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25. 1. 4 보국문 - 대동문 - 아카데미하우스, 정 박사와

PAROM 2025. 1. 5. 07:34

이제 이촌에서 갈아 타서 용산역을 지나 집에 가는 중이다. 새해 첫 주말 산행을 정 박사와 함께 했다. 아침에는 무척 추웠는데 정오가 지나면서 날이 풀려 땀이 났지만 짧게 내려오는 길이라 일찍 끝났고 언젠가는 가겠다고 벼르던 인수재에도 들렸다. 
 
새해 첫날, 둘레길이지만 산길을 걸었기에 남쪽 봉우리에 오르려고 생각했다. 정 박사가 시단봉 아래 봉우리 제단에서 새해 첫날 시산제를 한 모습을 봤기에 굳이 제단을 찾지 않아도 될 터였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부지런한 아내가 아직 꿈속이었다. 오늘부터 며칠 간 출근한다고 했는데.... 깨우니 늦었다며 서두른다. 그러면서 내 먹거리까지 챙긴다. 참 대단하다. 난 9시에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8:22 차를 타면 된다. 
 
아내가 먼저 출근하고 난 시간을 보아 집을 나섰는데 걸음이 빨랐는지 앞 차를 탔다. 북한동 기온이 영하 10도인 것을 보고 이번 겨울 들어 처음 핫팩을 뜯었다. 곧 주머니가 뜨끈해 진다.
정 박사와 버스정거장에서 만나 바로 704번을 탔는데 올해부터 북한산성까지만 간단다. 뭐 나야 늘 그곳까지만 가니 상관 없다. 버스에서 내려 올라가는 길이 훤하다. 다른 때보다 한 시간이나 늦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춥다. 그늘이 진 산길이 추위에 잠겼다. 모든 것이 꽁꽁 언 듯하다. 계곡물도 반이 얼었다. 
 
오랫만에 같이 하는 걸음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 많다. 더구나 요즘 시국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젊은이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데 절대 공감이다. 말이 많으니 숨이 더 찬다. 사흘 전에 조금 걸었다고 이리 힘이 드나? 이러면 지리산 종주는 틀렸다. 정 박사는 종주를 여러번 해서 그런지 참 잘 걷는다. 
 
얼마전 인수재를 찾다가 인수재가 산을 내려와 시내에 새롭게 자리 잡은 것을 보고 얘기를 했는데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대피소로 올라가서 대동문으로 내려가려다 정 박사가 사흘 전에 걸은 길이라 보국문에서 가기로 했다. 지금 시즌이면 길이 눈에 덮여 발이 편해야 하는데 눈이 전혀 없으니 흔들리는 돌맹이를 밟고 비틀거리기 일쑤다. 계곡은 아직 춥다. 내일이 소한이니 당연히 춥다. 내일 눈이 온다고 했으니 산에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백운동계곡을 벗어나  보국문으로 오르는 길은 늘 힘겹고 어렵다. 흔들리는 돌들이 몸의 중심을 흔들어 더 그렇다. 4백 미터의 너덜 오름길. 내려오는 길도 힘들긴 마찬가지인 곳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닥만 보며 오르는데 해가 정면으로 비춰 험한 길이 잘 보이지 조차 않는다. 무릎을 짚어가며 힘겹게 올라 문을 지나 볕이 따스한 남쪽 벽 앞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11시가 훨씬 지났다.
배낭을 풀고 김밥과 빵, 커피, 녹차, 사과로 배를 가득 채웠다. 정 박사가 가져 온 곶감은 배가 불러 못 먹고 빈 그릇에 쟁여 넣었다. 북한산성과 보국문 개수 안내문에 '여장'이란 말이 있는데 한자로 표기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일본어 표기는 '계집 녀'를 썼다. 정 박사가 잡아 냈다. 잘못 썼으니 반드시 고쳐야 한다. 
 
보국문 옆 우리가 쉬었던 곳이 겨울 명당 중 한 곳이다. 볕은 따스하고 바람은 전혀 없는 곳. 다시 배낭을 꾸리고 성문으로 드니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성곽을 따라 
 
ㅡ탄현역이다. 내려야 한다. 
 
ㅡ샤워하고 막걸리 상을 펴고 앉았다. 
 
성곽을 따라 오르는 짧은 길이 힘들다. 꼭대기에 올라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오늘 걷는 길 중에서 전망이 좋고 높은 곳이다. 조금 더 걸어 칼바위와 형제봉이 구름 위로 나온 모습을 보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이 길은 느긋하게 내려가는 길이라 참 편하다.
대동문에 도착하니 늘 그렇듯 사람들이 많다. 문으로 나가니 더 많다.  진달래능선으로 바로 갈라지는 길이 막혔다. 지난 번 많이 내렸던 눈에 나무도 부러지고 길도 파였나 보다.  
 
이제부터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아카데미하우스까지 1.8키로니 당연히 가파르다. 대동문의 고도가 아무리 낮다고 해도 그렇다. 길을 따라 길고 끊임없이 가파르게 이어지는 쇠난간이 더 겁나게 만든다. 그래도 발디딤이 험해 겁을 먹었던 몇 구간은 데크를 깔아 놓아 여유롭게 지났다. 쇠난간에 의지해 험한 구간을 벗어나 얼음폭포 앞에 서니 평화로워 진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거다. 
 
곧 아카데미하우스가 오른쪽으로 나타나고 공원 입구가 나왔다. 새로 이전한 인수재를 구글지도로 찾아 갔다. 입구에서 조금 내려간 큰길 가에 있었다. 내장탕을 주문해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고 수유역으로 가서 안산행 전철로 이촌역으로 가서 열차 오는 소리에 죽어라 뛰어 가 겨우 얻어 타고 집으로....  에휴 정신 없다. ㅎ~~ 
 
올해는 정 박사를 따라 꼭 설악이나 지리산 종주에 도전해 봐야겠다.  ^^

 

자, 떠나자. 산으로!

 

계곡입구에 섰다.

 

수문자리에서 보는 원효봉

 

계곡폭포 상단에서 본 폭포. 얼었다.

 

역사관 앞

 

중성문 아래 계곡이 얼었다.

 

중성문. 겨울이라 잎이 다 져서 문이 훤하게 보였다.

 

산영루

 

행궁지 갈림길을 지나 나오는 계곡

 

정 박사가 보국문에 올라서고 있다.

 

보국문에서

 

대동문으로 가다가 뒤돌아 본 보국문

 

대동문으로 가는 성곽길

 

저 멀리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였다.

 

칼바위와 형제봉. 그리고 백악

 

대동문. 여기서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려섰다.

 

오랫만에 대동문 앞으로 나왔다.

 

급경사의 돌계단을 내려왔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한 장

 

산을 거의 다 내려와 있는 빙벽 앞에서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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