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술

8.16 계곡에 발 담그러.....

PAROM 2013. 8. 17. 07:48

지난 주에 등산을 같이 가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고 이틀을 연기한 후에 어제 친구들과 북한산 계곡에 잠깐 발을 담그고 막걸리 한 잔 씩 마시고 왔다. 혼자서 다니는 등산이 부러운 것이 아닐텐데 페북이나 카스에 올리는 사진을 보고 언제 같이 가자고 말로만 했던 것이 드디어 실행이 되었다. 하지만 일행 중에 무릅 때문에 높이 올라가는 것이 걱정인 친구가 있어서 무리하지 않게 본인이 갈 수 있는 곳 까지만 갔다. 그러다보니 용학사 아래 계곡에 자리를 잡고 가져간 먹거리와 막걸리를 모두 비운 후 북한동으로 다시 내려와 식당에서 빈대떡과 코다리찜으로 막걸리 잔을 비웠다.

 요즘 무더운 날이 계속되어 걱정이었는데 다행이 산자락 그늘로 들어가지 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틀 전에 왔었다면 뙤약볕으로 고생을 더 했을텐데 구름이 많이 끼여 걷기에 훨씬 좋았다. 꼭대기에 몰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의 모임은 등산만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함께 있느면서 떠드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운 것이었기에 그런 아쉬움은 쉽게 묻혀질 수 있었다. 식당에서 먹는 동안에 내린 한차레의 소나기가 더욱 시원함을 주었다. 다만 요 연 이틀 폭락한 화일주식 걱정과 지난 술자리의 아쉬움- 그로 인해 심각한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되지만- 그리고 술로 인한 건강 근심이 마음 한켠을 내내 어둡게 했지만 만나면 즐거운 이들로 인해 그런 걱정근심도 쉽게 잊혀졌다.

 깊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일들로 인해 아직 직장에 남아 있는 이들의 마음 고생이 짐작이 된다. 교수던 학생이던 직원이던 많은 사립학교에서는 설립자 이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단지 그에 빌붙은 사람들이 권력자들의 힘을 이용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뿐.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추운 곳에서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 남들보다 돈 몇 푼 더 받고 뒷자리에 앉고 단상에 올라가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고 예전에 했던 말을 뒤집고 안면을 바꾸는 일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하나. 내가 이런 일들을 위해 그런 노력을 기울였나 하는 허탈감이 밀려온다. 좋은 분들의 마음 고생이 심한 것은 헤어진 뒤 보내온 한 통의 문자가 확연히 보여줬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싫으니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공개하지 말라고.

 친구들과 어울려 웃으면서도 속까지 맑아지지 않은 것은 여러가지 힘든 이들의 사정 때문이었다. 밝은 날이 어서 오기만 기다릴뿐 어찌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 담당자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으니.

그래도 맑은 친구들은 있고 힘센 이들도 세월과 함께 반드시 먼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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