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06 행궁지 - 대동문, 딸 . 김정도 회장

PAROM 2021. 11. 7. 11:46

산에 가려고 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역에 들어서니 파업 어쩌구하며 열차가 늦는다는 방송이 나온다.  전화가 왔다. 아롬이다. 친구와 산에 가려고 약속을 해서 구파발역에 있는데 급한 일을 핑계로 빵꾸를 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늦게 도착한 열차를 타고 대곡역에 내리니 내가 탈 지하철이 도착하는 것이 보인다. 뛰어가도 1분은 걸리니 늦었다. 다음 열차는 대화에서 이제 출발하고 있다. 그렇게 되어 많이 늦은 시간에 딸을 만나 주말버스를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갔다. 
 
계곡길로 들어가니 지난주 보다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을씨년스럽다. 계곡물도 줄어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옆에서 걷는 딸의 발걸음이 빠른 건지 내가 늦어진 건지 같이 걷기 힘들어 온다. 괜히 마스크 탓을 한다. 지난주와 같은 시간에 산에 들었는데 해가 확실히 더 낮아졌다. 사진을 찍는데 빛이 들어와 이를 피하느라 방향 바꾸기를 계속했다. 
 
역사관 앞에 쳐졌던 금줄이 치워져서 반가운 마음에 계단을 올라 의자에 배낭을 내려 놓았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시원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들이 적어 걷기 편하다. 위로 오를수록 붉은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나무들이 이제 겨울나기에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곧 닥쳐올 추위가 기대된다. 
 
행궁지 갈림길을 앞두고 있는데 김정도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집에서 나왔고 구기동에서 대남문으로 오를 거란다. 내가 대남문에 가면 전화하기로 했다. 경리청상창지에서 안으로 들어가니 딸이 길이 맞냐고 묻는다. 그냥 보기엔 길이 없어 보이기는 하다. 게다가 낙엽이 길의 흔적을 다 덮었으니 초행자의 눈엔 길이 없어 보이긴 했을 것이다. 그 길은 사람이 오랫동안 다니지 않아 거미줄도 있고 길을 막은 나뭇가지에 흙먼지도 있어서 검은 바지를 금방 하얗게 만들었다. 이길은 행궁지를 돌아가는 길보다 왼만해서 걷기 편하다.  
 
남장대지능선에 올라 끝자락에 있는 소나무에서 사진을 찍고 남장대지를 지나 쉼바위에서  옆길로 청수동암문으로 갔다. 아롬이가 내려가는 급경사의 바위길을 피하고 싶어 해서 였고 나 또한 낙엽이 덮인 급경사의 바위길을 내려가는 것이 미끄러질 위험이 높아서였다. 더구나 아롬이는 운동화를 신고 있으니 더 위험했다.  
 
문수봉에 올라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대남문으로 내려가 김 회장에게 전화하니 20분 쯤 아래에 있단다. 보국문 방향으로 성곽을 따라 갈 것이니 뒤따라 오라하고 대성문을 지나 전망대 봉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김 회장이 도착했다. 엄청난 속도로 걸은 것이다. 이런 대단한 체력이 있으니 두타산도 다녀왔고 2주 전에 설악산도 다녀온 것이겠다. 
 
이제 주능선 위에선 갈색의 낙엽만 보였다. 김 회장을 만나 바로 보국문에서 내려가려다 내림길이 평탄한 대동문으로 가서 백운동계곡으로 내려섰다. 딸이 길이 편하니 같이 북한산에 다니는 선생님들을 이곳으로 안내하겠단다. 계곡으로 내려서니 나뭇잎들의 색이 노랗기도 하고 붉고 푸르기도 하다. 겨울에서 다시 가을로 돌아온 듯한 산의 모습. 늘 보아도 다양한 모습이다. 
 
산을 다 내려와 들꽃에 들려 막걸리를 한 잔하고 구파발에 와서 딸은 먼저 가고 친구와 둘이 길가의 맥주집에 들려 한 잔씩 더 하고 집으로....
집에 오니 아내가 화가 잔뜩 나 있다. 코로나 시국에 2차까지 했다고....ㅠㅠ

 

서암사 계단에서

계곡폭포에 물이 말랐다.

중성문 아래 계곡의 나무들이 옷을 다 벗었다.

너, 뭘 보니?

용학사 아래 옛길에 단풍이 남아 있어서 앞에 세웠다.

남장대지능선을 오르다 삼각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바윗길에서....

남장대지능선 끝에 있는 의자소나무

오래전 봄, 진달래가 피었던 때에 애들과 같이 와서 사진을 찍었던 곳인데 오늘은 낙엽이 반기고 있었다.

의상능선. 오늘은 하늘이 매연 때문인지 뿌옇다.

문수봉

구기동계곡

둘이 기념사진 한 장

오늘 걸오 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남장대지능선과 주능선길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에 김회장이 벌써 도착했다.

칼바위와 형제봉

대동문에는 아직 금줄이 남았다.

금줄이 걷힌 역사관 앞 데크에 낙엽이 가득하다.

다 내려왔다.

구파발역 앞 건물 2층의 생맥주집에서 본 구파발역과 이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