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짧게 걸었는데도 일주일 동안의 피로 때문인지 내려올 때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래도 어제 근력운동을 약하게 해서 그나마 힘이 덜 든 것 같다.
이번주는 전 주말에 등산을 하지 않은 바람에 아침운동을 너무 빡세게 했다. 이틀전에는 대성문에서 행궁지로 걸었고 어제는 어깨가 아파서 기구운동 20가지를 5키로씩 낮춰서 하고 상가사무실에 나가 하루 종일 결산서를 만들고 집에 들어오니 녹초가 되어 저녁을 먹는 척하고 바로 골아 떨어졌다.
작은 손주가 장염이라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아롬이와 한결이 식구들이 집에 오지 않아 산으로 왔다. 오늘도 아내가 미리 다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와 과일을 싸서 배낭에 넣고 이틀전과 같은 교통편으로 산으로 왔다. 어쩜 704번 뒤에 8772번이 오는 것까지 같다. 대신 오늘은 주말버스가 훨씬 먼저 산입구에 도착했다.
새벽에 본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했는데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구름이 끼어서 그런지 덜 더운 것 같다. 바쁜 일이 없으니 천천히 걷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꽃향기가 느껴졌다. 산 아래엔 아카시도 꽃을 피웠다. 이틀 전에 본 정향나무꽃은 많이 시들었다. 길가는 온통 병꽃들이 점령했다. 벗나무 잎사귀를 닮은 나무의 꽃잎이 눈이 되어 날린다. 춥지만 않지 한겨울 분위기다.
내가 산에 들기 전에 비가 산을 스치고 갔나 보다.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니 꽃들과 잎사귀들이 젖어 있다. 길 위의 돌과 바위들도 젖어 미끄럽다. 땅이 젖어 먼지가 나지 않으니 좋다. 오랫만에 보는 대피소가 반갑게 맞아 준다. 잠시 들려 물 한모금 마시며 등을 만지니 다 젖었다. 바지 뒤춤까지도....
아직까지는 힘이 들지 않으니 가는데까지 가보자 생각했다. 그리고 동장대를 향해 모퉁이를 도니 봄이 지나며 여름을 가꾸고 있다. 늘 이 길은 나를 즐겁게 한다. 이길엔 이제 철죽도 한풀 꺽인 모습이다. 그래도 동장대 근처는 제법 화려하다. 제단 봉우리에서 삼각산을 다시 봤다. 산 입구에서는 구름에 가렸었는데 이제 얼굴을 다 드러냈다. 이젠 비가 오지 않겠구나.
대동문을 지나 보국문을 향하는데 발이 자꾸 돌뿌리를 걷어 찬다. 힘이 빠졌단 야그다. 대성문으로 가기로 한 계획을 바꿨다. 보국문에서 계곡으로 내려섰다. 그런데 길이 변했다. 멧돼지들이 땅을 다 뒤집어 놓아 큰 바위들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쌓였던 낙엽도 다 없어졌다. 몇 사람이 먼저 딛은 발자국을 따라 길을 내려왔다.
대남문으로 가는 길과 만나는 곳부터는 길이 편하고 넓다. 그 길이 환하다. 길에 눈이 잔뜩 쌓였다. 하늘에선 흰 눈이 내리고 있다. 꽃눈이.... 넋을 놓고 내려오다 여러 번 삐끗하고 걷어 차고.... 등산화가 아니었으면 발가락이 온전치 못했을 터이다.
이틀 전에 쉬었던 용학사 아래 계곡 물가 그늘에 자리를 깔았다.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는데 춥다. 볕으로 나와 해바라기를 하다 다시 배낭을 꾸렸다. 내려오는 길에 자꾸 다리가 휘청인다. 이런 상태면 지리산능선 종주는 틀렸다. 진작에 다시 할 것을....
역사관 앞을 그냥 지나쳤다. 계곡길로 내려서려다 포기하고 큰 길을 따라 오다가 자연관찰로로 내려왔다. 걷는 동안 이틀 전에 버스정거장에서 쓰러진 사람 생각이 났다. 조심해야 되는데 그런다고 갑자기 찾아오는 증상을 막을 수는 없으니 동행을 찾거나 사람들이 많은 좋은 길을 찾아 다녀야 하나?
산에 오다가 버스에서 본 새로 생긴 식당이 궁금하다. 얼핏 보기에 "육전"이라고 붙였고 다른 메뉴가 국수인지 냉면인지 던데. 산 입구에서 두 정거장 이내인 것 같으니 함 지나가 봐야겠다.
오늘은 아롬이가 집에 와서 저녁해 주겠다며 들꽃에 들리지 말라고 했는데....
비 예보가 있어서 비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북한동 머리 위에 구름이 내려앉았다.
서암사 옆길의 정향나무꽃. 향기가 참 좋다. 청년의 냄새랄까?
정향나무 옆의 아카시꽃. 이제 막 피는 중이었다.
비가 흠뻑 와야 이 곳이 멋있는데....
용학사로 가는 옛길로 가는 지름길인데 네 발을 써야 한다.
내 기억에 병꽃이 맞을 거다. 지금 길가에 한창이다.
산영루를 지나서 돌아다 봤다.
깻잎 잎사귀 같은 데 꽃이 참 예쁘다.
중흥사 입구. 이제 지는 중인 이 노란꽃들은 누군가?
대피소로 가는 징검다리
이제 대피소에도 여름이 왔다.
대피소 앞 삼거리의 철죽
동장대로 가는 길. 진달래가 다 졌다.
동장대
저 앞으로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인다
제단 봉우리에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여긴 중랑구쪽이다.
칼바위와 형제봉
이제 보국문으로 내려간다.
보국문
길에 꽃눈이 내렸다.
개울가에도 꽃눈이....
대서문
하늘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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