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5.05 대성문 - 행궁지

PAROM 2022. 5. 5. 18:42
이 나이가 되어서도 산에 오려고 어린이날을 반겼다.
지지난주는 토요일의 결혼식들 때문에 일요일에 둘레길을 걸었고 지난주는 아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오는 바람에 온전히 산을 뺐다. 산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하지만 손녀들과 노는 재미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하여 오늘 어린이날이니 쉬는 날이라 열차를 타도 눈치 볼 일이 없어 산에 오기로 작정을 했다.  
 
지난주 산에 오지 않은 대신에 헬스장에서 월욜과 어제 한 시간 동안 10키로를 넘게 걷고 화욜은 평일 보다 조금 세게 근력운동을 했더니 아침에 몸이 조금 피곤했다. 포탈에서 운동에 관련한 기사를 보면 적당히 하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가 내게 적당한 것인지 짐작이 안된다. 운동을 하며 1키로씩 빼도 매일 몸무게가 점점 더 나가니.... 막걸리 때문인가 싶지만 끊기는 싫다. 내게 남은 몇 안 되는 낙의 하나인데....  
 
아내가 어제 산에 갈 거냐고 묻더니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꺼내 속을 다 만들어 놓고 토마토와 사과도 깎아 놓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혼자 산에 가는 일엔 군소리 없이 정성을 다해 주니 고맙다. 배낭을 꾸려 탄현역에 오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토요일 시간대에 있던 열차 하나가 없나 보다. 구파발에서 주말버스를 바로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려 오르는데 웬지 낯설다. 3주만에 왔다고 이런건가?
한참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계곡에서 크지는 않지만 물소리가 난다. 새소리와 겹치니 좋은 음악 같다. 산은 이제 완연한 녹색이다. 그 좋던 연두는 찾을 수가 없다. 길가를 덮었던 노랗고 하얗고 붉은 꽃들은 사라졌고 푸른 잎들 사이에 수줍게 감춰져 애쓰고 찾아야 겨우 보인다. 서암사를 지나는데 익숙한 향기가 꼬끝을 휘감는다. 이것은 남장대지능선과 주능선에서 5월말 쯤에 맡던 향기다. 아마도 정향나무꽃의....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수가 없다. 산속 어딘가에서 바람에 묻어 왔나보다.  
 
계곡 물이 흐르는 바닥이 까맣다. 비가 어서 와서 쓸어 가야겠다. 계곡폭포도 까맣게 변했다. 길가를 덮었던 진달래가 진 자리에 병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한참은 이네들이 길을 수호하겠다. 길가를 자세히 보니 눈에 띄지 않던 작은 꽃들이 무수히 많다. 큰나무에 수줍게 핀 꽃들도 자세히 봐야 보인다. 이제 바야흐로 꽃들의 세상이 되었다. 꿀벌들이 많이 사라졌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얘네들 수정은 누가 하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날벌레들이 보인다.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많아 숨쉴 때 빨려 들어올 듯하다.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는데. 이것도 이상기후의 탓인가? 날벌레들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하나? 며칠 전에 풀린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 덕분에 숨쉬기가 무척 편해졌다. 이리 좋았던 것을.... 아직 힘든 산길에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지니다니지만 개의치 않고 벗고 산길을 걸었다.  
 
이틀 후인 토욜에 다시 산에 올 생각으로 오늘은 조금만 걷자고 마음 먹었다. 대성문에서 행궁지로 걸으면 11키로다. 그길을 걷는데 이른 시간이라 만나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편하게 천천히 걷기로 하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백내장 때문에 많이 불편하다. 지난 시즌에 눈속에서 잃은 것 대신에 새로 산 까레라 썬그라스가 훨씬 얼굴에 잘 맞는다. 길도 잘 보이니 자주 애용해야 겠다. 접는 스틱과 당일 배낭도 하나 새로 장만했으면 좋겠다. 대성문에서부터 등산객들이 많았다. 문수봉에서도 그랬고. 다행히 남장대지능선은 늘 한산하다. 풍광도 좋은데 한산하니 다른 곳을 굳이 다닐 이유가 없다. 남장대지능선 쉼터 바위에서 시간을 얼핏 보니 11:38이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나올 수 없는 시간이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내려와 청수동암문 갈림길에서 다시 보니 11:10이다. 눈이 참 많이 나빠졌다.  
 
