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쉼터 내 자리에 앉았다. 밖에 외출도 자유롭지 않고 여행 가는 것도 꺼림직하고 요즘은 감옥 생활이 따로 없다. 더구나 지난 주말은 방콕을 했다. 새벽에 운동하고 집에 와서 종일 틀어박혀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이틀 전에 상가관리단회의를 하고 집에 와 막걸리를 한 잔 했는데 모자란 것 같아 양주를 뜯어 한 잔 따랐다가 바로 아내에게 걸려 마시지도 못하고 뺐겨서 심술이 잔뜩 났다. 아내는 오늘 말 할 분위기가 아닌데도 산에 가지고 갈 먹거리를 다 준비해 놓고 눈을 흘긴다. 싸움을 계속해 자존심을 세우려면 빈 배낭으로 나와야 하는데 샌드위치, 과일, 뜨거운 녹차를 다 넣었다. 또 졌다.
경의선 열차가 노조 파업이 끝났는지 제 시간에 도착했다. 704번을 타고 산으로 들어오니 9시도 한참 전이다. 천천히 걸어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고 작게 걸으면 오전 중에 내려갈 수 있겠다.
계곡으로 들어오니 분위기가 썰렁하다. 2주만에 왔다고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건가? 아침 기온이 2도라고 해서 옷을 단단히 입었는데 덥다. 또 기상청에 속은 것 같다.
계곡에 바람이 불면 추울거라 생각하고 더워도 자크만 내리고 걸었다. 이마, 아니 머리 속에서 물이 흐른다. 겨울모자가 문젠데 벗을 수도 없다. 2주전 보다 계곡에 물이 늘었지만 시원하진 않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보이는 이들도 없어 길에 놓인 돌과 바위 하나하나 다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며 걸었다.
역사관 앞에서 겉옷을 벗으니 시원하다. 진작에 벗을 껄. 데크 위의 의자가 참 고맙다. 이 좋은 걸 그동안 금줄 때문에 접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지난주에 산에 오지 않았다고 몸이 투정을 한다. 헬스장에서 너무 빨리 오래 걷다가 다친 고관절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사실 이 정도면 돌아서 내려가야 하는데 미쳤다. 십리도 못 와서 내려가면 가문의 수치다. 천천히 걷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뒤에 누군가 따라오면 죽어라 오른다. 그러다 앞에 산객이 보이면 앞지르려.... 하, 정말 왜 이러는지.ㅠㅠ.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이 거의 없기 다행이다.
대피소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뒤에 사람이 없다 생각했는데 자꾸 말소리가 들린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다. 뭐지? 아까 앞질렀던 쉬던 산객들인가? 기를 쓰고 대피소에 올라 배낭을 벗고 물 한모금 마시고 있는데 또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4명이 올라온다. 헐~~ 계곡에서 앞질렀고 역사관 앞에서 쉬다가 오는 것을 보고 먼저 일어섰는데 이 젊은 친구들 발이 정말 빠르다. 이 여성 분들 다행스럽게 백운대 방향으로 가서 난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 마음 고생 끝이니. ㅋ...
능선에 올랐으니 이제 부러울 것 없다. 욕심을 부릴까 하고 스틱도 꺼내 폈다. 보국문에서 내려가려고 했던 처음 생각이 능선을 걸으며 하나씩 스러져 갔다.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여긴 거들떠도 안 보고 바로 계단으로 올랐다. 물론 몸은 스틱에 의지했다. 세 곳의 오름계단을 지나면 대성문이 나온다. 여기서 내려가려고 했다. 지난주에 쉬었으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그래서 문 아래로 내려갔는데 어떤 내외가 대남문을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성곽을 따라 가거나 이 앞 길로 가거나. 그렇게 얘기하고 내 발길은 대남문으로 향하고 있다.
대남문에 왔으니 문수봉을 안 가면 후회하지. 그래서 또 허부적거리며 올랐다. 아직 이른 시간인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은 눈이 쌓이기 전까지는 남장대지능선길이 오히려 편하다. 눈이 없으니 조금 더 편히 걸으려고 백운동계곡길을 버리고 청수동암문으로 갔다가 상원봉으로 갔다. 역시 아침부터 끼었던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드디어 겨울에 늘 앉는 양지 바른 바위에 앉아 허리를 폈다. 일 년만이다. 산객들 사이에 이 장소 쟁탈전이 앞으로 서너 달 계속될 꺼다.
아내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가 너무 큰 것같다. 하나를 다 먹으면 배가 불러 꿱꿱거린다. 다음부턴 나눔을 해야겠다.
배와 천일향을 더 먹고 뜨거운 녹차를 마시니 무척 거북하다. 그래도 이제 내려가는 길이니까.
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
내려오는 길은 늘 삭제하고 싶다. 그저 몸에 부담만 가는 것으로 느낀다. 허리, 다리, 무릎 거기다 고관절까지. 그렇다고 안 올 수도 없고.... 내려가는 사람만 타는 케이블카를 놓자고 할까? ㅋㅋㅋ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참 좋은 내 친구들!
이틀 전에 상가관리단회의를 하고 집에 와 막걸리를 한 잔 했는데 모자란 것 같아 양주를 뜯어 한 잔 따랐다가 바로 아내에게 걸려 마시지도 못하고 뺐겨서 심술이 잔뜩 났다. 아내는 오늘 말 할 분위기가 아닌데도 산에 가지고 갈 먹거리를 다 준비해 놓고 눈을 흘긴다. 싸움을 계속해 자존심을 세우려면 빈 배낭으로 나와야 하는데 샌드위치, 과일, 뜨거운 녹차를 다 넣었다. 또 졌다.
