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30 대피소 - 보국문, 정 박사와 눈비돌

PAROM 2021. 10. 31. 12:07

이제 10월도 다 갔다.
며칠 전에 정 박사와 산에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눈비돌이 전날 금요일에 산에 가냐고 전화를 했다. 정 박사와는 8시 반에 구파발에서 만나기로 했고 눈비돌과는 통화하며 보국문 근처에서 보자고 했다. 
 
날이 많이 따스해져서 보온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내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와 유부초밥, 과일, 녹차를 한 병 넣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배낭에 중국술을 하나 넣었을텐데 저녁에 아들 식구들이 온다고 하여 산에서는 그냥 내려올 생각이었다.
아롬이는 오늘 선생님들과 원효봉을 오른다고 했으니 시간과 코스가 달라 만날 일은 없지만 들꽃에서 만날 지는 알 수 없다. 
 
지난주에 단풍이 때깔이 좋지 않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집을 나섰는데 단지 안 단풍잎과 은행잎이 참 곱다. 출근하는 아내와 역앞에서 헤어져 구파발로 가니 정 박사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오랫만에 함께 하는 산행이다. 정박사는 지지난주에 오색에서 천불동으로 설악산을 다녀왔는데 단풍이 볼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등산객들 틈에 껴서 8772번을 타고 입구에서 내려 계곡으로 들어갔다. 계곡입구의 버드나무는 잎이 다 떨어졌고 물소리는 나지 않았다. 계곡 길가에 유난히 고운색을 뽐내는 나무들이 있어서 단풍의 계절임을 느끼게 해 준다. 올핸 대부분의 단풍이 붉지 않고 누런색을 띄고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기후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정 박사는 설악에서 못 본 단풍을 북한산에서 본다며 연신 감탄사를 발한다. 늘 배려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한마디에서 마다 우러나온다.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오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지만 보이지 않던 풍광이 보이니 더더욱 즐겁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고 출발하니 눈비돌이 칼바위에 있다며 전화가 왔다. 보국문에서 보기로 하고 단풍을 구경하며 주능선길을 따라 걸었다. 
 
보국문 위에서 기다리던 눈비돌을 만나 북한동으로 하산하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크게 넘어졌다. 정박사가 스틱을 펼 때 나도 같이 폈어야 했는데 귀찮아 펴지 않고 조심하지 않은 잘못 때문이었다. 무릎과 장갑에 흙을 잔뜩 묻히고 계곡의 큰 길로 내려와 길가 너른 터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배낭을 풀었다. 8772번에서 내린 후 길가의 판촉행사에서 받아온 막걸리 덕분에 오늘도 또 반주를 곁들여 점심을 했다. 오늘은 반주 없이 산행을 마치려 했는데 그게 내맘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점심상을 차린 곳은 단풍과 소나무, 억새, 상수리나무가 색색으로 둘러 싸고 낙옆이 푹신하게 깔리고 넓게 하늘이 뚫린 멋진 장소였다.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가장 정감 넘치는 장소였는데 먹는데 정신이 홀려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점심 후에 큰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나도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수많은 등산객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내려와 들꽃에서 뒤풀이를 하고 구파발역에서 헤어져 집으로.... 
 
집에 오니 딸과 아들식구들이 와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아내가 퇴근해서 온 식구가 다 집에 모였다. 상가에 가서 해물찜과 아구찜을 사오고 며느리에게 주기로 약속한 글렌피딕도 한 병 따서 조촐한 저녁식사, 그리고 손주들과의 즐거운 시간....
2021.10.30은 참 좋은 날이었다.

 

집을 나서며. 단지 안 나무들도 단풍이 짙게 들었다.

계곡폭포에 물이 줄었다.

월요홉이 보이는 백운대갈림길

중성문 아래 계곡

중성문

용학사로 가는 옛길

산영루

대피소 갈림길 앞에서

대피소를 오르는 길에

대피소

동장대로 향하는 길

동장대

칼바위 앞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경리청상창지 옆길

행궁지 갈림길을 지나 내려가는 길

셋이서 함께

둘이 함께. 눈비돌이 찍었다.

역사관 앞

계곡 들머리.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