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의 친구들 모임이 분기별로 이어지는 데 이번엔 농협수련원의 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양양 오색그린야드호텔을 예약했다. 일 년 전에 미리 날짜를 잡아 놓았기 때문에 전날까지 다른 일이 생긴 세 명을 제외한 5명만 가게 되었다.
백석 터널나이트 앞에서 한 명을 태우고 광나루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9시보다 조금 늦었다. 일행을 다 태우고 경춘고속도로를 경유해 홍천과 원통을 지나 한계령 갈림길에 도착하니 비가 눈이 되어 내리기 시작한다. 1년 전에도 한계령을 올라가려다 눈 때문에 돌려 나왔기 때문에 이번엔 그냥 미시령터널 방향으로 달렸다. 창 밖의 풍경이 온통 하얗다. 하얀색 가운데 검은 도로가 나 있고 하늘은 물론 산이며 집이며 들이 모두 희다. 미시령터널을 나가니 눈비가 그쳤다. 아니 영동지방이라 눈이 오지 않은 것 같다.
점심 때가 되어서 속초중앙시장을 찾아 들어갔다. 몇 년 전에 왔던 시장이 아니었다.재개발이 되었는 지 옛날 가게들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서 순대국집이 많은 골목을 찾아 그 중 가장 좋아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예측이 엇나가지 않아 맛있고 기쁘게 먹을 수 있었다. 시장의 명물인 만석닭강정을 산 후에 수산시장에서 우리가 사려는 해산물을 구할 수가 없어서 주문진시장으로 가기로 했다.
바다에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이제껏 본 파도 중에 가장 높은 파도인 것 같다. 하얀 포말이 해변에서 백미터도 더 멀게 일어나는 것 같다. 주문진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항구 옆의 어시장으로 가서 골뱅이, 양미리, 도루묵을 사고 재방어(부시리, 히라스)를 회 뜨고 음료와 저녁거리를 사러 에이스마트에 갔다가 열쇠를 차에 두고 문을 잠그는 바람에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13,000원을 들여 문을 열었다. 마트에서 장을 다 보고 오색으로 가서 동관의 506호 콘도를 배정 받았다. 숙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중에 서울에서 속초로 내려온다는 회장의 여자친구들이 그냥 속초에 있겠다는 바람에 역시 우리 모임은 순수하다고 자위하면서 취해 쓰러질 때까지 사간 술을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온천을 하기 싫다는 한 명을 빼고 호텔 지하에 있는 온천에 가서 땀을 빼고 올라오니 11시가 넘어 방을 빼야 된다고 했다. 방을 청소하고 짐을 들고 나와 차에 싣고 오색약수로 가서 약수를 한모금씩 마시고 속초를 향했다. 하늘이 맑아 눈 쌓인 산이 정말 멋있다. 특히 대청봉과 울산바위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운전 중이라 못 찍은 것이 못내 아쉽다. 점심 때가 되어 양양의 단양면옥에서 시원한 물냉면으로 배를 채운 후 일성콘도에서 회장 친구 두 명을 차에 태워 서울로 올라왔다. 천천히 왔어도 됐는데 요즘의 운전행태와 달리 너무 달렸다. 삼성역에 5명을 내려준 후 밀리는 강변북로를 지나 백석에다 한 명을 내려준 후 집에 오니 거의 6시가 되었다.
2012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이제 나는 이달까지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이번 모임에서 친구들 생각을 물어볼 요량이었는데 그 얘긴 한마디도 못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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