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 7 효자비 - 숨은벽능선 - 밤골, 김정도 사장과

PAROM 2024. 8. 8. 14:40

참 오랜만에 숨은벽능선을 친구와 같이 걷고  밤골계곡으로 내려왔다. 그것도 이 더운 여름,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
이제 매일 같이 출근해야 하는 일이 없어진 친구들이 평일에 만나는 행사를 자주 갖는다. 북적거리는 주말을 피하니 좋긴 한데 젊은이들의 출퇴근 시간과 겹치면 미안하다. 셋이 수요일에 만나 조금 걷고 물속에 들어가 놀다 오기로 했었다. 
 
갑자기 알바생이 취업이 되어 그만 뒀다며 새 사람을 구할 때까지 자리를 지켜달라고 해서 월욜와 화욜에 열 시간씩 편의점 일을 하고 나니 몽롱하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하다. 처음 약속했던 정 박사는 감기 때문에 못온다 하여 김정도 사장과 통화를 하니 숨은벽능선을 가자고 한다. 간 기억이 10년을 넘는 곳이다. 길이는 짧지만 낭떠러지 옆길, 가파른 암릉, 줄지은 릿지들, 따가운 햇살, 가파르고 긴 쇠난간, 하지만 기막히게 좋은 조망으로 기억이 되는 곳이다. 가려고 생각하니 좋지 않은 눈이 걱정이다. 그동안 여러 명이 같이 가자고 했지만 고소공포증으로 지레 겁먹고 피했던 곳이다. 만나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야겠다 생각했다. 
 
전날도 20시까지 일하고 늦게 잤는데 일찍 깨어 편의점에서 가져온 햄버거와 찐 단호박, 참외와 물, 수건을 배낭에 넣었다. 35% 안동증류식 360cc 가성비 좋고 향도 좋은 소주도. 9시에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하여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역시 열차엔 출근하는 젊은이들이 꽉찼다. 배낭 메고 있기가 미안해 벗어서 들고 갔다. 구파발역에 내려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왠일로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김 사장 얼굴을 보니 의지해 숨은벽능선을 걷고 싶어졌다. 지금 안하면 언제 할 지 모른다. 
 
효자비 앞에서 내려 국사당을 지나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 걷다가 처음부터 능선을 타기 위해 되돌아 나와 스틱을 펴고 사기막골 가는 길로 들어가 다리를 건너 길을 올랐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하늘이 무겁다. 빗길의 바위는 미끄러워 걱정이 되었다. 돌계단이 나오며 오름길이 계속되었다. 오늘도 기온이 31도가 넘는데 비가 오려는 지 찌푸둥 하지만 아직은 걸을 만 하다. 두번 째 5백 미터 구간에 접어들자 비가 쏟아졌다. 시원하다. 우비를 입을  우산을 펼칠 생각도 없이 그냥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며 거의가 돌계단인 산길을 올랐다. 지루하게 펼쳐진 돌계단들을 오르는데 생각보다 힘이 덜 든다. 오늘 아침까지도 이 더위에 산길을 오르면 좋지 않은 컨디션 때문에 바로 쓰러질 줄 알았지만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다. 
 
비를 맞으니 얇은 옷이 바로 젖어 맨살에 찰싹 붙었다. 더위가 달아났다. 길게 오르는 돌계단길에 거친 숨소리를 내쉬는데 김 사장은 숨소리가 없다. 김사장과 중학 동창 친구인 허영호 대장이 인정한 대단한 체력과 심장을 지녔다. 나무계단이 나오며 산은 더 가파라졌다. 쇠난간들이 나오자 스틱이 걸리적 거린다.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럽다. 빗물이 바위를 타고 내려 발디딤을 메웠다. 발 밑만 보고 오르다보니 길은 어느새 절벽들 곁이다. 발밑에 점점이 뿌려진 구름이 산 아래를 감싸고 있다. 비가 그쳤다. 
 
