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 7 대성문 - 대남문, 정희남과

PAROM 2024. 9. 8. 10:30

새벽 한 시에 아침에 만날 시간을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6시 반이 넘어서 구파발에 8시 20분에 보자는 카톡이 왔다. 그런데 뭉기적거리다 그 문자를 7시 15분에야 봤다. 그 시간에 가려면 7시 38분 차를 타야 하는데 늦었다. 급하게 서둘러 집을 나서 뛰어서 역으로 가다보니 길이 흐릿하다. 안경을 두고 나왔다. 집에 갔다 올 수도 없어 그대로 역으로 가니 오늘도 에스카레이터가 멈춰 있다. 멈춘 지 두 달도 넘은 것 같은데 교체할 생각을 않는 것 같다. 역 안으로 들어가니 열차가 오는 중이다. 플랫폼에 서다가 헬스장 친구인 계 사장을 만났다. 친구들과 사패산과 오봉을 가기로 했단다. 계 사장은 원흥역에 내리고 세 정거장을 더 가 구파발역에 내려 버스정거장으로 가는 데 정 박사가 역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신호등에  주말버스가 서 있는 것이 보여 어서 오라 손짓을 해서 바로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로 갔다. 
 
날이 새벽엔 선선해져서인지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많이 늘었다. 계곡으로 들어가니 물이 졸졸 흐른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그런가보다. 9시가 되니 더워진다. 산을 오르는 발걸음 속도를 줄었다. 처음부터 서두르다가는 지쳐 퍼질 것 같았다. 게다가 안경이 없어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배낭에 늘 넣어 다니는 썬그라스를 꺼내 끼니 조금은 낫다. 길이 높아질 수록 등이 젖어 오기 시작했다. 잠시 쉬면서 산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내일 후지산 등산을 한다며 오후에 출국을 한단다. 정말 대단한 양반이다.  
 
역사관 앞에서 잠시 쉬며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길로 나섰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올라가면서 발길이 가는대로 갈까? 8월엔 주능선을 밟지 못했으니 대피소부터 걸어? 멀리서 온 친구를 위해 문수봉을 가? 정 박사가 지난주에 숨은벽능선을 다녀왔으니 이 계곡 봉우리 어딜 가도 그보다는 감흥이 덜 할 터, 그냥 걷자!
날이 많이 더우니 땀이 계속 흐른다. 돌이 많은 길이 잘 보이지 않으니 더욱 힘이 많이 든다. 그래도 천천히 꾸준하게 걷는다. 산이 높아질 수록 인적이 뜸하다. 계곡물이 많이 줄어 졸졸 흐르지만 길을 건너며 물을 만날 때마다 손수건을 적셔 얼굴을 닦아 체온을 내렸다.  
 
대성암을 지나서 대성문으로 향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능선에 오른다. 그런데 힘이 부친다. 걷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오르다 뒤돌아보니 정 박사가 안 보인다. 소리쳐 부르니 길 저 아래에서 답을 한다. 되돌아 오기보다 그대로 오르다 왼쪽으로 오라고 했지만 들렸는지 모른다. 앞으로 가서 그 길에서 보이는 곳에 서 있는 것이 낫겠다.
이제 대성문이 보인다. 하지만 경사가 급하고 무너진 돌계단이다. 숨을 몰아쉬며 문에 올랐다. 배낭을 벗고 과일과 커피를 마시는데 모기인지 깔따구인지가 달려든다.  
 
핸드폰을 보니 눈비돌이 청수장에서 출발한다고 카톡이 와 있다. 여기서 보국문으로 가면 누군가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대성문에서 내려간다고 톡을 하고 구기동으로 내려가기 위해 성벽을 따라 대남문으로 갔다. 대남문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들개들도 많다. 점심을 하려다보니 모기가 덤빈다. 내려가서 모기가 덜 덤비는 곳에서 먹기로 했다. 급한 돌길인 구기동 대신 백운동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성암 부터는 올라왔던 길이다.  
 
행궁지 갈림길을 지나 알탕을 하는 바위 뒤로 갔다. 오를 때 먼저 앉을 수 있는지 봤었다. 고맙게도 누군가가 톱으로 쓰러진 나무를 정리했다. 배낭을 벗고 점심을 먹으며 가지고 간 박재서 명인의 작품을 입으로 감상했다. 역시 향과 맛이 좋다. 한 모금 후 바지만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돌로 둑을 쌓아서 수심이 깊어졌다. 대신 물흐름은 많이 줄었지만 물이 참 시원하다. 피곤함이 싹 가시는 듯하다. 이 맛도 여름철 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되었다. 
 
작은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밖으로 나와 먹거리들을 마저 비우고 산을 내려왔다. 백운대 갈림길의 외국인들이 많이 보는 안내판에 백운대로 가는 대동사 윗쪽 길이 낙석으로 막혔다는 영문 안내가 없다. 정 박사가 길과 이정표를 살피던 외국인 부부에게 길을 안내해 줬는데 다른 곳들 보다 이곳에 영문 안내판이 필요해 보였다. 역사관 앞에서 다시 쉬고 자연관찰로를 향해 내려오다가 산을 오르는 조은네 님을 반갑게 만났다. 산에 다니는 한 언제 어떻게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같이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산을 내려오니 시원한 것이 마시고 싶다. 그런데 오늘은 막걸리가 아니다. 생맥주를 벌컥벌컥 한 잔 비우고 싶다. 주차장 건너 2층에 올라가 과일화채에 세 잔을 나눠 마시고 집으로....
집에 와서 샤워하고 낙지볶음에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바로 꿈속으로.... 
 
오늘 후지산을 오를 친구와 셋이 2박3일 지리산 종주를 가기로 했는데 겁이 난다. 90년대 초에 1박으로 갔다가 탈이 나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온 기억 때문에. 하지만 잘 될 거다.

 

 

서둘러 나오느라 안경을 쓰지 않을 줄 몰랐다.

 

계곡에 물이 많이 줄었다.

 

역사관 앞 도착

 

중성문

 

산영루

 

대성암

 

대성문

 

대성문에 오르느라 애썼습니다. 

 

오늘 제일 높이 오른 곳

 

정 박사가 서 있는 바위구멍 너머는 낭떠러지다.

 

대남문으로 가다가 보이는 문수봉과 똥싼바위

 

보현봉을 찍고 있는 정 박사

 

물봉선이 지천이었다.

 

얘는 노랑물봉선이란다.

 

알탕하는 웅덩이 옆의 넓고 평평한 바위. 큰나무가 부러져 덮었었는데 누군가 톱으로 자르고 치웠다. 고맙다.

 

시원한 이 맛이다.

 

조은네 님을 만났다.

 

다 내려왔다.

 

오늘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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