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 죽어라 걸어서 그런지 몸이 노곤하다.
산에 왔어야 할 어제는 결혼식이 겹치는 바람에 한 곳은 축의만 하고, 초딩친구 아들 결혼식에 가서 코로나 이후 처음 초딩친구들 얼굴도 보고 장환 선배도 보며 한낮을 보냈다. 아니, 부페에서 과식한 바람에 오늘 새벽까지 고생했다. 자제한다고 하는데 참 안 된다. 죽어야 고쳐 지려는지....
눈 뜨기도 전에 아내가 점심은 뭐를 가져갈 거냐고 묻는다. 샌드위치. 그런데 집에 있는 빵은 너무 두껍다. 이제 다 먹었으니 앞으론 얇은 것을 살 거다. 세수하고 나오니 벌써 과일까지 한 통 담아 놓았다. 며칠 전 주식해서 벌었다고 주었더니 술도 한 잔 더 준다. 늘 벌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 새벽에 운동해야 하니 오늘은 힘들면 안된다. 내일도 한 시간에 10키로를 넘게 걸을테니까. 해서 집을 나서기 전부터 둘레길을 걷자고 마음 먹었다. 지난번에 비 오는 날에 불광역에서 산성입구까지 2시간 반도 넘게 걸려서 그때 걸은 기록을 친구의 기록으로 바꾸고 싶었고.
아내가 다 준비해 줬는데도 지난번 보다 집을 나서는 시간이 늦었다. 환승을 하고 구파발역을 그냥 지나치는데 늘 내리던 곳을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이 묘하다. 불광역에 내려 시간을 보니 8:33이다. 집을 나설 때 비가 와서 비옷을 입었으니 그대로 역 밖으로 나와 산으로 갔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비는 오지 않고 땀도 다 말랐다.
역에서 불광사로 가는 큰길에 등산객이 아무도 없다. 이르지도 않은 시간인데 이런 적은 없었다. 오늘 산에 못 들어가나 하는 걱정이 든다. 공원에 갔는데도 운동하는 동네 사람들만 세 명 있다. 오늘 뭐지?
다행스럽게도 둘레길은 막혀 있지 않았다. 게다가 저 앞에 구부정한 이가 가고 있다. 불광사 입구 옆 산길에 온갖 꽃이 다 피었다.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불광중학교까지 가는 길에 계단이 참 많다. 그래서 힘이 많이 든다. 그래도 주파 시간을 당기려 쉬지 않고 걸음을 빨리 했다. 내 생각에 무리에 가깝게 이러긴 처음이다. 하지만 확인해야 할 게 있다. 2시간 안에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까지 갈 수 있는지.
오르락내리락 둘레길을 지나 불광중학교 후문 옆의 입구에 도착하니 9:36이다. 아직 반도 못 왔는데 한 시간이 더 걸렸다.
계속 표지를 따라 산길을 걸었다. 조금은 쉽지만 기자촌으로 가는 길이 다시 계단이 많다. 걷던 중 처음 대머리바위와 족두리봉, 향로봉이 보인다. 이제 진관사 입구까지는 내려가는 길이다. 빠르게 갈 생각 뿐이니 길가의 정겨웠던 표지들이 다 스러졌다. 진관사 입구에서 보니 2시간에 가기는 이미.... 내 페이스대로 걸으려다 그냥 속도를 유지했다. 시간이 최소 얼마나 걸릴지 알려고. 그래서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숲속의 카페(여기 언제 함 들려서 차 한 잔 할거다)를 지나쳐, 캠핑타운, 백화사, 북한산초등학교,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계곡 앞에 오니 2시간 10분이 지났다. 그럼, 내 고딩 친구들은 날아다닌다는 거야?
산 입구에 오니 급격히 힘이 빠졌다. 게다가 등산화에 모래가 들어갔다. 산 입구 의자에서 등산화를 고쳐 신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친구들 처럼 송추를 향해서. 하지만 다리가 많이 풀렸다. 지난번에 멈췄던 효자파출소 앞을 지나 밤골로 향했다. 가다가 보니 둘레길 11구간이란다. 길은 평탄했다. 이왕 걸었으니 밤골까지 가기로 하고 더 걸었다. 가다가 보니 큰 길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이길은 예전에 고양도상동문회에서 걸었던 생각이 났다. 그 산길을 따르니 밤골이 나왔다. 그런데 아직 11코스가 끝나지 않았다.
