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배낭을 메고 산길을 오르니 그냥 물이 흐른다. 이젠 여름, 한여름이다.
매주 오는 산이지만, 지난 한 주 고생을 털어내고 기분 전환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당당하게 배낭을 꾸렸다.
여름에는 배낭에 여벌 옷, 돋보기, 이어폰, 썬그라스, 위장약, 후래쉬, 칼, 휴지, 물티슈, 플라스크, 통조림, 차와 커피, 비닐 봉지, 방석, 1인용 방석 겸 자리, 과자와 사탕 두어 개가 늘 있고(정리할 겸 적어 보았다) 새로 챙겨 넣는 것이 물과 과일 그리고 점심거리인데 오늘은 어제 가지고 온 샌드위치였다.
지난주와 다르게 오늘은 교통이 바로바로 연결되었다. 산으로 가는 주말버스엔 승객이 발디딜 틈이 없이 탔다.
요즘 산에 들어서면 젊은이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취미가 건전하게 바뀐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일단 젊은이들이 산에서 걷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니까.
오늘도 많은 무리의 젊고 발랄한 이들이 산에 들어왔는데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하철에서 눈비돌의 전화를 받았다. 산에 가려고 출발했단다. 11시에 보국문에서 보기로 약속을 했다. 내가 조금 서둘러야 될 것 같다. 대성문을 들려서 가려면 빨리 걸어야 할 터이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뜨겁고 덥고 숨이 차다. 게다가 고관절 주위 근육이 아우성이다. 지난 화요일 아침에 헬스장에서 너무 빨리 걸어서 이상이 온 것이다.
계곡이 말랐다. 비 같지 않은 비가 와서 그런지 길에 먼지도 많다. 계곡길에서 자연탐방로로 방향을 틀어 걸었다. 그리고 힘도 들고, 땀도 나고, 목도 말라 역사관 앞에서 잠시 쉬며 숨을 고른 후 보국문을 향해 출발. 그사이 버스에 같이 탔던 젊은이들이 도착했다.
계속 힘이 들고 고관절이 뻐근해 많이 걸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대성문을 목표로 잡았다가 남은 시간 안에 갈 수가 없어서 바로 보국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시간 눈비돌은 이미 칼바위를 넘어 보국문에 도착해 전화를 했다.
보국문까지는 4.5키로다. 너무 짧아 조금 더 가서 쉬기로 했다. 그래서 대동문으로 갔고 문 아래 공터에서 배낭을 풀어 점심을 먹고, 하산주를 종로5가 백제정육점이나 광장시장에서 하려고 아카데미하우스 앞으로 내려 갔다.
아직 산에 매미나방 애벌레가 많다. 내려오다가 보니 낙엽수에 많은 애벌레가 말라 붙어 있었다. 두 번 가려움에 고생했던 터라 만지기는 물론 밟지도 않았다.
4.19기념탑으로 내려오는 길은 1.9키로 밖에 되지 않지만 대신 쇠줄난간이 무척 많다. 즉, 험하다는 얘기다. 눈 망막에 막이 쳐져 잘 보이지도 않는데 험한 길로는 다니지 말아야겠다.
같이 하산한 눈비돌이 피곤해서 하산주를 못 하겠다며 그냥 집에 가겠단다. 혼자 광장시장에 들려 간단하게 빈대떡 한 장 부치려다 충무로역에서 환승하여 그냥 집으로 왔다.
집앞 편의점에서 막걸리 한 병 사서 들어오는데 뒤에서 아내가 부른다. 집에 막걸리 있는데 왜 또 샀냐며 잔소리다. 언제나 내맘대로 잔소리 듣지 않고 살 수 있을 지.
찬물에 샤워하고 막걸리 한 병 마시고 나니 나른하고 졸립다. 이게 또 다른 재미다.
집 앞.
계곡 입구. 밤꽃이 만개했다.
대서문. 가끔은 자연관찰로를 지나 이길로 오르내린다.
북한동 역사관.
중성문 아래 계곡. 물은 있지만 흐르지 않았다.
이제 잎이 무성해져서 중성문이 겨우 보인다.
산영루. 어제 같이 힘든,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 날은 이 앞 계곡에서 발 담그고 쉬는 것이 더 낫겠다 싶다.
보국문. 참 힘들게 헐레벌떡 올라왔다.
보국문 위. 저 뒤로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인다.
칼바위. 저곳으로 한 번 내려가고, 두 번 올라온 기억이 있다.
대동문. 오늘은 이 문으로 내려가다가 배낭을 풀렀다.
찻길까지 1.9키로의 가장 짧은 길.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길에 쇠난간도 가장 많고.
눈비돌과 증명사진. 저 아래 아카데미하우스가 보인다.
산 입구.
공원 밖으로 나와서 뒤돌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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