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전체가 아니지만 몸이 녹슬지 않게 하기 위해 약하게 나마 운동을 계속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도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요즘 신종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럽지만 조심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고 설사 폐렴에 걸리더라도 몸이 튼튼하면 쉽게 지나갈 거라 생각을 하기에 산행길에 거리낌이 없었다.
오늘의 점심 메뉴로 아내가 꺼내 놓은 햄버거를 전자렌지에 데우고 뜨거운 녹차와 커피를 한 병씩 보온병에 담는 것으로 산행 준비 끝. 아니다. 마스크를 세 장 더 배낭에 넣었다.
며칠 전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종로3가역 앞에서 있어 그 시간에 맞춰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코스도 평소보다 짧게 할 생각이었다. 아직 허리-허리에 집중 치료를 해서 조금 낫나 했더니 고관절 쪽이 걸음을 이상하게 하고 있다-가 비정상이라 종전에 걷던 긴 길을 걷는다는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 눈이 와서 눈길을 기분 좋게 걷겠다 생각했는데 간밤에 비가 왔다. 게다가 기온도 초봄 같다. 진창길을 걷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코스를 정하지 않고 구파발역에 내려 버스정거장에 가니 바로 8772번 버스가 떠났다. 그리고 34번이 왔는데 패스. 오랫만에 7211번이 왔다. 탔다. 그리고 하나고 앞에서 내려 삼천사로 향했다. 산객들이 없다.
삼천사를 지나니 내려오는 산객들이 있다. 비로서 산에 온 느낌이다. 그런데 엉덩이가 자꾸 발을 잡는다. 그냥 둘레길을 걸을까 고민을 잠시 했다. 그래도 그건 아직은 아니지. 부왕동암문에서 바로 내려가는 것도 운동한 정도로는 부족할 것이라, 최소 문수봉은 오르기로 했다.
산 아래 길엔 눈의 흔적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겨울인데도 계곡에 얼음이 별로 없고 볕이 들지 않는 북쪽 응달에만 작은 얼음들이 죽을 힘을 다해 매달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들어 처음으로 백운동계곡을 벗어 났다. 산객들이 없으니 계곡 전체가 내 것이다. 간밤의 비에 말라붙은 낙엽을 떨구지 못한 나무들도 시원해 하는 것 같다.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계곡 제일 위 집터를 올라서서 스틱을 꺼내 폈다. 오랫만에 사용하니 참 어색하다. 가지고만 다닐 것이 아니라 가끔은 써야 겠다. 특히 내림길에서....
예전에 물놀이 하던 장소를 다 지나쳤다. 아내와 놀던 곳은 찾을 수도 없다. 위로 갈 수록 길에 눈이 보인다. 높은 기온에 녹아서 더 미끄럽기까지 하다. 몸을 점점 더 스틱에 의지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엉덩이 불편함이 사라졌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지만 내일이면 또 도지겠지.
비봉능선과 만나는 곳까지 오니 다 온 기분이다. 이제 청수동암문으로 오르는 깔딱고개가 남았다. 역시 힘이 많이 들고 숨은 턱에 찬다. 스틱이 있는데도 이리 힘들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어떤 아주머니에게 추월 당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청수동암문을 넘어서니 길이 눈으로 덮였다. 겉은 녹아 질척거린다. 이런 길은 맥없이 딛으면 미끄러져 바로 넘어진다. 스틱을 조심스레 짚고 발도 기울기가 가장 낮거나 돌이 나온 곳을 딛는다. 돌아보니 바람이 세게 불어 계곡에 상고대가 피었다. 멋있다.
문수봉까지는 북사면이라 미끄러운 길이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볕이 드는 곳이라 얼음이 없다. 그래서 아이젠 하기가 귀찮다. 오늘도 하지 않았다. 문수봉에 오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몸이 바람에 흔들린다. 바위 끝으로 가기 겁난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이 생각보다 눈이 많고 미끄럽다. 스틱에 의지해 내려섰다. 능선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려다 아이젠을 차기 귀찮아 구기동으로 내려섰다. 능선을 걸었으면 대동문까지 갔을텐데....