능선 구간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바위에 올라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쉬며 해골바위도 다시 보고 숨은벽을 향해 거친 나머지 구간을 올랐다. 빨리 힘든 구간을 지나기 위해 릿지도 하며 좁은 암벽을 네발로 올랐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능선 끝의 큰 바위를 지나는 구간을 뛰어 내리고 건너 뛰며 숨은벽 앞에 섰다. 가까이에서 보니 역시 웅장하다. 내려가는 길에 난간이 많이 있다. 예전 난간이 없을 때 이곳을 어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미끄럽고 긴 난간을 지나자 내려가는 밤골계곡이 험한 너덜지대로 시작되었다. 이번 장마에 길이 많이 변했다. 이 곳은 백운대에서 몇 번 내려가 본 적이 있는 길인데 처음 보는 곳으로 변했다. 
 
험한 너덜지대를 힘겹게 지나 그늘에 앉아 잠시 쉬는데 깔따구가 떼로 덤벼든다. 친구는 웃옷을 벗었는데도 내게만 덤빈다. 견딜 수 없어 배낭을 걸쳐메고 도망치듯 숲에서 나와 햇볕 속으로 갔는데도 따라온다. 친구는 느긋하게 뒤에서 따라온다. 그런 모습이 부럽다. 쓸려 내려가지 않은 길의 흔적에 의지해 어렵게 너덜지대를 벗어났다. 1키로 정도의 구간인데 10키로는 헤맨 느낌이다. 흙바닥을 밟으니 살 것 같고 전에 걸은 기억이 난다. 조금 더 걸어 내려오자 작은 소가 나타났다. 예전에 알탕을 하던 곳이다. 그런데 이미 남의 차지가 되어 있다. 조금 더 내려가 폭포 밑에 자리를 잡고 주머니에서 지갑과 핸드폰만 꺼낸 후 바로 물속으로 .... 
 
물가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긴 시간을 있었다. 종아리까지 잠기던 깊이가 복숭아뼈에 닿을 때까지, 박재서 명인의 작품이 다 떨어질 때까지 하지만 이야기는 끝이 없다. 한참을 물속에 발을 담궜더니 발가락이 퉁퉁 불었고 서늘한 기운이 든다. 얼큰한 기운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왔다. 국사당을 지나 큰길로 나서기 전 비닐하우스에서 누가 보고 있다. 돌아보니 막걸리와 전을 파는 집이다. 들어가 부추전과 막걸리를 주문해 순식간에 비우고 구파발역으로 와서 생맥주 한 잔씩 마시고 집으로.... 
 
집에 오니 바지가랑이가 덜 말랐다. 아쉬워 막걸리 한 잔 더 하려는데 술냄새 난다고 한사코 못 마시게 한다. 그냥 씻고 자리에 들었는데 숨은벽을 걸었다는 뿌듯함이 꿈속으로 이어졌다.
오늘도 또 참 덥다.
또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싶다.

 

이 더운데 오늘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능선에서 만난 첫 소장서 표식

 

비가 내리니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안전쉼터에 도착했는데 그냥 통과 했다.

 

이런 돌계단이 주욱~~~~ 이어졌다. 국립공원공단의 표지가 얼마나 걸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옷이 비와 땀에 들러붙어 배가 나왔다. 저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노고산인가?

 

저 건너 구름을 지나 오봉과 도봉산이 솟아 있다.

 

영장봉이 구름 속에 있다.

 

해골바위를 돌아 올랐다.

 

전망이 좋은 너른 바위에서 같이 기념사진

 

독사진도 한 장 남기고....

 

구름들 사이로 고양시가 보이기에 얼른 셀카 한 장

 

백운대는 구름에 묻혔다.

 

이제 조금난 더 가면 숨은벽이다.

 

역시나 가까이 접하니 웅장하다. 보기 힘든 인수봉 옆구리도 보고....

 

비와 땀에 젖어 후줄근하다.

 

인수봉과 숨은벽. 좋다.

 

숨은벽에서 내려와 계곡에서 바로 만난 표지판

 

시원했다.

 

이 아래로 오니 눈에 익은 길이 나왔다.

 

입구에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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