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기 전날, 일기예보를 볼 때마다 비가 내리는 시간이 다르게 나온다. 그러나 다 오전에는 비가 내리는 것으로 나온다. 내가 차안에 있을 때만 비가 내리면 좋겠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다.
비가 내려도 산으로 가는 것을 아는 아내가 유부초밥을 싸고 수박과 참외를 담아 놓았다. 그리고 보온병에 얼음도 가득 넣어 건넨다. 배낭에 먹거리를 더 넣고 우산, 그라운드 시트, 겉옷을 더 넣으니 무겁다.
집을 나서니 새벽에 내린 비에 땅이 젖어 있다. 하늘은 찌푸둥하다. 서둘러 탄현역으로 갔다. 그런데 열차가 바로 떠났다. 마스크를 제대로 챙겼으면 앞차를 탈 수 있었는데. 내가 탈 차는 7정거장 뒤에 있다. 구파발역 버스정거장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오래 기다려 주말버스를 탔는데 승객이 많지 않다. 비가 온다고 해서 등산객이 줄은 탓이겠다.
길가 CU편의점에서 막걸리를 한 병 사서 넣으니 어깨가 파이는 것 같다. 사용하지 않을 짐을 많이 넣은 걸 후회하지만 늦었다. 뒷짐을 진 손으로 배낭을 받쳐들고 산을 올랐다.
젖은 길이 미끄럽다. 구름이 낮게 깔려 먼곳을 가렸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어디로 걸을까 하다가 지난주 걸은 길을 거꾸로 걷기로 한다. 대피소로 먼저 오르면 된다. 힘들면 중간에 빠지기로 했다. 날이 습해서 땀이 훨씬 많이 났다. 구름까지 몸에 붙어 물이 되어 흐른다. 엉덩이까지 다 젖었다. 대피소에서 앉아쉬다 일어나 앉았던 자리를 보니 다 젖어 있다.
배낭이 너무 무거워 짧게 걷기로 마음을 바꿨다. 어서 계곡으로 내려가 무거운 것들을 비워야겠다. 주능선이 구름에 덮여 시야가 흐리다. 가뜩이나 안 좋은 눈인데.... 어서 수술을 했으면 좋겠는데 안과에선 시력이 좋으니 지금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단다. 시력검사할 때 안 보인다고 해야 할 판이다.
길가 싸리나무가 늘 보던 것과 조금 달라 보였다. 꽃은 싸리꽃과 같아 보이는데 가지가 색과 모양이 다르다. 사진을 찍어 '모야모'에 물으니 '초록싸리'란다. 그렇구나!
동장대를 지나며 돌계단길이 젖어 미끄러울 것 같아 흙길로 가기로 하고 비탈을 내려가다 크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계곡으로 내려가야 씻을 수 있는데 큰일났다.
대동문에서 내려가려다 600미터를 더 걸어 보국문에서 내려가기로 하고 흙이 묻은 엉덩이와 왼팔을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걸었다. 구름이 이슬이 되어 맺힌 길가 나뭇잎과 풀잎에 흙 묻은 팔을 대며 지나가지만 효과가 없다. 자칫 날카로운 가지나 풀잎에 상처가 나면 낭패라 이내 그만 두었다.
나를 앞지르는 이는 없으니 마주치는 이들의 눈만 피하면 창피하지 않은데 아무도 지저분한 나를 살펴보지 않으니 다행이다. 보국문에서 내려와 첫 물 건너는 곳 윗쪽에 배낭을 내려놓고 흙 묻은 팔부터 닦았다. 그리고 엉덩이. 바지를 입은 채로 손수건에 물을 묻혀 닦는 것이 참 어렵다. 배낭에 묻은 흙도 닦아내고 길을 내려오는데 비가 적지 않게 내린다. 우산을 꺼내 쓰고 내려오며 점심자리를 찾는데 다 비가 가려지는 곳이 아니다. 계곡까지 내려가 찾아도 마땅한 곳이 없다. 노적사 입구 정자도 사람들로 꽉 찼다.
중성문까지 내려왔다. 올려다 보니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올라가 보니 역시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들 있다. 다행스럽게 지붕이 넓어 처마밑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었다. 거의 다 먹을 즈음 핸드폰을 보니 친구에게서 산에 있냐고 문자가 와 있다. 친구는 독바위로 올라 족두리봉을 거쳐 향로봉에 있단다. 연신내에서 만나기로 하고 서둘러 자리를 접었다. 아깝지만 반 잔 쯤 남은 곡차도 버렸다.
비는 내렸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역사관앞에 닿으니 올라갈 때 준비중이던 조지아국립공원 사진전시회 판넬이 다 깔렸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작년이나 올해 조지아에 갔을텐데.... 한바퀴 휘 둘러보고 찻길로 내려왔다. 바삐 내려오니 술기운이 거의 가셨다. 시내버스로 연신내역으로 가서 목로집 건너 골목안의 순대국집 앞에서 친구를 만나 막걸리를 마시고 연서시장안의 빈대떡집까지 순례를 한 후 헤어졌다. 모두 다섯을 비웠나보다. 아내가 이번주는 금주하라고 한다.
구름이 낮게 내려와 무겁다. 비가 곧 내릴 태세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이 폭포가 마르지 않는 이유다.
역사관 앞. 조지아국립공원 사진전을 준비중이다.
중성문 아래 계곡. 물빛이 참 좋다.
중성문. 내려올 때 저 지붕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영루. 배낭이 무거워 이 앞 계곡의 너른바위에 퍼질러 있고 싶었다.
대피소. 구름에 쌓였다.
동장대로 가는 길. 능선까지 모두 구름속이다.
동장대 앞의 푸른싸리꽃
이 사진을 '모야모'에 올려 '푸른싸리'라는 답을 받았다.
엉덩방아를 찧어서.... 바지가 생각보다 빨리 말랐다.
대동문. 여기서 내려가려다가 보국문까지 갔다. 흙투성이가 된 나를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다.
이렇게하고 물가까지 갔다.
이 성곽 너머에 칼바위가 있는데 구름이 삼켰다.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보국문. 이제 내려간다.
쉴 자리를 찾아 물가까지 내려갔지만 다 비가 내리는 자리였다.
역사관 앞에 전시중인 사진들
올라갈 때보다는 약간 구름이 걷혔다. 비가 되어 내린 때문이리라.
친구와 친구들에게 보낼 사진을 촬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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