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하던 주말산행을 두 번 빼먹고 이달 들어 처음 산에 다녀왔다. 늘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아주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 불광역에서 장미공원, 탕춘대성, 절터,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에서 삼천사로 내려왔다.
아내가 큰 손녀를 돌보느라 안산에 내려가 있어 혼자 생활하려니 이것저것 챙기기가 쉽지 않다. 해서 수박과 물 한 병, 얼음을 넣은 보온병, 과자 한 봉지를 넣고 비 예보가 있어서 비옷과 우산을 넣으니 맨티스 배낭이 터질 것 같다. 금요일에 먹다 남은 찬밥을 데워 구운김에 싸먹고 설겆이까지 하고 평소 산에 가는 시간보다 한 시간도 더 늦게 집을 나섰다.
사흘 전 카톡에서 산에 갈 친구들 모집공고에 응했으니 날이 아무리 더워도, 비가 와도 10시까지 불광역에 가야한다. 같이 가기로 한 멤버는 일흔이 넘었는데도 매주 두세 번 산을 오르는 욱진 형과 얼마 전에 40년 넘게 하던 사업을 접은, 친구들 중 가장 산을 잘 타는 정도 사장. 매주 산에 다니는, 한없이 선한 정회장은 대구에 있어서 못 왔다.
집을 나서니 눈이 부시다. 하늘이 가을같이 높고 맑다. 오늘 무척 더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짧게 걸어야겠다. 오늘같은 날은 조금만 걸어도 땀 범벅이 되니 시원한 계곡에서 알탕하고 막걸리 한 잔한 후 늘어지게 한숨 자는 것이 좋은데....
정한 시간보다 일찍 모였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일찍 두세 시에 내려와 현국 회장도 불러내 맥주 한 잔 하잔다. 엄 회장은 술을 마시지 않으니 미안해서 못 부른단다. 나이들이 드니 이젠 친구 배려도 한다.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서 약수 한 모금을 마시고 둘레길로 올랐다. 긴 계단길을 마치기도 전에 땀이 옷을 다 적셨다. 웃으며 떠드느라 힘든 줄도 모르고 한참을 걸었다. 중간중간 쉬면서 오이며 과자도 먹고 물도 마시며 더운 날 지치지 않기 위해 나름 조심해서 천천히 걸었다.
요즘 백내장 때문에 안과에 다니는데 아직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그냥 지내는데, 운전할 때나 산에 오면 초점이 잘 맞지 않고 뿌옇게 보여 참 불편하다. 그래서 늘 다니던 안전한 길로만 다니는데 향로봉으로 가는 길 한 구간은 조금 험한 편이라 절터로 빠져 우회하는 길로 비봉으로 갔다. 그리고 바로 사모바위로 갔다가 물가에서 쉬기로 하고 내려오다 보니 이쪽 계곡엔 물이 없다. 폭포에 이르도록 변변한 곳이 없어 쉴 자리를 찾다가 결국은 쉬지도 못하고 삼천사 아래 탐방지원쎈터를 나왔다.
내가 가지고 간 수박은 식당 평상에서 비웠고 과자는 뜯지도 않았다.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빗나가 짐만 더 들고 다닌 모양새가 되었지만 알고는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입구 식당에서 생맥주 한 잔하는 사이에 김 회장이 도착했고 주문한 닭백숙과 해물파전이 나와 본격적인 먹방 시작. 오래된 친구들인 만큼 할 얘기와 웃음거리가 끊이지 않고 길게 이어졌다. 게다가 고스톱까지. 산 속에서의 시간은 6시가 넘도록 이어지다가 구파발역에서 헤어지며 끝이 났다.
탄현역으로 가다가 뒤돌아 봤다.
장미공원 위 둘레길 전망대에서
탕춘재성을 벗어나 비봉으로 향하는 길. 조금 오르니 시야가 트였다.
위와 같은 장소다
절터로 향하는 길. 이런 바위길의 연속이다.
저 뒤에 향로봉이 보인다.
사모바위 광장에서 보으는 비봉
오늘의 목적지에 왔다.
잠시 사방을 둘러보고....
삼천사로 내려왔다.
삼천사 탐방지원쎈터
수고들 했습니다. 이제 곧 배가 시원해질 것이다.
이 좋은 계곡에서 그냥 쉬어가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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