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24 고봉산

PAROM 2024. 8. 25. 10:37

세월 때문인지 더위 때문인지 이번 8월은 북한산에 간 기억이 별로 없다. 3일에 삼천사계곡으로 가족과 가서 알탕했고 7일에 친구와 숨은벽능선을 오른 것 뿐이다. 주능선이나 남장대지능선은 근처도 가지 않았다. 이런 일도 있구나. 워낙 더웠어서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아예 들지 않았으니 어쩌랴. 
 
오늘은 종3에서 5시에 청송회 친구들 모임이 있다. 코로나 때 만나지 못한 한을 풀려는 듯 두 달 마다 만나고 있다. 50년 가까이 만난 친구들이라 그래도 늘 반갑고 신난다. 이 친구들을 북한산에 올랐다 내려오며 알탕하고 가서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 더위에 봉우리 한 곳에 다녀오면 쉰 냄새가 진동을 할 것이 분명했다. 알탕을 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비누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땀이 나면 데오드란트를 뿌려도 다시 쩔은 내가 나는 것을 알고 난 후엔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타는 것이 조심스럽다. 하여 오늘은 집 근처의 산에 다녀오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늘 25도를 넘던 새벽 기온이 오랫만에 23도란다. 오랫만에 느끼는 시원한 아침이다. 북한산에 다녀와 샤워를 하고 친구들 만나러 가겠다고 하니 아내 역시 동네 산에나 다녀왔다가 가란다. 배낭을 꾸리지 않고 벨트쌕에 버거 하나와 물 한 병 만 넣고 7시 반이 넘어 집을 나왔다. 날이 더워지기 전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늦었다. 뭐 땀으로 댓가를 치르면 된다. 
 
집 밖으로 나오니 덥다. 찻길을 따라 일산동고를 지나 황룡산 길을 올랐다. 숨도 차고 더워서 티셔츠 앞가슴이 젖어 온다. 산길을 오르는데 내려오는 이들이 무척 많다. 참 부지런한 이들이다. 황룡산 능선에 올랐는데 전화가 왔다. 아내가 같이 가잔다. 나오기 전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땐 싫다고 하더니 길을 모르니 내려와서 같이 가잔다. 물어서 오라고 하니 싫단다. 바로 금정굴을 지나 황룡산을 내려와 큰 찻길을 건너서 고봉산으로 들었다. 
 
무너진 돌계단길로 고봉정에 오르는 데 목에서 쇳소리가 난다. 그동안 등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 벌이다. 그 위의 나무계단을 오르는 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도 고봉산은 높지 않아서 조금만 참으면 된다. 헬기장을 지나자 헬기장을 묻던 젊은이가  발목에 묶은 모래주머니가 무거웠는지 뒤로 쳐진다. 숨을 몰아쉬며 서쪽 전망대에 먼저 올랐다. 어? 구름에 산 아래가 잠겼다. 동쪽 전망대도 구름 때문에 북한산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맑다고 했는데 비가 오려나?  
 
전망대에서 내려와 장사바위로 갔다. 늘 다니던 길이다. 잠시 앉아 쉬다가 영천사를 향해 일어섰다. 산모퉁이를 돌아서 콘크리트길이 나오면 그 근처 어딘가에 작은 토끼 세 마리가 살고 있다. 지난 번에는 못 봤는데 오늘은 보고 싶다. 길 위 산속에 한 마리가 보였다. 반갑다. 다른 애들이 궁금하다. 길 위 갈림길에 있는 칡즙 등등을 파는 가게에 들려 칡즙을 주문하고 토끼들을 물어보니 셋 다 잘 있고 한 마리는 내 뒤로 오고 있단다.  
 
여기 있는 토끼 두 마리는 부부고 검은 털 섞인 것이 숫놈이란다. 암컷이 나이가 더 많은데 몸집은 수컷이 컷다. 다른 누런색 토끼는 암컷인데 여기 있는 암컷에게 쫓겨나 장사바위 근처에 살고 있단다. 어릴 땐 셋이 어울렸는데 크니 영역에서 내몰린 것이다. 거세를 해서 산에 풀었는지 접을 붙는데도 새끼는 낳지 않는 단다. 칡즙가게 앞에서 수컷이 엎드린 암컷 머리를 다듬어 주고 있는 것을 보며 일어나 영천사로 내려왔다. 
 
이제 부지런히 걸으면 한 시간이면 집에 들어간다. 앞 사람을 따라 걷는데 간격이 좁혀지질 않는다. 더운데 힘 까지 드니 금방 지친다. 고봉산을 내려와 다시 황룡산을 오르는데 누군가가 따라온다. 잡히지 않으려 기를 쓰고 오르다 가슴을 보니 다 젖었다. 바람이 불면 좋겠다. 능선에 오르자마자 바로 일산동고 앞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얼른 내리막길로 내려섰다. 잡히지 않아 기쁘다. 이제 집까지 반 시간 정도 가면 된다.  
 
샤워를 하고 선풍기를 틀고 비스듬히 누웠다. 한숨 자고 친구들 만나러 나갈꺼다.

 

오늘은 저녁 모임이 있어서 집 근처의 고봉산에 간다.

 

황룡산 아래 공원에 공사를 한다는데 가림막만 해 놓고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황룡산 능선에 올라왔다.

 

금정굴

 

고봉산 입구

 

고봉정

 

고봉정 위의 나무데크 계단. 모두 103개였다.

 

서쪽이 구름에 가려졌다.

 

동쪽은 구름이 더 짙었다.

 

워낙 날이 더워서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데크계단

장사바위 앞의 쉼터

 

반가운 토끼 한 마리가 있다. 하얀....

 

영천사

 

이제 황룡산을 내려왔으니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