국수당이 있는 밤골 탐방지원센터 앞을 그대로 지나쳐 둘레길 표지를 찾는데 한참 앞에 있다. 게다가 능선을 만나는 곳이 숨은벽능선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앞에서 쉬다가 능선으로 간 산객이 초딩친구 같아 전화를 하니 자기는 집에 있단다. 그 바람에 사기막골을 다 내려올 때까지 통화를 했다. 사기막골은 지금 공단에서 야영장 공사를 하느라 드나드는 큰 차량들 때문에 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12구간 시작점 앞에 등산객이 스물도 넘었다. 코로나가 풀렸나 보다. 모두 40대로 보인다. 나도 오래전에 그렇게 다녔다. 힘이 들어 큰 길로 나오니 허기가 지는데 먹을 곳이 없다. 빈 자리를 찾아 다시 들어가니 아직도 그들이 있다. 되돌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배낭을 벗고 샌드위치 반 쪽을 순삭했다. 그리고 물 한 모금과 사과 두 조각, 토마토 한 조각에 힘을 얻어 북한동입구까지 찻길을 따라 걸었다. 해서 쉬고 있는 곳은 먼저번에 쉬었던 억만네포차 건너편의 cu편의점 앞 자리. 오전에 밤골로 갈 때 쉬고 있던 이들을 보고 나도 쉬고 싶었던 곳이다.
이제 다 쉬었으니 집으로 가야지. 그러고 보니 내일이 월급(?) 들어오는 날이네. ㅎㅎㅎ
산에 왔어야 할 어제는 결혼식이 겹치는 바람에 한 곳은 축의만 하고, 초딩친구 아들 결혼식에 가서 코로나 이후 처음 초딩친구들 얼굴도 보고 장환 선배도 보며 한낮을 보냈다. 아니, 부페에서 과식한 바람에 오늘 새벽까지 고생했다. 자제한다고 하는데 참 안 된다. 죽어야 고쳐 지려는지....
눈 뜨기도 전에 아내가 점심은 뭐를 가져갈 거냐고 묻는다. 샌드위치. 그런데 집에 있는 빵은 너무 두껍다. 이제 다 먹었으니 앞으론 얇은 것을 살 거다. 세수하고 나오니 벌써 과일까지 한 통 담아 놓았다. 며칠 전 주식해서 벌었다고 주었더니 술도 한 잔 더 준다. 늘 벌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 새벽에 운동해야 하니 오늘은 힘들면 안된다. 내일도 한 시간에 10키로를 넘게 걸을테니까. 해서 집을 나서기 전부터 둘레길을 걷자고 마음 먹었다. 지난번에 비 오는 날에 불광역에서 산성입구까지 2시간 반도 넘게 걸려서 그때 걸은 기록을 친구의 기록으로 바꾸고 싶었고.
아내가 다 준비해 줬는데도 지난번 보다 집을 나서는 시간이 늦었다. 환승을 하고 구파발역을 그냥 지나치는데 늘 내리던 곳을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이 묘하다. 불광역에 내려 시간을 보니 8:33이다. 집을 나설 때 비가 와서 비옷을 입었으니 그대로 역 밖으로 나와 산으로 갔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비는 오지 않고 땀도 다 말랐다.
역에서 불광사로 가는 큰길에 등산객이 아무도 없다. 이르지도 않은 시간인데 이런 적은 없었다. 오늘 산에 못 들어가나 하는 걱정이 든다. 공원에 갔는데도 운동하는 동네 사람들만 세 명 있다. 오늘 뭐지?
다행스럽게도 둘레길은 막혀 있지 않았다. 게다가 저 앞에 구부정한 이가 가고 있다. 불광사 입구 옆 산길에 온갖 꽃이 다 피었다.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불광중학교까지 가는 길에 계단이 참 많다. 그래서 힘이 많이 든다. 그래도 주파 시간을 당기려 쉬지 않고 걸음을 빨리 했다. 내 생각에 무리에 가깝게 이러긴 처음이다. 하지만 확인해야 할 게 있다. 2시간 안에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까지 갈 수 있는지.
오르락내리락 둘레길을 지나 불광중학교 후문 옆의 입구에 도착하니 9:36이다. 아직 반도 못 왔는데 한 시간이 더 걸렸다.
