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집에 있는 바람에 처남이 농사 지으러 가자고 하는 말에 핑게를 댈 수가 없었고, 집에 있느니 바람도 쐬고 시간도 죽일 겸 일주일에 한 번씩 따라나선 것이 3월 20일이었으니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동안 열무는 수확을 한번 하고 오늘 다시 씨를 뿌렸고 시금치와 파도 오늘 솎아 냈다.
씨를 뿌린 상추와 들깨, 쑥갓, 콩, 팥은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모종을 사다 심은 가지와 고추, 오이, 토마토, 호박, 완두는 커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수확은 장마가 지나야 될 모양이다. 밭에다 심지 않고 저절로 난 것 중에서는 돌미나리, 질경이, 쑥을 여러 번 뜯어다 먹었다.
처음에는 밭에 난 나무를 베고 가시덤불도 베어냈고 풀만 무성했던 원두막 옆의 밭을 일궈 몇가지 먹거리를 심게 되었고 이제 풀매고 수확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처남과 나의 역할이 완연히 다르다. 우선 요깃거리는 처남이 무조건 다 가지고 온다. 내가 공덕동으로 가서 처남 차를 타고 간다. 가면 처남은 주로 묘목을 돌보는 일과 퇴비를 만드는 일을 하고 나는 야채를 가꾸는 것과 먹거리 채취를 맡는다.
원두막 안에다 텐트를 쳐 놓았다. 정말 오래된-국제상사 시절에 산-텐트다. 거의 20년 가까지 사용하지 않았는데 사용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오늘 가서 보니 지난 번에 다녀간 후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모양으로 텐트가 폴대가 일부 떨어지고 옆으로 돌아 있었다. 언제 날 잡아서 텐트에서 자 봐야겠다.
먹거리를 조금씩만 심어서 풍족하게 수확하진 못하고 맛만 보게 하는 수준이다. 많이 수확하면 아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텐데 아쉽다. 밭을 조금 밖에 만들지 못했고 여러가지를 심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오늘은 들깨와 상추를 모종 냈는데 제대로 살는지 모르겠고 산다고 해도 언제나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월요일인 28일에 인크루트에 이력서를 올렸는데 두 곳에서 인터뷰 하자고 연락이 왔다. 만약 직장에 다시 나가게 된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나 갈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을 다시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마눌과 둘이 집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이력서를 쓰게 되었다. 어찌 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