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술

2014.4.19 청송회와 불광역 - 사모바위 - 삼천사

PAROM 2014. 4. 20. 14:56

내년이면 만난지 꼭 40년이 되는 청송회 친구들과의 정기모임을 등산 후에 연신내 목노집에서 하기로 한 날이다. 초등학교 친구 딸의 결혼식이 마두역 근처에서 있는데 오후 3시라 시간이 겹쳐서 하루 전까지 고민하다가 등산모임의 가이드를 하기로 했기에 전화로 결혼식을 축하해 주고 다른 친구에게 축의금을 부탁하고 나니 조금 홀가분해 졌다.

 

 상가 일로 아침에 무척 기분이 나빠 문자를 몇 통 넣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불광역 약속시간에 조금 늦게 되었고 그 바람에 배낭엔 물과 과자 몇 개만 넣고 가게 되었다. 멤버는 모두 11명인데 불광역엔 4명이 나와 있었다. 내가 도착하니 대장이 제일 늦게 나온다며 핀잔을 준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해 역 앞의 가게에서 김밥 다섯 줄과 막걸리 두 병을 사서 배낭에 넣고 구기터널 앞까지 걸어 올라갔다. 네 명의 친구 중 한 명은 나와 같은 수준이고 한 명은 올라가는 것은 잘 하는데 내려가는 길에서는 맥을 못추고 다른 한 명은 그 반대고 나머지 한 명은 둘 다 버겁게 걷는 친구다.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역에서 출발을 했으니 오후 3시에 목노집에 모이는 것이니 걷는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기준이었고 제일 힘들어 하는 친구의 생각은 아니었다.

 

 역시 구기터널 앞에서 탕춘대성으로 올라가는 계곡엔 꽃이 많았다. 이제 조금 늦은 시기라 꽃이 많이 지기는 했지만 남아 있는 것만 해도 눈을 충분히 황홀하게 했다. 오래전에 진관사에서 비봉으로 갈 때 두 걸음마다 쉬며 무척 힘들어 했던 친구가 퇴직을 하고 난 후 집 근처를 걷는 등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처음엔 무척 수월하게 따라 왔다. 그래서 오르는 길은 잘 걷는 것으로 생각하고 탕춘대성에서 바로 향로봉으로 오르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그길이 가파르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올라가면서 뒤돌아 보는 경치가 훨씬 좋으니까. 조금 가지 않아 차이가 나기 시작했으므로 계속 쉬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쉬면서 친구들 배낭에 들은 과일 등 먹거리를 모조리 동냈고 내 배낭에 들은 것만 점심 때까지 가지고 갔다.

 

 족두리봉에서 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서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등산인구가 정말 엄청나게 늘었다. 길에 다니는 사람 두서너 명 중에 한 명은 괜히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능선에 올라서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산 아래에서는 따스하고 더웠는데 산 위라 역시 기온도 낮고 바람이 부니 조금만 지체하면 한기가 느껴졌다. 병풍바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사모바위로 향하는 중에 배고프다고 밥먹고 가자고들 한다. 그리고 일찍 먹어야지 세 시부터 모임에서 또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보챈다. 하지만 능선이라 마땅히 바람을 피할 곳도 없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자리를 찾다보니 사모바위까지 가게 되었다. 그래서 공비굴을 보고 그 옆 아래 공터에서 김밥과 막걸리를 꺼냈는데 바람 불고 추우니까 말도 없이 순식간에들 먹고 옷깃을 여민다. 보온병에 뜨끈한 차를 담아 왔으면 좋았을 것을, 불쌍한 친구들.......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시계를 보고 계산들 하더니 지금 내려가야 된단다. 그리고 오던 길로 되집어 가려기에 불러세워서 삼천사로 방향을 잡았다. 사모바위에서 삼천사로 내려오는 길이 가장 완만해서 친구들 무릎에 무리를 덜 주는 곳이었지만 역시 두 명의 친구들은 힘들어 한다. 오르는데 30분이면 되는 곳인데 소걸음으로 내려오면서 떠들고 웃고 하다보니 금방 한 시간이 지났다. 삼천사로 내려오는 길도 꽃길이었다. 왕벗꽃과 진달래가 아직 한창으로 화려함을 잔뜩 뽐내고 있었지만 지친 친구들 눈에는 그저 희고 붉은 꽃으로만 보이나보다.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 꽃잎을 8장 땄다. 목노집에서 만날 친구들 술잔에 하나씩 띄워주려고.

 

 아주 좋은 계절에 산에 왔다고 좋단다. 덮지도 춥지도 않고 꽃도 많았다고. 게다가 좋은 친구들과 함께 였으니......

 다음달에 또 오자고 한다. 그래 나는 언제든 좋다. 언제든 산에 갈 수 있게 모두 건강하고 마음들이 편하길 바란다.

 

구기터널입구(10:29) 

(11:02) 벌써 체력을 드러내기 시작.ㅋ~~ 

(11:20) 

향로봉 아래 쉼터(11:59) 

병풍바위에서(12:25) 

(13:00) 

다 내려온 것 같지만 아직 더 걸어야 한다(14:07) 

 

목노집에 산에 안 온 친구들도 모이고(15:28) 

진달래 꽃도 띄우고(15:31) 

떠들다 보니 안주도 떨어지고 꽃잎도 술에 잠기고(16:45) 

방아간을 그냥 못 지나가는 칭구덜(18:31). 집에 오니 아홉 시가 넘었다. 

 

11명 친구들 중 첫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는 이제 두 명이 남았다. 한 명은 연구원이라 정년이 일년 남았고 한 명은 자기 사업하니까......

매년 돌아가면서 회장을 하는 대단한 내 친구들

국토연구원에서 아직까지 원장을 하지 않은 정희*

대학 졸업 후 가죽업계에 입사한 후 사업을 넘겨 받아 아직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김정*

하나은행에서 명퇴하고 관련 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김현*

LH에서 이사였다가 퇴직하고 관계사에서 사장일을 하는 박환*

제일은행에서 명퇴하고 은행 관련 일을 하다 다시 무언가를 하려 하고  있는 엄창*

서울시에서 정년퇴직하고 지난해 부터 나와 같이 놀고 있는 우욱*형

78행시로 산자부에서 근무하다 명예퇴직하고 유관기관에서 일하며 항상 바쁜 이유*

서울시 근무하다가 포철로 옮겨 재입사까지 하며 이사에 이른 후 퇴직하고 쉬고 있는 이형*

하나은행에서 퇴직하고 벤쳐를 일구었다가 현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준*

유일한 ROTC출신으로 태평양화학에서 퇴직하고 대전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느라 바쁜 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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