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들어 운동량과 무게, 거리를 줄였더니 몸이 그 줄은 것에 바로 적응을 했다. 쉽게 줄일 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밤에 대선에서 제일 되지 않아야 되겠다 생각한 사람이 되는 바람에 이놈저놈 다 욕하다 완주한 이의 페북 글에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댓글을 달았더니 어떤 젏은 넘이 "니"라고 댓글을 달아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댓글놀이 하느라 열도 받고 피곤도 하다. 익명에 숨어서 아무에게나 욕하는 짓은 말아야 하는데....
댓글놀이에 배낭 준비가 늦어 등산화 끈을 매고 시간을 보니 7시 42분이다. 탄현역까지 뛰어가고 신호에 걸리지 말아야 48분 차를 탈 수 있다. 부지런히 걸어 횡단보도 앞에 오니 46분이다. 늦었다. 경기도 버스요금 오르고 처음 600번을 타고 대화역으로 갔다. 오랫만에 대화역으로 오니 어리둥절하다.
산에 들 때까지 내내 기분이 나쁘다. 그래도 산에 왔으니 이 정도지 집이나 헬스장에 갔으면 더 터질뻔 했다. 8772번에서 내려 배낭을 바로 메고나니 앞으로 걸을 산길에 힘들 걱정이 앞선다. 다 간 밤에 딴 짓한 죄다.
계곡에 들며 이어폰을 끼려고 하는데 작은 산새가 뭐라 말을 건다. 쫑알거리는데 뭐라는 거지? 이제 봄이라고? 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맙다.
계곡을 덮었던 얼음은 이제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려가고 있었다. 그래, 이제 한 달도 되기 전에 아니 며칠 더 있으면 매화와 생강나무꽃이 피겠지. 겨울이 다 갔으니 나도 옷을 가볍게 바꿨다. 그런데 산에서 부닥친 몇몇은 벌써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다. 하기야 눈밭인데도 반팔 차림인 이를 봤으니....
역사관 앞에서 켑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배낭엔 지난주에 입었던 아크가디건이 고이 들었다. 추우면 입으려고 했는데 짐만 되었다. 당연히 가벼움을 추구해야 하지만 간절기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숫한 경험을 통해 알기에 무거움을 감수했다. 대신 더 무거운 아이젠은 뺐다. 스틱으로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픈줄 모르겠다. 이 나이에 아내와 반찬 갖고 싸우고 삐져서 하는 짓이 유지하지만 치사찬란한 자존심이 나를 잡아 당기는 바람에 손수 식빵 두 조각에 잼과 채소, 치즈 하나 넣어 비닐봉지에 넣고 그냥 집을 나온 바람에 굶었다. 그런데, 이러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려나? 하긴 며칠전에 아침 한 끼 굶고 운동한 후 저울에 올라갔더니 1키로가 줄긴 했었다. 우리들에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제일 좋을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이젠 마스크 끼고 산길을 걷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갑갑하고 숨이 막혀 자주 벗게 된다. 마주치는 이들 중 반도 넘는 이들이 마스크가 없다. 이제 오미크론이 우습게 되었단 얘긴가?
지난주에 행궁지에서 대동문까지 걸었으니 오늘은 반대로 짧게 걷자고 마음을 먹고 갈림길을 지나 대피소로 오르는데 어린(젊은?) 여성 두 명이 계속 쫓아온다. 떨치려 빨리 오르는데 간격이 좀체 벌어지지 않는다. 죽어라 땀만 나고 발은 무거워 온다. 겨우 대피소에 먼저 올랐다. 8백 미터를 오르는 동안 생고생을 했다.
대피소에 도착해 배낭을 벗고 엉덩이를 붙이려는데 이 아가씨들 벌써 뒤쫓아 올라와 내 옆에 자릴 잡는다. 물 마시려고 마스크를 벗을 때 보니 내 딸 정도 되어 보인다. 나도 마스크는 왠간하면 그냥 쓰고 다닐까?!
물 한 모금 마시고 땀이 식기도 전에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대동문으로 가는 길의 첫 구비를 돌면 내가 북한산에서 걷기 제일 좋아하는 길이 나온다. 이계절엔 낙엽을 잔뜩 이고 새싹을 기다리는 길과 녹색 한 점 없이 짙은 회색의 나무들만 죽치는 곳이다.
봄이 가까워졌으니 내게 여유가 생겼나보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여기저기 둘러본다. 바삐 걷기만 했던 길들이었는데.
마주치는 이들이 많다. 날이 풀리니 산에 오는가 보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다. 좋은 일이다. 노인네들에게 제일 좋은 운동이 등산이라고 얼마전에 보도가 되었으니 등산은 모두에게 다 좋은 거다. 특히 나에겐 더욱 더.
보국문에서 더 갈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아서 계곡으로 내려섰다. 이곳을 내려오는 길은 낙엽이 발을 삼킨다. 삐죽삐죽 나온 바위와 돌들이 안 보인다. 미끄러져 자빠지진 않았지만 몇 번을 휘청거렸다.
그리고 정오가 되기 전에 행궁지 갈림길의 바위 앞에서 샌드위치를 우겨 넣고 하산. 역사관 앞도 그냥 지나쳐 자연산책로로 내려오니 최근 들어 쫌 빨리 걸은 듯하다.
이대로 집에 가서 막걸리 한 병도 좋지만 간밤의 사건을 지우거나 더 벌이거나 할 생각을 정리하려 쉼터인 들꽃에 들렸다.
그런데 아직까지 사과를 하지 않네. 내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이 개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되는데.
조금 늦었오도 출발은 기록해야지....
계곡 하류. 얼음이 군데군데 남았다.
꽁꽁 얼었던 폭포도 바위가 많이 보였다
웬지 봄이 든 느낌이다. 푸른 이끼 때문인가?
산영루 앞 계곡의 와폭얼음도 구멍이 숭숭 났다.
대피소로 오르는 길. 얼음으로 덮였던 곳인데 징검다리가 드러났다.
드디어 대피소에 올랐다.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대피소 앞 마당은 여전하다.
대피소에서 동장대로 가는 길. 한 구비를 돌면 나오는 걷기 좋은 길이다.
동장대에서의 조망
대동문으로 내려가는 길. 낙엽이 많아 조심해야 된다. 자칫 넘어지면 저 아래까지 빨리 간다. 물론 바로 일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대동문에서 보국문으로 가는 초입. 봄이면 온갖 색으로 화려한데 지금은 회색이 짙어 우중충하다.
칼바위로 넘어가는 길. 여기 참 불편하다.
칼바위와 형제봉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 청석으로 쌓은 축대가 있는 편한 길
이제 내려가면 바로 보국문이다.
증명사진
보국문 앞의 이정표
보국문 위에서 본 청수장 방향
계곡으로 내려서다 뒤돌아 봤더니 길이 없다. 낙엽이 너무 많이 쌓였다.
지난주에만 해도 얼음으로 덮였던 곳인데 흔적만 남았다.
계곡에도 얼음이 많이 녹았다.
바위가 먼저 더워졌는지 닿은 곳부터 얼음이 녹았다.
내려가는 길가의 억새밭. 억새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경리청상창지 앞길
계곡을 건너는 길의 얼음이 발길에 까맣게 되었다.
행궁지 계곡의 얼음. 이곳의 얼음이 가장 늦게까지 남는다.
얼굴모양 바위. 이제 싹이 나기 시작하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바위 아래는 늘 족욕하는 사람이 많던 곳이다.
백운대 갈림길
자연관찰로 쉼터. 벌레들 나오기 전에 평상 위에서 쉬어봐야겠다.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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