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31 대피소 - 보국문. 운호, 조은네 님 만남

PAROM 2021. 8. 1. 09:12

산에 못 와 죽은 귀신이 씌었는지 이 더운,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산 꼭대기는 왜 갔다 왔는지.... 애고 힘들어. 
 
혼자 생활한 지 3주가 되었다. 아직 닷새 더 있어야 아내가 집에 온다. 혼자 밥 해 먹고 치우고 산에서 먹을 것 넣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 비 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보니 내일부터 온다고 한다. 우비를 빼고 산이 변덕을 부릴까 우산은 그냥 뒀다.
올들어 처음 반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반바지를 입으니 몇 가지가 걱정이다. 모기와 가시덤불, 그리고 넘어지면 다치는 무릎. 
 
혼자 준비하고 치우고 넣고 입고 했는데 아내가 해 줄 때보다 이르게 집을 나섰다. 아침에 좋아하는 청어를 구웠더니 손에서 비린내가 난다. 저녁에 먹을 걸 잘못했다. 오늘은 차 시간이 잘 맞아 편하고 빠르게 산으로 왔다. 
 
계곡으로 들어갔는데 물소리가 안 들린다. 매미소리만 요란하다. 게다가 풀잎과 나뭇잎들도 정적 속에 묻혔다. 땀 흘릴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바람이 없으면 짧게 걷고 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가끔씩 올려다 본 하늘이 무겁다. 금방이라도 소낙비를 쏟을 것 같다. 요 며칠 밤에만 비가 쏟아 졌으니 낮엔 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역사관 앞의 금줄은 그대로 있다. 어서 치워져야 편하게 쉴텐데.... 바위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서 다시 걸었다. 이미 다 젖은 옷이 배에 걸린다. 
 
길가 계곡에 자리를 편 사람들이 보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엔 없던 일인데 휴가 때이기도 하니 피서를 왔나보다. 검은 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너무 따갑다. 그늘을 따라 오르지만 나무가 없는 곳에선 고역이다. 눈까지 잘 안 보이니 사서 하는 고생이다. 
 
중간에 쉴 장소가 다 폐쇄된 것도 있고 내 게으름도 있어서 서서 쉬면서 대피소에 힘겹게 올랐다. 배낭을 벗고 앉으려는 순간 모기가 무릎에 앉는다. 손수건을 빙빙  돌려 모기를 쫓으며 물 한 모금 마시고 쫓기듯 일어섰다. 대동문을 향해 걷는데 모기가 자꾸 달러드는 느낌이라 도망치듯 부지런히 걸었다. 
 
주능선 성곽의 총안에서도 바람이 없다. 바람이 없으니 더 지친다. 대성문까지 가려다가 보국문에서 내려섰다. 
 
내려서 걷는 길도 편치 않다. 돌과  나무뿌리가 자꾸 차인다. 힘이 떨어졌다는 야그다. 그래도 내려서 걷는 길이라 힘이 들진 않는다. 올라오는 산객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오르며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느꼈다.  
 
내려오는 길.
중성문 위에서 운호를 만났다. 지난 4월에 아들 장가 보내고 산에서 만나지 못했었는데 참 반갑다. 한동안 길에서 수다를 떨다가 산 아래에서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산에서 만나는 유일한 부랄친구라 더 반갑다. 걷는 속도를 줄여 그 친구가 내려올 시간에 맞추려 한다.  
 
큰바위얼굴 아래 계곡에 들어 등산화를 벗고 한참을 쉬었다. 좋은 자리는 먼저 온 이들이 차지했기에 비탈진 바위 한 귀퉁이에 앉아 발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했다. 어제 만든 샌드위치가 생각보다 맛있다. 수박을 다 먹어 참외와 오이를 싸왔는데 맛이 별로다. 가지고 온 물도 다 마셔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요즘은 내려올 때 계곡길이 아닌 찻길을 이용한다. 계곡길이 힘이 더 들고 뿌옇게 보이는 눈 때문이다. 찻길로 내려오다가 중간에 자연관찰로로 내려오는데 이길은 나무계단이 깔려 있어서 아스팔드나 돌길보다 걷기 좋다. 찻길로 내려오다가 올라오는 조은네 님도 만났다. 산행이 늦었으니 계곡에서 쉴 것이란다. 
 
산을 다 내려와 들꽃에 들려 시원한 묵밥을 주문하고 이글 앞 부분을 쓰면서 운호를 기다렸다. 주능선을 올랐다 내려온 친구를 만나 오랫만에 대작을 한 시간이 꽤 됐나보다. 계곡에서 쉬다 내려온 조은네 님이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기에 같이 합석을 했다. 한 병으로 시작한 막걸리가 무한정 늘어갔다. 그 자리는 6시인 합석제한시간이 거의 되어 끝이 났다. 기억이 끊기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운호가 원두막을 지을 10월이 벌써 기다려진다. 모두 고맙다.

 

이제 시작인데 하늘이 어둡다.

계곡폭포에 물이 거의 말랐다.

이 이른 시간에 물가에 자리 잡은 이가 있다.

비석거리 올라가는 가파른 길

산영루. 무더위가 한창이다. 이 앞 계곡에 물이 많으면 좋은데....

옷을 다 적시며 대피소에 올랐다. 풀이 길어 모기가 더 많았나 보다.

동장대 앞에서. 힘든 게 보인다.

동장대

동장대 앞 대동문으로 가는 돌계단이 다 무너져 걷기 참 힘들다.

대동문 앞 이 금줄은 언제나 치워지려나.

저 앞으로 형제봉과 백악이 보인다.

이제 보국문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보국문이다. 오늘은 여기서 내려갔다.

보국문에서 내려오다가 뒤돌아 봤다.

이 더위에도 산객들이 많다. 역사관 앞

대서문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