정오가 지났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배낭을 벗지 못했다. 한참을 내려와 문수사 갈림길 공터에서 앉았다. 보온병에 담아온 옥수수차와 커피가 참 향긋하고 따스하다. 배도 채웠고 몸도 녹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짐을 꾸려 내려오는데 눈에 익은 모습이 올라온다. 54이석재와 55황본주 님들이다. 함박눈이 엄청 쏟아지는 중에도 반가워 이야기가 길어졌다. 오늘은 구기동에서 대남문을 넘어 대성문에서 하산 해 종암동으로 한 잔하러 간단다. 아무 약속이 없었으면 다시 올라가고 싶었다.
내려오는 길이 한 없이 길게 느껴진다. 거의 가파른 돌길이라 무릎과 허리에 충격이 가지 않게 조심조심 스틱에 의지해 발을 내디뎠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엄청난 눈. 갑자기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두세번 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 경이로운 모습을 오랫만에 즐겼다.
구기동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찻길로 나왔는데 약속시간이 세 시간 가까이 남았다. 근처에서 요기를 하려고 식당을 찾는데 두 정거장을 지나도록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주말에 이곳이 이런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인지, 불황의 여파인지....
어쩔 수 없이 바로 종로3가로 가려고 7016번을 탔는데 청운파출소 앞에서 버스가 데모 때문에 안 간다고 모두 내리란다. 이런....... 네 정거장을 걸어 경복궁역에서 지하철로 갔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떠들고 마시고....
또 술이 지나쳐 혼절하고....
그래서 오늘도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요즘 신종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럽지만 조심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고 설사 폐렴에 걸리더라도 몸이 튼튼하면 쉽게 지나갈 거라 생각을 하기에 산행길에 거리낌이 없었다.
오늘의 점심 메뉴로 아내가 꺼내 놓은 햄버거를 전자렌지에 데우고 뜨거운 녹차와 커피를 한 병씩 보온병에 담는 것으로 산행 준비 끝. 아니다. 마스크를 세 장 더 배낭에 넣었다.
며칠 전에 만나기로 한 약속이 종로3가역 앞에서 있어 그 시간에 맞춰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코스도 평소보다 짧게 할 생각이었다. 아직 허리-허리에 집중 치료를 해서 조금 낫나 했더니 고관절 쪽이 걸음을 이상하게 하고 있다-가 비정상이라 종전에 걷던 긴 길을 걷는다는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 눈이 와서 눈길을 기분 좋게 걷겠다 생각했는데 간밤에 비가 왔다. 게다가 기온도 초봄 같다. 진창길을 걷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코스를 정하지 않고 구파발역에 내려 버스정거장에 가니 바로 8772번 버스가 떠났다. 그리고 34번이 왔는데 패스. 오랫만에 7211번이 왔다. 탔다. 그리고 하나고 앞에서 내려 삼천사로 향했다. 산객들이 없다.
삼천사를 지나니 내려오는 산객들이 있다. 비로서 산에 온 느낌이다. 그런데 엉덩이가 자꾸 발을 잡는다. 그냥 둘레길을 걸을까 고민을 잠시 했다. 그래도 그건 아직은 아니지. 부왕동암문에서 바로 내려가는 것도 운동한 정도로는 부족할 것이라, 최소 문수봉은 오르기로 했다.
산 아래 길엔 눈의 흔적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겨울인데도 계곡에 얼음이 별로 없고 볕이 들지 않는 북쪽 응달에만 작은 얼음들이 죽을 힘을 다해 매달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올들어 처음으로 백운동계곡을 벗어 났다. 산객들이 없으니 계곡 전체가 내 것이다. 간밤의 비에 말라붙은 낙엽을 떨구지 못한 나무들도 시원해 하는 것 같다.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계곡 제일 위 집터를 올라서서 스틱을 꺼내 폈다. 오랫만에 사용하니 참 어색하다. 가지고만 다닐 것이 아니라 가끔은 써야 겠다. 특히 내림길에서....