경의선 열차가 노조 파업이 끝났는지 제 시간에 도착했다. 704번을 타고 산으로 들어오니 9시도 한참 전이다. 천천히 걸어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고 작게 걸으면 오전 중에 내려갈 수 있겠다.
계곡으로 들어오니 분위기가 썰렁하다. 2주만에 왔다고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건가? 아침 기온이 2도라고 해서 옷을 단단히 입었는데 덥다. 또 기상청에 속은 것 같다.
계곡에 바람이 불면 추울거라 생각하고 더워도 자크만 내리고 걸었다. 이마, 아니 머리 속에서 물이 흐른다. 겨울모자가 문젠데 벗을 수도 없다. 2주전 보다 계곡에 물이 늘었지만 시원하진 않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보이는 이들도 없어 길에 놓인 돌과 바위 하나하나 다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며 걸었다.
역사관 앞에서 겉옷을 벗으니 시원하다. 진작에 벗을 껄. 데크 위의 의자가 참 고맙다. 이 좋은 걸 그동안 금줄 때문에 접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지난주에 산에 오지 않았다고 몸이 투정을 한다. 헬스장에서 너무 빨리 오래 걷다가 다친 고관절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사실 이 정도면 돌아서 내려가야 하는데 미쳤다. 십리도 못 와서 내려가면 가문의 수치다. 천천히 걷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뒤에 누군가 따라오면 죽어라 오른다. 그러다 앞에 산객이 보이면 앞지르려.... 하, 정말 왜 이러는지.ㅠㅠ.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이 거의 없기 다행이다.
대피소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뒤에 사람이 없다 생각했는데 자꾸 말소리가 들린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다. 뭐지? 아까 앞질렀던 쉬던 산객들인가? 기를 쓰고 대피소에 올라 배낭을 벗고 물 한모금 마시고 있는데 또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4명이 올라온다. 헐~~ 계곡에서 앞질렀고 역사관 앞에서 쉬다가 오는 것을 보고 먼저 일어섰는데 이 젊은 친구들 발이 정말 빠르다. 이 여성 분들 다행스럽게 백운대 방향으로 가서 난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 마음 고생 끝이니. ㅋ...
능선에 올랐으니 이제 부러울 것 없다. 욕심을 부릴까 하고 스틱도 꺼내 폈다. 보국문에서 내려가려고 했던 처음 생각이 능선을 걸으며 하나씩 스러져 갔다.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여긴 거들떠도 안 보고 바로 계단으로 올랐다. 물론 몸은 스틱에 의지했다. 세 곳의 오름계단을 지나면 대성문이 나온다. 여기서 내려가려고 했다. 지난주에 쉬었으니 무리하지 않으려고. 그래서 문 아래로 내려갔는데 어떤 내외가 대남문을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성곽을 따라 가거나 이 앞 길로 가거나. 그렇게 얘기하고 내 발길은 대남문으로 향하고 있다.
대남문에 왔으니 문수봉을 안 가면 후회하지. 그래서 또 허부적거리며 올랐다. 아직 이른 시간인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은 눈이 쌓이기 전까지는 남장대지능선길이 오히려 편하다. 눈이 없으니 조금 더 편히 걸으려고 백운동계곡길을 버리고 청수동암문으로 갔다가 상원봉으로 갔다. 역시 아침부터 끼었던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드디어 겨울에 늘 앉는 양지 바른 바위에 앉아 허리를 폈다. 일 년만이다. 산객들 사이에 이 장소 쟁탈전이 앞으로 서너 달 계속될 꺼다.
아내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가 너무 큰 것같다. 하나를 다 먹으면 배가 불러 꿱꿱거린다. 다음부턴 나눔을 해야겠다.
배와 천일향을 더 먹고 뜨거운 녹차를 마시니 무척 거북하다. 그래도 이제 내려가는 길이니까.
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
내려오는 길은 늘 삭제하고 싶다. 그저 몸에 부담만 가는 것으로 느낀다. 허리, 다리, 무릎 거기다 고관절까지. 그렇다고 안 올 수도 없고.... 내려가는 사람만 타는 케이블카를 놓자고 할까? ㅋㅋㅋ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참 좋은 내 친구들!
계곡 폭포에 물이 많이 불었다.
중성문 아래 계곡의 나무들이 옷을 벗어 서늘해 보인다.
중성문
산영루
용학사샘 앞. 한겨울 분위기다.
대피소 갈림길의 억새밭
숨을 몰아쉬며 대피소에 올랐다.
칼바위가 안개에 잠겼다.
산행 초에는 여기가 오늘 산행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었지만 저 앞의 돌계단을 주저함 없이 그냥 올랐다.
내가 걸어갈 길이 안개 속에 있다.
보현봉을 배경으로....
문수봉에 올랐다. 비봉능선이 뿌옇게 보인다.
구기동계곡도 안개 속에 잠겼다.
증명사진
상원봉에서 본 의상능선
삼각산이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의상능선
행궁지로 내려가는 길에 삼각산이 살짝 보여서 한 장.
행궁지에서 내려가는 길. 앞 봉우리는 동장대가 있는 곳이다. 멧돼지가 길을 다 파헤쳐 놓았다.
정오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안개는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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