원했는지.... 대동문에서 쉬려는데 집으로 가잔다. 집은 얼마전에 넷이 쉬었던 물가 너른바위를 말한다. 그곳에서 배낭을 벗고 눈비돌은 물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다리를 쭉 펴고 먹거리를 모두 꺼냈다.
7월 3일에 함허동천에 갈 계획을 말하며 점심을 먹고 잠시 누웠다가 산아래로 내려오니 2시 반이 되었다. 중성지방 때문에 하던 금주가 풀렸는지 막걸리를 한 잔하자고 한다. 금주와 채식으로 정상이 되었나보다. 그래서 들꽃으로....
집에 오니 6시가 넘었다. 더운물로 샤워하고 저녁 반주 후 꿈속으로 가는 것으로 산행을 모두 마쳤다.
집에 와서 보니 백신접종 후 4일까지는 근신했어야 했는데.... ㅠㅠ
이제 산으로 들어갑니다.
폭포에 물이 많아요
산영루.
행궁지 뒤로 남장대지능선으로 오르는 길의 고사목이 있는 풍경
삼각산이 희미하다
주능선도 구름에 갇혔다
정향나무라고 한다. 향기가 무척 좋다.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문수봉 바로 아래에서
비봉능선도 구름에 갇혔다
광화문 쪽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문수봉에 몰린 사람들
대성문 앞에서
보국문으로 가다가 뒤돌아봤다.
앞 산이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다.
아직도 산은 구름에 덮였다
대동문 앞의 산딸나무꽃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이제야 산이 구름옷을 다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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