예전에 물놀이 하던 장소를 다 지나쳤다. 아내와 놀던 곳은 찾을 수도 없다. 위로 갈 수록 길에 눈이 보인다. 높은 기온에 녹아서 더 미끄럽기까지 하다. 몸을 점점 더 스틱에 의지해 올랐다. 그러다 보니 엉덩이 불편함이 사라졌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지만 내일이면 또 도지겠지.
비봉능선과 만나는 곳까지 오니 다 온 기분이다. 이제 청수동암문으로 오르는 깔딱고개가 남았다. 역시 힘이 많이 들고 숨은 턱에 찬다. 스틱이 있는데도 이리 힘들기는 처음이다. 게다가 어떤 아주머니에게 추월 당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청수동암문을 넘어서니 길이 눈으로 덮였다. 겉은 녹아 질척거린다. 이런 길은 맥없이 딛으면 미끄러져 바로 넘어진다. 스틱을 조심스레 짚고 발도 기울기가 가장 낮거나 돌이 나온 곳을 딛는다. 돌아보니 바람이 세게 불어 계곡에 상고대가 피었다. 멋있다.
문수봉까지는 북사면이라 미끄러운 길이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볕이 드는 곳이라 얼음이 없다. 그래서 아이젠 하기가 귀찮다. 오늘도 하지 않았다. 문수봉에 오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몸이 바람에 흔들린다. 바위 끝으로 가기 겁난다.
대남문으로 내려가는 길이 생각보다 눈이 많고 미끄럽다. 스틱에 의지해 내려섰다. 능선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려다 아이젠을 차기 귀찮아 구기동으로 내려섰다. 능선을 걸었으면 대동문까지 갔을텐데....
정오가 지났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배낭을 벗지 못했다. 한참을 내려와 문수사 갈림길 공터에서 앉았다. 보온병에 담아온 옥수수차와 커피가 참 향긋하고 따스하다. 배도 채웠고 몸도 녹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짐을 꾸려 내려오는데 눈에 익은 모습이 올라온다. 54이석재와 55황본주 님들이다. 함박눈이 엄청 쏟아지는 중에도 반가워 이야기가 길어졌다. 오늘은 구기동에서 대남문을 넘어 대성문에서 하산 해 종암동으로 한 잔하러 간단다. 아무 약속이 없었으면 다시 올라가고 싶었다.
내려오는 길이 한 없이 길게 느껴진다. 거의 가파른 돌길이라 무릎과 허리에 충격이 가지 않게 조심조심 스틱에 의지해 발을 내디뎠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엄청난 눈. 갑자기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두세번 했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 경이로운 모습을 오랫만에 즐겼다.
구기동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찻길로 나왔는데 약속시간이 세 시간 가까이 남았다. 근처에서 요기를 하려고 식당을 찾는데 두 정거장을 지나도록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주말에 이곳이 이런 적이 없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인지, 불황의 여파인지....
어쩔 수 없이 바로 종로3가로 가려고 7016번을 탔는데 청운파출소 앞에서 버스가 데모 때문에 안 간다고 모두 내리란다. 이런....... 네 정거장을 걸어 경복궁역에서 지하철로 갔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떠들고 마시고....
또 술이 지나쳐 혼절하고....
삼천사 입구. 마스트는 산에 들어가서 벗었다.
삼천사 아래 계곡. 비가 온 뒤라 청량하다.
사모바위로 가는 길에 있는 폭포.예년에 비해 얼음이 작다.
산 아래에는 얼음이 겨우 달려 있는 정도다.
능선에 오르기 전 마지막 물 건너는 곳
의상능선에서 내려오는 계곡. 얼음이 녹기 시작해 모양이 특이하다.
청수동암문
청수동암문 옆에 핀 상고대. 쎈 바람이 만들어 냈다.
문수봉 가는 고갯길
저 뒤가 비봉능선이다.
삼각산이 구름에 거의 가려졌다.
문수봉의 상고대
구기동 내려가는 길에 함박눈을 만났다.
함박눈 1
함박눈 2
다 내려왔다.
내려오던 길에 만난 55 황본주, 54 이석재 님들. 이석재님의 카카오스토리에서 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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