용학사 아래 가끔 쉬던 계곡가로 들어가 배낭을 풀었다. 샌드위치로 점심을 하는데 올라오는 이들이 많이 들어온다. 나 빼고 다 짝을 맞췄다. 아내는 언제나 같이 산에 다니려나. 부러움도 잠시 나는 힘든 내리막을 가야한다. 절에 승객을 나르는 봉고를 탈까? 하지만 그건 아니지. 선암사 앞 가파른 길에 먼지를 내고 오르는 카니발에 속으로 빵꾸나 나라고 욕을 엄청 해 댔다. 사월초파일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절 앞에서 절 차에게 무슨 욕을 한 거지? 에궁.  
 
계곡길로 내려서서 서암사를 지나는데 또 향기가 났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작고 하얀 매스게임 방망이 같은 꽃이 보인다. 정향나무꽃이다. 이 아래는 꽃이 피었구나. 그래서 아침부터 향기를 날렸구나. 고맙다. 이제 보름쯤 후부터 남장대지능선과 주능선에서도 이 향기와 꽃을 보겠다. 좋고 기대된다.  
 
쉬었다 가려고 들꽃에 들렸더니 문이 닫혔다. 아무런 안내도 없다. 아쉬움에 한참을 걸어 내려와 버스정거장앞 쉼터에 앉았다.
이제 옷도 다 말랐으니 집에 가야지.  
 
덧붙이는 글.
집에 가려고 버스정거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옆에서 '쿵'하는 거다. 돌아보니 중년 남자가 누웠다. 급하게 119에 전화하니 다 통화중이라 기다리란다. 정신을 차려보니 젊은이가 신고 전화 중이다. 역시 젊은이가 빠르다. 처음엔 의식이 없더니 조금 있다 눈을 뜬다. 통화 중에 이것저것 물어봐서 환자에게 물어 대답해 주고 감각이 있는지 다리를 잡으니 감각이 있단다. 한참 후에 일어나 앉는데 보니 머리가 깨져서 피가 났다. 왼손이 저린 단다. 고혈압이 있다고 하고. 술은 마시지 않았고 56세 라고 119에 전달하고, 돌보는 이들이 많아 주말버스가 도착하길래 타고 두 정거장 오니 구급차가 간다.  
 
쾌유하길 바란다. 사실 나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핸펀을 보니 119에서 문자가 세 통이나 왔다. 위치추적도 했다고 하고. 회선 늘려서 전화를 빨리 받았으면 세금을 더 내도 좋겠다. 쓰러진 이를 보니 남일 같지 않았다. 사는 것이 티끌같다.
 
 늘 사진을 올리는 곳이니. 계곡폭포인데 가난하다. 가난에 쩔어 검어졌다. 비가 어서 와야겠다.

폭포 옆에서 본 계곡. 신록은 좋은데 맘이 가난하다.

역사관 앞. 여기에 오면 쉬던 버릇에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물도 마시고 이어폰도 끼고.... 해야지. ㅎ~~

중성문이 이제 많이 가려졌다. 다음주 쯤에는 더 많이 가려질 거다.

사람얼굴을 닮은 바위도 나뭇잎에 본 모습이 안 보인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이정도다.

산길 내내 반겨 주던 이꽃은 아마도 병꽃?

용학사 샘 앞의 큰 나무에 핀 이꽃들은 또 누구니? 네 그루가 있는데 향기는 없었다.

대피소 갈림길 앞의 노란 이꽃들은?

산딸나무 옆에 피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넌 또 누구니?

행태로 봐선 고비로 생각되는데 누구냐 너는?

찔레꽃 사이에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모양이 다르다. 예쁜 너는?

얘는 철쭉이다. 금위영이건비 앞에서 환하고 크게 산을 밝히고 있었다.

힘들게 대성문에 올랐다.

대남문으로 가는 성곽길에서 보이는 문수봉과 똥싼바위.ㅋ~~

문수봉에서 환하게 보이는 구기동계곡. 이정도 날이면 로얄빌딩 13층의 옛날 내 자리에서도 대남문 문구멍이 보이려나?

증명사진

상원봉에서 거의 지고 있는 진달래 옆으로 보이는 의상능선

상원봉인데, 뭔가 구도가 잘못됐다.

역시 상원봉

이것도 상원봉에서 나한봉을 보이게 찍은 사진. 아주 멀리 동네가 희미하게 보였다.

스러져 가는 진달래

건너편에 보이는 주능선의 대성문. 저 곳으로 올라 여기로 왔다.

주능선 건너로 칼바위가 보였다.

행궁지 옆으로 내려가는 길에 나월봉이 보였다.

행궁지. 어서 공사가 끝나라.

다 왔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4 행궁지 - 대피소  (0) 2022.05.16
5.7 대피소 - 보국문  (0) 2022.05.08
4.24 불광역 - 밤골(둘레길 8~11구역)  (0) 2022.04.26
4.16 행궁지 - 대피소  (0) 2022.04.17
4.9 보국문 - 대피소  (0) 202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