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을 가족과 임진강가에서 보냈다. 아들이 결혼한 후 모두 모여 밖에서 고기와 생선을 굽고 논 것은 처음이다. 그 피곤함과 정리를 하루가 더 지난 이제야 끝낸다.
비가 오려고 꾸물대는 하늘에도 불구하고 타프를 믿고 집을 나서 어유지리를 지나 예전에 마포교가 있던 강가에 도착했다. 비가 와서 땅이 질척한 데도 차가 꽤 많았고 드나드는 차량도 무척 많았다. 근교에 물가에서 불을 피울 곳이 많지 않으니 사람들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강가에 도착하니 비가 와서 다 진자리 뿐이다. 다리 아래쪽으로 가니 모래밭이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차는 미끄러운 곳에서 흙이 튀어 엉망이 되어 있었다.
22개월 지난 나온이는 돌아다니며 물웅덩이에도 들어가고 땅도 파고 풀도 뽑고 정신이 없다. 아내와 며느리, 딸이 번갈아 쫓아 다니느라 바쁘다. 그저 보고 있으면 흐뭇하여 입꼬리가 올라간다.
짐을 차에서 내린 후 먼저 학교에 있을 때 사서 쓰다 오랫동안 그냥 두었던 바베큐그릴에 산에서 주워왔던 한웅큼의 솔방울을 넣고 숯을 올린 후 토치로 불을 붙였다. 숯이 펑펑 터져 깜짝 놀랐는데 이 또한 오래된 기억 속에 있었던 것이라 반갑기도 했다.
배가 고파하는 식구들을 위해
목살부터 넣고 뚜껑을 덮으니 잠시 후 고기 익는 냄새가 올라 온다. 닭꼬치도 서둘러 그릴 안에 넣어졌다. 잔 불에는 고등어와 붉은 볼락이....
오는 길에 하늘이 여러번 바뀐 것을 보았고 서쪽에서 먹구름이 오는데다가 비가 조금씩 듣기 시작해 서둘러 타프(국제상사 재직시절인 1980년대 중반에 사내구매한 PRO_SPECS로 폴 하나는 휘었고 비가 오니 물 고임이 생기며 샜다)를 쳤다. 딸과 아들은 타프를 제대로 세우는데 신이 나 고기 굽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식구가 여섯이나 되니 고기 한 근이 한 젓가락질에 사라진다. 솥뚜껑에 고기를 구우려니 버너에 잘 맞지 않아 큰 돌을 주워 받침으로 사용해 버섯과 쏘세지를 구우니 그럴듯한 맛이다.
모두 모여 얘기하며 먹을 기회가 없이 그냥 각자 알아서 해야 했다. 6명이 이리도 많은 줄 몰랐다. 22개월 짜리가 가장 바쁘고 손이 많이 갔다. ㅎㅎㅎ
아들 식구들은 막걸리 근처에도 못 왔는데 둘째가 두 달 후 태어나면 그 보상을 받을 것이다. 아들 덕분에 밖에서 고기 안주에 한 잔을 했으니 내가 고마워 해야지. 아들이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것도 얼마나 고마운지....
비가 내리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니 식사를 마치고 더 오래 있기 힘들어 한다. 라면을 끓여 먹고 나니 새우 등 뜯지도 않은 음식들이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그럼 가야지.
내가 막걸리잔을 앞에 놓고 있는 바람에 짐을 다시 정리해 싣는 것은 아내와 아들 몫이 되었다.
비에 젖은 무거운 천막은 50리터짜리 쓰레기봉투에 담기고 그릴은 분해되어 재활용 철재함에 들어갔다. 의자와 다른 것들의 정리는 집에 와서 바로 했고 세차는 다음날 한 것으로 모두 정리.
비가 오더라도, 아니 맑은 날 다시 가고 싶다. 다음엔 더 좋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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