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진맥진이다. 다리도 다 풀렸고 물 한 병 겨우 들 힘만 남았다. 오늘따라 배낭엔 사탕이나 초코렛도 하나 없다. 앉은 김에 기운을 차리고 집으로 가야겠다.
어제 봉일천에 가서 곱창전골과 만두전골에 세 병씩 마신 것, 그리고 집에 와서 더 마신 것 때문에 일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면 한동안 이어질 잔소리가 듣기 싫어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겨우 일어났다. 매생이국으로 해장을 하고 유부초밥과 수박을 넣고 출근하는 아내와 같이 7시 반에 집을 나섰다. 어제 산에 가게 되면 연락하자고 했던 친구는 피곤해서 잠이나 더 자겠단다.
이른 시간인데 전철에 자리가 없다. 704번이 와서 탔는데 만원이다. 산성입구에서 내리며 보니 뒤에 바로 8772번이 서 있다. 일찍 나왔다고 편하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겉옷은 집에서부터 배낭에 넣고 왔으니 지체하지 않고 바로 계곡으로 들어갔다. 조금 걸으니 힘들어 숨이 막힌다. 어제 오전까지 비가 와서 길에 먼지가 없어 좋지만 군데군데 진창이 있다.
폭포에 다다르기 전에 벌써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다. 술기운이 아직 남아 숨에 쇳소리가 섞인다. 죽을 맛이다. 내일 올 걸하고 후회해 보지만 소용 없다. 오르는 계단길이 원수로 보인다. 다리에 힘이 없으니 젖은 돌을 밟고 자꾸 미끄러진다. 힘이 들어서 짧게 걸으려고 하다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짧게 걸었다. 오늘 평소보다 일찍 나왔으니 예전에 걷던 길을 걷자고 마음을 바꿨다. 발길은 행궁지를 향하고 있다.
행궁지로 가는 나무계단길 옆이 붉다. 산딸기가 더 굵어졌다. 길을 오르며 계속 따먹고도 남아 손에 한웅큼 쥐고 오르며 계속 먹었다. 행궁지로 꺾어지고 나서는 마스크를 벗었다.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숨쉬기 힘들게 쓰고 싶지 않았다. 어제 마신 막걸리 효과가 계속 남아 자주 걸음을 멈추고 쉬게 만들었다. 산행 중 엉덩이를 붙이고 쉰 것만 다섯 번이고 걸음을 멈추고 숨 고르기 한 것은 부지기 수다.
성곽을 따라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며 대피소로 향했다. 성곽길에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길을 걸으며 성곽 밑의 풀잎을 따서 손에 쥐고 걷는 이들을 보았다.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참 고맙다. 손수건은 땀에 다 젖었지만 물을 적실 곳은 계곡으로 내려가야 나온다.
힘들게 대피소로 가서 도시락을 비웠는데도 땀이 다 마르지 않았다. 엄청 많이 났나보다. 한참을 쉬고 내려오는 길 역시 다리가 후들거린다. 목이 말라 처음 역사관 옆 자판기에서 밀키스 한 캔을 뽑았다. 금방 다 마셨는데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그냥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이제부턴 보온병에 얼음을 담아오고 물도 한 병 더 가지고 다녀야겠다.
산입구로 오는 길은 찻길로 잡았다. 계곡길에서는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에....
이제 집에 가서 씻고 푹 자야겠다. 힘 들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어 땀을 잔뜩 흘렸다.
산영루 앞 비석거리의 비석들
행궁지로 가는 나무계단길 옆에 걸음걸음 보이는 산딸기를 따먹고도 남았다.
구름에 삼각산이 가렸다. 이제 남장대지능선에 거의 다 올랐다.
남장대지능선길. 걷기 참 편하고 부드러운 길이다. 짧은 거리지만 늘 이길을 즐긴다.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삼각산을 감싼 구름이 아직도 걷히지 않았다.
상원봉의 이정표. 715봉이라 씌여 있다.
문수봉에서 비봉능선이 서쪽으로 보인다.
구기동계곡
문수봉에 왔으니 증명사진 한 장
보국문을 향하다가 돌아섰다.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에서 본 주능선과 문수봉, 남장대지능선
넌 이름이 뭐니?
보국문. 이제 쉽게 갈 수 있는 길만 남았다.
칼바위와 형제봉. 그 뒤로 백악
대동문 못미쳐에 있는 산딸나무꽃과 싸리꽃
동장대
대피소
다 내려오니 백운대가 보였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 - 4 강화도 함허동천야영장, 산친구들과 (0) | 2021.07.07 |
---|---|
6.26 대피소 - 보국문 (0) | 2021.06.27 |
6.12 대피소 - 보국문 (0) | 2021.06.13 |
6.5 행궁지 - 대동문. 눈비돌 (0) | 2021.06.06 |
5.29 딸과 같이 이말산과 둘레길.... 정도 만남 (0) | 202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