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산행기를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잔소리는 누구나 싫어 할 거다. 내 산행기를 보고 잘못했다며 듣기 싫은 얘기를 계속하니.... 글을 거의 보지 않는 이가 그러니 누가 얘기했을 것이다. 공개된 글이니 원망하기도 그렇고 참 난감하다.
그렇다고 픽션을 쓸 수도 없고. ㅠㅠ
전날 저녁부터 내린 비가 아침에도 계속 내린다. 일기예보에는 11시까지 내리는 것으로 나왔다. 오늘은 쉬고 일요일에 산으로 갈까 생각했지만 지난주 일요일에 산에 왔었는데 월요일 새벽에 운동하러 가니 피곤이 풀리지 않아 힘이 들었고 일주일 내내 개운함이 없어서 빗속에 조금만 걷고 일요일은 푹 쉬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하던 일을 중단하고 배낭을 꾸렸다. 지난주에 잃은 아이젠 대신 새 아이젠을 넣고 우산, 비옷, 물 한 병, 뜨거운 녹차 한 병, 쵸코렛 세 알 넣고 끝. 점심거리는 뺐다. 만들기도 귀찮고, 빗속에서 먹을 곳도, 마음도 없을 것 같아서 였다.
평소보다 100분 정도 늦게 집을 나와 우산을 들고 역으로 가서 계단을 오르는데 열차가 들어온다. 2분만 일찍 나올 걸. 다음 열차는 여섯 역 뒤에서 오고 있고 9시 11분 탄현역 도착이다. 환승하러 가는데 백석에서 출발해 대곡에 접근 중이란다. 다음 열차를 탈까 하다가 가뜩이나 늦었는데 더 늦기 싫었다. 뛰어 가서 열차를 간신히 탔는데 바로 출발을 않는다. 기관사가 뛰는 이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참 고마운 분이다.
늘 내리던 구파발역을 그냥 지나치니 기분이 묘하다. 구파발에서 내려 이말산부터 걸을까 하다가 빗속이니 둘레길이나 걷자고 마음을 바꿔 불광역에서 내렸다. 역을 나가려 밖을 보니 비가 많이 온다. 역 안으로 돌아와 비옷을 입고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펴들고 밖으로 나갔다. 불광사로 가는 길이 비 때문인지 꽤나 멀고 가파르게 느겨졌다.
불광사를 지나 내려가는 길가 바위틈에 진달래 두 그루가 꽃을 피웠다. 아, 벌써 봄이구나. 집앞에서 본 산수유꽃과 새싹들도 봄을 알리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비가 와서 그런지 둘레길을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불광중학교까지 10명도 만나지 않았다. 공원에서 비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땀에 젖는 것이 비에 젖는 것보다 좋지 않아서였다. 불광중학교를 지나서 부터는 비가 약해져서 그런지 다니는 사람이 가끔씩 보였다. 길은 비에 진창이 되어 사방으로 흙탕물을 쏟아내고 있다. 기자촌 위의 전망대에서 물 한모금을 마시고 우산을 접었다. 그리고 보이는 노란 개나리군락. 아직은 덜 피었지만 하루이틀이면 만개할 것 같다. 이제 봄을 즐기란 자연의 말씀이다.
불광사부터 한옥마을 입구 굴다리 앞까지는 계단이 참 많다. 그래서 그냥 산길보다 힘이 더 든다. 게다가 오늘은 비까지 오고 있다. 부슬비에 젖은 티셔츠가 무거워졌다. 국도에서 벗어나 백련사를 향해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었나 싶을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의상봉으로 가는 입구를 지나며 오래전 이 길을 같이 걸었던 이들이 생각났다. 셋이 걸었었는데 한 명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참 착한 이였는데.
길 저 앞에 북한산초등학교가 나무들 사이로 보였다. 북한산성 입구에 다 왔다. 그런데 힘이 무척 든다. 그만 걷고 쉼터에서 쉬다가 갈까 하다가 조금 더 걷기로 하고 효자동으로 가는 다리를 건넜다. 밤골입구까지 2키로만 더 걸으면 된다. 그러나 길이 큰 길로 나오고 나서 더 걷기를 포기했다. 큰길을 따라 걷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고 춥고 배도 고파왔다. 길 건너에 눈에 많이 익은 간판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정거장 옆에 있던 포장마차 이름이었다.
오늘은 밤골까지, 아니 송추까지 가려다 늦게 나왔고, 비도 왔고, 힘도 들어 효자동에서 마치고 집으로 왔다. 더운 물에 샤워를 했는데도 개운하지가 않다. 그래도 아침에 비 오는 김에 베란다 밖 창을 닦아 놓으니 밖이 잘 보여 좋긴 하다.
그런데 불광역에서 앉지도, 쉬지도 못하고 죽어라 걸어 150분이 넘게 걸렸는데 동수하고 일규.재용이는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걷는 거야?
봄이 되었으니 그동안 입던 켑자켓 대신 감마MX로 갈아 입었다.
집앞 산수유도 꽃을 피웠다.
불광사 위에 핀 진달래
둘레길 들어 처음 만난 전망대. 비가 오는 중인데도 사람들이 있다.
전망대에서 본 은평구
불광중학교 옆에서 둘레길로 올라가는 길
둘레길 걷는 중 처음 산이 보였다. 아직 비는 부슬부슬 내렸다.
예전에 기자촌 자리.
비가 내리는 중에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나리가 반기고 있다.
이 옆길을 여러번 지나다녔는데 처음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다.
진관사로 가는 길
백화사
북한산초등학교가 나무들 사이로 보였다.
산 입구. 저 길로 걸어 들어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기에는 힘이 너무 빠졌다.
다리 앞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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