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종합건설에 근무했던 또래의 친구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서 만난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이번에는 매분기 첫 토요일과 일요일에 갖던 모임을 추석 때문에 연기를 해서 이날 다녀오게 되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 모임은 순수하게 술만 마신다. 지금까지 수십 번을 만났지만 화투나 카드를 한 번도 만진 적이 없고 여자들-부인까지 푀함-도 없었으며 그 흔한 노래방도 딱 한 번 속초 농협수련원에 숙소를 잡았을 때 지하에 있던 곳에 간 것이 전부로 오로지 한 가지 술 마시는 일에만 몰두했다. 물론 우린 술 마시기 까지의 과정에 충실하다. 물고기를 잡거나 사서 충분한 안주거리를 준비하는 것이고 한 끼 이상은 꼭 해먹는다. 처음엔 박스로 마셨던 술이 이젠 낱 병으로 변하고 오로지 소주에서 소주와 맥주, 막걸리로 변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이젠 멤버들의 경조사가 부쩍 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이들이 결혼을 한다고 청첩이 온다. 세월이 흘러 내 차례가 다가온다는 신호다.아픈 것은 무서워해도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모두들 없는 것 같다. 스스럼 없이 웃으며 죽음에 대하여 얘기들을 하니 말이다. 친구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살다가 편안하게 근심없이 돌아가길 바란다.
만리포까지 집에서 200Km 조금 덜 나왔다. 사당역에서 친구들을 태우고 남태령을 넘어 수원으로 가서 조암까지 고속화도로를 이용하여 서평택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에서 태안을 거쳐 들어갔다. 작년과 같이 이번애도 백화산가든에서 한식부페를 먹고 아래층에서 목삼겹을 사서 싣고 태안의 시장에 들러 밤새 마시고 먹을 것들을 준비해서 천리포해수욕장 옆에 있는 친구네 별장으로 가니 친구조카가 낚시를 다녀와서 붕어를 잔뜩 잡아 놓았다. 태안에서 사간 전어회와 멍게 등을 먹다가 전어찜 보다 붕어조림이 좋다는 의견에 조카가 두고 올라간 붕어를 손질해 조림을 했다. 밖에는 비가 내려서 숯불을 피우기 어려워 목삼겹도 수육으로 했다. 오징어는 호박을 넣고 국을 끓였다. 회장이 집애서 가져온 밤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익혀 군것질 겸 안주로 삼았다. 그렇게 해서 술병들이 비워져 나갔다. 빈 술병이 늘어남에 따라 저절로 나는 블핵아웃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에도 비가 내렸다. 아침을 먹고나니 딱히 할일도 없어서 다음 모임인 12.7에 결혼식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져 3대의 차에 나눠타고 집으로 향했다. 올라오는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추석연휴가 지난 첫 일요일이라 그했나, 아니면 비가 온다고 해서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나? 아무튼 나는 길이 밀리지 않아 좋았다.
'친구, 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4.19 청송회와 불광역 - 사모바위 - 삼천사 (0) | 2014.04.20 |
---|---|
11.24 의정부에서 (0) | 2013.11.25 |
청송회와 천렵 (0) | 2013.08.28 |
8.16 계곡에 발 담그러..... (0) | 2013.08.17 |
술을 마시기 위한 친구인지, 친구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인지 (0) | 2013.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