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4.11 보국문 - 행궁지

PAROM 2020. 4. 12. 08:25
어서 코로나19가 사그러들기를 바라고, 시원치 않은 허리가 좋아지길,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일할 선량들이 뽑히길 간절히 바란다. 
 
배낭에 과일과 빵 한 개, 물 한 병을 넣고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사전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하고 산으로 갔다. 코로나19 때문에 확실히 밖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지하철과 버스 모두 앉아서 다녔으니까.
그래도 봄이라 그런지 산에는 평소 보다 등산객들이 많았다. 그것도 떼로 몰려 다니는 이들이.... 
 
이제 교통사고로 팔꿈치 아프던 것은 거의 다 나았지만 허리는 아직이라, 늘 산길 들머리를 지나 한참 동안은 긴장이 되고 신경이 쓰여 배낭을 자주 고쳐 메고 걸음을 조심스레 떼게 된다.  
 
이제 산은 완전한 꽃밭이다. 꼭대기에는 아직 꽃몽우리가 피어 나고 있지만 그 아래로는 온갖 꽃들이 눈을 화려하게 해 주고 있다. 이 계절에만 누리는 즐거움이다. 
 
전에 늘 걷던 길을 걸으려다 바로 포기하고 보국문으로 올라 성곽을 따라 문수봉을 거쳐 남장대지능선에서 잠깐 쉬고 행궁지로 내려 왔다. 대피소로 올라 걷는 것 보다 1.4키로 가량 덜 걷는 길이다. 그런데도 힘은 더 들었다. 계속 그러면 낡아서일 것이다. 
 
산 아래 가게에서 산 막걸리 한 병은 남장대지능선 바위 위에서 쉬는 동안에 진달래 꽃잎 세 장을 띄운 잔으로 비웠다. 그런데 그 한 병이 과했는지 집에 와서야 술기운이 사라졌다. 술이 참 많이 약해 졌다. 
 
오늘 산행엔 인터넷으로 구입한 피엘 바지를 처음 입었다. 함께 산 셔츠는 날씨가 아닌 것 같아 다음 산행에서 입기로 했는데 소풍날 입을 옷을 산 것처럼 어서 입고 싶다.  
 
요즘 석달 전 교통사고와 코로나19 때문에 운동을 못해 전에 입던 바지들이 다 허리가 꽉 끼는데 오늘 입은 옷도 그랬다. 어서 몸을 바지에 다시 맞춰야 한다. 
 
새로 산 2인용 텐트도 빨리 사용하고 싶다. 어서 밖에서 편히 놀 수 있는 계절이 오길 바란다. 그때가 되면 야외용 모기장도 필요할 것 같다. 그것도 하나 사? ㅎ~~


백운대 갈림길. 올해는 꽃들이 함께 피지 않아 가득한 느낌이 별로다.

이제 곧 이 중성문도 나뭇잎으로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산영루와 선정비들. 저 선정비들 모두 임금에게 보이기 위한 것들이었고, 서민들의 고혈을 뽑아 만든 것이었겠다.

대피소 갈림길을 지난 다리 앞 풍경. 푸르름으로 덮여 가는 중인데 이 즈음의 색이 참 좋다.

드디어 주능선에 올랐다.진달래와 개나리 옆으로 칼바위가 보인다. 곧 잎에 가려지겠지.

삼각산 전망대. 오랫만에 이 자리에 섰다.

남쪽 전망대 꼭대기. 통행이 금지된 왼쪽 보현봉을 언제나 갈 수 있을까?

남쪽전망대. 앞의 형제봉과 그 뒤로 북악산 그리고 오른쪽 희미한 인왕산.북악 아래 청운동과 광화문에서 보낸 시절이 나를 만들었다.

앞의 주능선길을 지나 저 뒤의 문수봉을 넘었고 오른쪽 남장대지능선에서 쉬다가 끝으로 내려왔다.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삼각산.

이제는 이 바위길을 쉽게 내려가지만 처음엔 덜덜 떨었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 이제 문수봉까지는 한 번만 오르면 된다.

보수 중인 대남문을 배경으로....

문수봉에 섰다.

상원봉에서 보이는 의상능선. 먼지 때문인지 동네가 가려 있다.

이 장소를 내려가면 늘 쉬는 바위가 있다. 오늘도 그곳에서 쉬었는데 높은 곳에 앉은 바람에 바람을 맞아야 했다.

주능선. 아직은 칙칙한 색으로 보인다.

남장대지능선 끝자락. 의자소나무 가지 아래로 삼각산이 보인다.

행궁지. 이제 발굴과 복원이 많이 되어 공개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아래 계곡. 봄 색이 드는 중이다.

다 내려 왔다. 앞 버드나무 색이 짙어지면 봄이 끝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