계속 표지를 따라 산길을 걸었다. 조금은 쉽지만 기자촌으로 가는 길이 다시 계단이 많다. 걷던 중 처음 대머리바위와 족두리봉, 향로봉이 보인다. 이제 진관사 입구까지는 내려가는 길이다. 빠르게 갈 생각 뿐이니 길가의 정겨웠던 표지들이 다 스러졌다. 진관사 입구에서 보니 2시간에 가기는 이미.... 내 페이스대로 걸으려다 그냥 속도를 유지했다. 시간이 최소 얼마나 걸릴지 알려고. 그래서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숲속의 카페(여기 언제 함 들려서 차 한 잔 할거다)를 지나쳐, 캠핑타운, 백화사, 북한산초등학교,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계곡 앞에 오니 2시간 10분이 지났다. 그럼, 내 고딩 친구들은 날아다닌다는 거야?
산 입구에 오니 급격히 힘이 빠졌다. 게다가 등산화에 모래가 들어갔다. 산 입구 의자에서 등산화를 고쳐 신고 다음 코스로 향했다. 친구들 처럼 송추를 향해서. 하지만 다리가 많이 풀렸다. 지난번에 멈췄던 효자파출소 앞을 지나 밤골로 향했다. 가다가 보니 둘레길 11구간이란다. 길은 평탄했다. 이왕 걸었으니 밤골까지 가기로 하고 더 걸었다. 가다가 보니 큰 길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이길은 예전에 고양도상동문회에서 걸었던 생각이 났다. 그 산길을 따르니 밤골이 나왔다. 그런데 아직 11코스가 끝나지 않았다.
국수당이 있는 밤골 탐방지원센터 앞을 그대로 지나쳐 둘레길 표지를 찾는데 한참 앞에 있다. 게다가 능선을 만나는 곳이 숨은벽능선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앞에서 쉬다가 능선으로 간 산객이 초딩친구 같아 전화를 하니 자기는 집에 있단다. 그 바람에 사기막골을 다 내려올 때까지 통화를 했다. 사기막골은 지금 공단에서 야영장 공사를 하느라 드나드는 큰 차량들 때문에 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12구간 시작점 앞에 등산객이 스물도 넘었다. 코로나가 풀렸나 보다. 모두 40대로 보인다. 나도 오래전에 그렇게 다녔다. 힘이 들어 큰 길로 나오니 허기가 지는데 먹을 곳이 없다. 빈 자리를 찾아 다시 들어가니 아직도 그들이 있다. 되돌아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배낭을 벗고 샌드위치 반 쪽을 순삭했다. 그리고 물 한 모금과 사과 두 조각, 토마토 한 조각에 힘을 얻어 북한동입구까지 찻길을 따라 걸었다. 해서 쉬고 있는 곳은 먼저번에 쉬었던 억만네포차 건너편의 cu편의점 앞 자리. 오전에 밤골로 갈 때 쉬고 있던 이들을 보고 나도 쉬고 싶었던 곳이다.
이제 다 쉬었으니 집으로 가야지. 그러고 보니 내일이 월급(?) 들어오는 날이네. ㅎㅎㅎ
이제 산에 간다. 힘이 많이 들겠지?
구기터널 방향으로 가는 길. 이 길에 아무도 없는 것은 처음이다.
불광사 아래의 작은 공원. 너무 화려해서 어지럽다.
둘레길에서 처음 만난 전망대에서. 아직은 힘이 있지만 글쎄.... ㅎ~~~
산길 아래의 애기똥풀밭.
이 작은 운동장이 나오면 불광중학교에 거의 다 왔다는 야그다.
불광중학교 후문 옆에서 이제 다시 산길 시작이다. 은근히 오른다.
이런 길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여긴 쉽다.
오른쪽 끝에 동네 주민들 배드민턴장이 있다, 이날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보면 반가운 동네 친구 같은 산. 오늘 처음 얼굴을 보였다.
기자촌 위의 전망대에서 보이는 북한산 바깥쪽 능선이다.
예쁜 너는 누구니?
여기서 살펴보니 2시간 안에 북한동까지 가기는 글렀다.
진관사 입구의 .......... 이젠 내가 의지하려던 종교도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나란 생각이 든다.
산천사 입구로 가는 길. 한 여름엔 이 다리 근처가 부척 시원하다.
웬일로 철죽이 이리 많이 ....
죽어라 달려 왔지만 두 시간이 넘었다.
불광역에서 여기까지 130분 걸렸다. 그 바람에 지쳐서 이 다음 구간부터는 힘이 들었다.
이 분들 없었으면 저 다리 건너서 점심을 때우고 집으로 왔을텐데....
집으로 오는 길, 숨은벽,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 염초봉이 원효봉을 끝으로 보였다.
지쳐서 여기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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