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대지능선 상원봉 아래 너른 바위에서 (11:43)
참 여유롭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산에 사람도 별로 없다. 구름이 잔뜩 껴서 그늘을 찾을 필요 없이 늘 앉던 바위 위에 쭉 펴고 앉아 점심과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셨다.
내일이 산에 오는 날인데 친구의 작은 아이 결혼식이 있어서 미리 산에 왔다. 전에는 토요일에 일이 있으면 일요일에 왔었었다.
오늘 산에 올 줄 알았으면 어제 헬스장에서 근력운동만 했었을 텐데 빨리 걷기를 한 바람에 아직까지 다리 근육이 덜 풀렸다. 아공, 여기 바람이 부니 춥다. 바람이 안 부는 자린데....
어제 운동을 하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은 후 아내 심부름인 장을 봐 집에 가져다 두고 봉일천에 갔었다. 6월1일 부터 오후 시간에 일을 도와주기로 했는데 어찌할지 정하기 위해서였다. 그 일을 하려면 기계조작 등을 먼저 배워야 하는데 그건 다음 주에 이삼일 가서 배우기로 했다. 어려운 형편이라 최저임금 미만의 금액, 기름값과 막걸리 값만 받기로 한 거다.
그나저나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요즘 살이 쪄서 아침을 먹지 않고 운동하러 갔었는데 산에 갈 것이라 콩나물밥을 먹고 봉일천에서 갔다가 가지고 온 햄버거와 수박, 뜨거운 차를 한 병 넣고 집을 나섰다.
직장인들이 많은 평일 아침에 배낭을 메고 승객이 많은 전철을 타기가 미안했다.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오는데 몸이 더워지는 것을 느껴 계곡 입구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산객들이 별로 없어서 추월하거나 당할 일이 없다. 그런데 길에 매미나방 애벌레 천지다. 나무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매달려 있는 놈들도 많다. 아침 뉴스에서 봤는데 정말 많았다.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밟은 것만 50마리가 넘었다. 다행스럽게도 매미나방 애벌레들은 용학사 위에서부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 이자리 참 편하고 조용하고 한가롭고 경치 좋다. 저 산 아래에서 들리는 전기톱인지 소리만 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 웬 파리가 이렇게 크냐? 거의 1.5Cm는 되는 것 같다. 수박을 먹었더니 벌들도 자주 와서 빙빙 돈다.
이 능선을 오르면서 다른 때보다 많이 멈춰서 숨을 골랐다. 힘들게 오른 보답을 해 주는지 철쭉이 아직 반겨주었다. 다음주엔 철쭉은 보기 어렵겠고 이제 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병꽃나무 꽃만 있겠다. 산길을 따라 병꽃나무 꽃이 천지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일어나야겠다. 참 오랫만에 산 위에서 여유를 즐겼다. 다음 주부터는 막걸리도 마실 수 있으니 신났다.
이제 문수봉으로 해서 내려가자. (12:32)
집이다. (19:00)
산에 꼭 6시간을 있었다. 점심식사하면서 1시간을 푹 쉰 덕분이고 산길을 덮은 매미나방 애벌레를 잡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실은 내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일 것이다.
점심을 먹고 푹 쉬고 일어나 문수봉으로 갔다. 평일인데도 문수봉엔 사람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계속되어 그런지 삼각산이 뿌옇게 보였다. 이렇게라도 보이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두 번은 구름 속이라 아예 보이지 않았으니까.
대남문에서 내려갈까 하다가 조금씩 더 걸은 것이 결국 대피소까지 갔다. 대피소에 가면 거의 쉬다가 내려왔는데 오늘은 남장대지에서 충분히 쉬었기에 그냥 바로 내려왔다.
부왕동암문 갈림길에서부터는 땅을 보며 걸었다. 발로 매미나방 애벌레를 잡느라 비벼댔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스꽝스러웠겠다. 내려올 때는 칠십몇까지 세었다.
역사관 앞에서 잠시 쉬었는데 그곳도 벌레들이 점령한 상태여서 오래 있지 못하고 계곡으로 내려섰다.
산을 내려오니 많이 피곤했다. 이제 내일 하루만 약을 먹으면 되니 막걸리를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좋은 날을 위하여 쉼터를 그냥 지나 집으로....
씻고 저녁을 먹고 나니 피곤해 졸립다.
수구문 자리 위에서 본 원효봉. 비가 온 후라 계곡물이 참 맑았다.
수암사. 마당을 골랐다. 곧 준공이 된다는 야그다.
폭포. 제법 시원하게 물을 쏟아내고 있다.
큰바위 얼굴. 잎이 나와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능선으로 오르는 첫번째 암릉 위에서. 이거 옆으로 돌리는 방법을 알아서 고쳐야겠다.
사진이 뒤집어졌는데.... 어디서 찾아봐야 하나?
남장대지능선엔 아직 철쭉이 남아 있다.
내 점심자리에서 본 보현봉과 문수봉
의상능선과 원효봉, 염초봉, 삼각산이 사진 안에 다 들어왔다. 상원봉 아래에서 본 모습이다.
청수동암문 위의 상원봉
문수봉에서부터 이어지는 구기동계곡. 아래에 문수사가 있다.
문수봉에 왔으니 증명사진 한 장 찍어야지.
대남문 지붕이 보이는 것을 보니 보수공사가 끝났나보다.
대성문에서 보국사로 가다가 고개를돌리면.......
남쪽전망대 앞에서 본 보현봉과 문수봉
북쪽전망대. 나무가 자라서 전망을 가린다.
대동문. 평일이라 산객이 많이 않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동장대에서 대피소에 이르는 길.
대피소.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인적이 없다.
여기서 백운대를 본 것이 얼마만인가? 다 내려왔다. 6시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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