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5.28 이말산 - 삼천사 - 부왕동암문- 북한동 - 구파발 아롬이와

PAROM 2022. 5. 29. 08:37

이제 나이가 만만치 않은 큰 녀석과 북한산 언저리를 걷고 집에 왔는데,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그런데 물집이라니, 이게 뭔 일이냐? 얇은 양말에 등산화를 바꾸고 평지를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가 보다. ㅠㅠ 
 
전전날부터 이뤄진 딸과의 카톡 대화를 아내가 다 보면서도 아무 말이 없다. 아롬이가 샌드위치를 가지고 온다고 했고 내가 과일과 물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는데도 조용하다.  
 
새벽 4시 반인데 부엌에 소리가 난다. 짐작이 된다. 조용히 있다가 방밖으로 나가니 김밥준비에 분주하다. 벌써 방울토마토와 수박도 가득 담아 놓았다.
김밥과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먹거리를 배낭에 넣으려는데 얼음과 물을 두 병씩 준다. 이리 무겁게 다 지고 가면 중간에 퍼질 거다. 큰일이다. 모르게 빼 놓으니 귀신 같이 다시 쑤셔 넣는다. 내 참....  
 
딸에게 한 시간 늦게 가자고 문자가 왔다. 통화 후에 딸이 집에다 자전거를 세우고 같이 가기로 했다.
평소보다 해가 많이 뜨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요즘엔 일 초만에 세상이 바뀐다.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 힘들다.
구파발역에 내려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주말버스는 7분 후에나 온 단다. 아롬이에게 그냥 "여기부터 걸을까?" 하니 더 좋단다. 그래서 이말산으로 올랐다. 오랫만에 다시 걷는 길, 잎이 무성한 상태에서 걷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길이 어설프다. 결국 하나고 갈림길을 한참 지나쳤다가 되돌아 와야 했다.  
 
아롬이가 발목이 완전하지 않으니 쉽고 편한 길로 걷자고 했었다. 하여 나중에도 같이 걷기 위해 쉽고 편한 길을 찾았다. 이말산을 넘었으니 삼천사를 지나 부암동암문을 넘어 북한동으로. 그러면 거의 10키로쯤 걷는다.  
 
딸이 내 자식 아니랄까봐 제 생각과 다르면 자꾸 치 받는다. 에휴.ㅠㅠ 이녀석이 게다가 다혈질적인 면모도 보인다. 내가 잘못했는지도.... 
 
삼천사를 지나면서 등산객들이 길에 널렸다. 이제 금방 정년을 맞은 청춘들로 보인다. 사람들이 많으니 길이 막힌다. 이런 것 참 싫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으려 요리조리 피해가며 길을 올랐다. 그런데 아롬이가 바로 뒤에 바짝 붙었다. 대단하다. 단체객들이 대부분 비봉으로 가는 길로 빠지고 나서도 문수봉으로 가는 이들이 시끄럽게 뒤를 따라온다.
나는 힘들어 말 한마디 하기 싫은데 기운이 넘치나 보다. 그냥 님들 가는 길을 조용히 가면 안 되냐? 
 
부왕동암문과 청수동암문 갈림길에서 보니 능선길로 오르는 이들 둘이 보인다. 저 길은 모르는 길인데 가끔씩 그리로 가는 이들이 있다. 궁금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로 갔다.
갈림길부터 부암동암문 까지는 꽤 가파른  돌모래길이다. 초행길인데도 젊어서 그런지 딸아이가 발목이 아프다면서도 잘 따라온다. 가파른 길을 딸보다 더 허덕이며 올랐다. 거의 다 오른 곳의 가파른 바위비탈에서 녀석이 주저 앉았다가 미끄럽단 생각에 일어서지 못해 내 손을 건넨 것이 재밌었다. 
 
그 넓고 가파른(?) 널바위를 지나면 바로 부왕동암문이다. 옷이 다 젖었고 목도 말라 잠시 성문 안에서 쉬다가 백운동계곡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잠시 후 젖은 옷도 말리고 기운도 차리고 점심도 먹을 겸 배낭을 벗고 쉬다가 하산을 했다. 그런데 예전에 기억하던 길보다 험하다. 눈이 좋지 않으니 별 것이  다 문제다. 
 
어제부터 산에서 볼까하고 통화했던 눈비돌은 그냥 가겠단다. 아쉽다. 옆에 딸이 있으니 말도 쉽지 않다. ㅠㅠ
산을 내려와 그냥 집에 오기로 하고 계곡길로 내려왔는데 내가 아는 산악회 특유의 복장과 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오기에 유심히 살펴보니 조은네님이 후미에 오는 것이 보였다. 올라가는 중이라 긴 말도 못하고 바로 인사만 하고 헤어져 내려왔다. 그리고 아쉽게도 쉼터인 들꽃을 그냥 지났다.
그리고 북한산면옥에 들려 코다리비빔냉면과 육전을 시식하고 걸어서 구파발역까지 정신도 차릴 겸 걸었는데,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내일 할 일이 많은데 큰일났다. 
 
산에 가기 전에 6시에 사전투표를 했다. 며칠 후,
6.1의 본 투표일은 또 산에 가야지?

 

 

이말산을 다 내려와서 사진 생각이 났다. 오늘의 첫 사진.

하나고 앞의 진관사입구 삼거리

삼천사 앞은 도로공사 중이다.

삼천사. 오늘은 이곳을 지나 부왕동암문으로 오를 예정이다.

개구장이가 따로 없다.  

산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하늘에 해무리가 졌다.

초행길인 가파른 바윗길에서 한 번 주저앉으면 다리가 떨릴거다.

발 아래로 은평과 고양시가 펼쳐져 있다.

발목을 다쳤던 녀석이 이 릿지구간에서 발목에 무리가 온다고 했다.

릿지를 넘어서면 바로 나오는 틈바위

부왕동암문에 닿았다.

오늘의 점심

역사관 앞 삼거리에 여름이 짙어졌다. 하여 이젠 일찍 산에 와야 좋다.

지난주에 비가 내렸는데도 폭포가 거의 말랐다.

서암사 위의 계단

다 내려왔다.

북한산면옥에서 코다리냉면과 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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