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8 보국문 - 대동문

PAROM 2020. 2. 9. 13:04
오늘이 며칠인지 기억이 없다.
그저 심연에 빠졌다가 겨우 건져 올려진 것 같은 기분이다. 세월은 이렇게 보내지도 않는 데 가는 가 보다. 
 
퇴원하고 3일 째다. 지금은 입퇴원, 그게 기준이다. 몸이 낫지 않아도 더 이상은 병원에 입원을 하지 못 한단다. 그래서 나도 그 기준에 따라 집으로 왔다. 그런데 아직 팔꿈치에선 핏물이 고이고 허리도 아직은 제 기능을 잘 못하고 있다. 
 
나머지 치료를 위해 4곳의 한의원을 방문한 후 가깝고 주차하기 쉬운 곳을 다니기로 하고 2번의 치료를 받았다. 정형외과에서 받던 물리치료에 추나요법치료가 더해져서 그런지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대로 몸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산에 다녀왔다. 마침 친구들이 전화를 해서 정 박사는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종로에 사는 눈비돌은 보국문에서 보기로 했다.
정 박사는 올 8월 말에 정년이다. 대학은 만 65세까지 인데 아직 저술과 연구, 강의, 학생 지도, 각 국 정부 정책 지원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데 나이가 모든 활동을 갑자기 단 번에 가로 막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눈비돌은 한동안 통풍에 고생했다고 하는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쏙 빠져 있었다. 
 
배낭엔 어제 안산에서 아들이 만들어 준 샌드위치 두 개와 녹차 한 병만 넣었다.
혹시라도 다 걷지 못하고 내려올 수가 있어 가볍게 했지만 정신이 멍 해져서 빠뜨린 것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물을....ㅠㅠ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헷갈린다. 구파발역에 내려 정거장으로 갔는데 친구와 비슷한 외양에 마스크를 한 이가 아는 체를 한다. 서로 인사를 하고 마스크를 벗었는데 모르는 이다. 황당함. 신종코로나가 만든 풍경 하나였다. 
 
밤새 내린 눈이 길 한귀퉁이에 쌓였다. 기온은 영상에 가깝게 올랐고 바람이 없어 걷기 힘들지 않았다. 그래도 오랫만에 찾은 산이라 그런지 곧바로 숨을 몰아 쉬었다. 
 
역사관 앞에서 겉옷들을 벗어 배낭에 넣고 보국문을 향해  다시 걸었다. 겉옷을 벗으니 한기가 느껴졌다. 이럴 땐 땀을 내는 것이 제일이다. 친구와 발걸음을 맞추다 보니 앞질러 가는 이들이 꽤 있고 땀도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퇴원 후 첫 산행, 위험할 지도 모를 산행에 같이 산에 와 준 친구가 고맙기 그지 없다.  
 
보국문에 오르자 칼바위를 넘어 온 눈비돌이 바로 도착했다. 정오가 가까이 되어 점심을 먹기로 하고 성곽 남쪽 양지 바른 곳에 자리를 폈다. 내 배낭이 너무 초라했지만 친구들 덕에 배불리 먹고 마셨다. 
 
배낭을 다시 꾸리고 대동문에서 바로 하산을 했다. 이렇게 걸어도 산입구에서 9.6키로다. 내리막길에서 척추에 눌림이 세게 전달됐는지 허리가 무거웠다. 그래서 다시 역사관 앞에서 쉬며 허리를 숙여 편 후 큰길로 내려왔다.
그리고 뒤풀이를 하러 들꽃에 들려서 부추전과 코다리구이로 가볍고 즐겁게 짠!
역시 하산 후 바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세상 최고의 휴식이다. 
 
오늘 같이 해준 친구 두 분에게 감사한다.

블로그 올리기 전에

WINDOW11로 업그레이드 하고 사진을 찾지 못해 몇 시간을 넘게 헤멨다.


집 앞.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했다. 무지 갑갑했다.

산 입구. 늘 변함없이 정겨운 공간이다.

얼어 붙은 폭포. 물은 얼음 아래로 소리 내어 흐르고 있다.

대피소 앞. 폐렴 위험에도 산객들이 무척 많다.

중성문과 정 박사

용학사 아래 계곡에 얼음 동굴이 만들어졌다.

산영루

산영루 앞 계곡. 폭포가 얼어 층을 이루었다.

                                          눈비돌고 정박사가 보국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증명사진2

                                          증명사진3

대동문. 오늘은 여기까지. 무사히 걸었는데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바람이 불어 옷깃을 절로 여미게 했다. 겨울다움을 느낀 하산길이었다.

하산길의 억새밭에서

대서문

하산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