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22 행궁지 - 대성문

PAROM 2020. 3. 23. 08:39
지난 1월 말에 나온이가 집에 다녀간 후 두 달만인 어제 토요일에 집에 왔다. 지난달엔 우리 내외가 손주를 보러 안산에 갔었으니 한 달만에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제 엄마 품에 안겨 얼굴이 익숙해질 때까지 빤히 바라 보는 것이 재밌다. 못 본 한 달 동안 참 많이 컸고 기는 것이 아주 빨라져 한 눈을 팔면 어느새 화분으로 기어 가 손을 뻗고 있다. 9개월 된 녀석이 기를 쓰고 일어나려는 것도 기특하다.
저녀석 빨리 기고 크는 것만큼 내 세월도 그만큼 가고 있다. 
 
집앞 마당에 산수유는 벌써 피었다. 어제 아침에 아내가 깜짝 놀라기에 뭔가 보니 창밖 살구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크게 부풀어 있다. 봄이구나. 
 
산으로 가는 길. 경의선 전철 차창 밖으로 버드나무가, 들판이 보이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옅은 연두빛에 휩싸여 있다. 봄이구나. 
 
지금 문수봉 맞은편 남장대지능선 양지바른 바위 위. 배낭을 벗고 점심을 먹고 편안하게 바위에 기대 앉았다. 이대로 한참 있고 싶은데 가야할 길이 멀다. 내려가는 길이 생략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아내가 말아준 김밥 한 줄과 과일, 보온병을 넣고 집을 나섰다. 어제 손주 보느라 집에 있었으니 오늘은 산에 와야 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봄 날씨다. 가볍게 차려 입었다.  
 
경의선과 3호선에 사람이 이리 없는 것은 처음이다. 드러누워도 될 지경이다. 코로나가 걱정이 되는 건 나뿐이 아닌가 보다. 다음주 동네친구들 모임도 연기하거나 한 번 빼자고들 톡질들이다. 
 
사실 오늘은 산을 쉬어도 됐지만 혹시 진달래가 피었으면 한 잎을 따서 잔 위에 띄우려고 했다. 그래서 산아래 동네 가게에도 들렸다. 하지만 서암사 아래에 딱 한 그루만 피었다. 생강나무는 만개했지만 손에 닿는 가장 큰 진달래꽃은 이제 봉우리를 부풀리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잔을 꺼낼 수 있는 산 중턱 너머는 꽃소식이 감감하고.... 
 
오늘은 연신내로 내려가 시장에서  생선구이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앞 사람들을 보며 걷다 보니 여기로 왔다. 봄이 되어 그런지 인적이 없던 곳에 왠 산객들이 이리 많은지 시끄럽기까지 하다.  
 
오랜만에 점심을 반주와 먹고 한참을 쉬고 이러고 있다.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 어디로 갈까?
내일부터 또 운동을 해야하니 청수동암문으로 해서 내려가야 겠다. 그런데 배가 너무 부르다.  조심해서 내려가야겠다. (13:08)  
 
앉아서 쉰 자리를 정리하고 편한 길로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에 올랐다가 대남문을 거쳐 대성문에서 내려왔다.  
 
이제 봄이다. 바람도 많이 부는 것이  영락 없다. 지난 겨울 입고 신었던 것들을 정리해서 둬야지. 새 계절을 맞아야지.  
 
집으로 가는 지하철들도 비었다. 옆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타기는 처음이다.
방금 전에 헬스장에서 문자가 왔다. 내일부터 보름간 정부시책에 따라 쉰단다.  
 
일단은 집에 가서 씻고 막걸리 한 잔 해야겠다. 안주는 어제 덜어 놓았던 참돔과 보리숭어회. ㅎ~~


어제 밤에 내린 비가 폭포에 더해 졌다.

생강나무가 가장 이르게 피었다.

예는 벌써 잎 모양새를 갖췄다.

중성문 아래 길가에 핀 아주 작은 꽃. 이름이 뭘까? 꽃과 나무는 진달래를 닮았는데....

백운동천 옛길에서 길 건너에 보이는 얼굴바위. 이제 잎이 피면 보이지 않게 된다.

능선길의 소나무 고목

삼각산. 날이 맑다.

남장대지능선 끝의 의자소나무.

주능선 넘어 저 뒤의 수락과 불암산

날이 맑아 집 옆으 재니스빌딩이 의상능선 너머로 크게 보였다.

점심자리에서 본 대남문 방향

청수동암문 양쪽 바위 사이로 보이는 일산과 은평신도시

문수봉에서 보는 똥싼바위와 비봉능선

렌즈는 푸른데 왜 노랗게 보일까? 문수봉에서

코로나 때문에 떼로 다니지 말라는데 이 분들.....

대성문. 여기서 집으로 바로 갔다.

대성사. 절 문을 열어 놨다.

계곡 아래에서 이제 피려고 하는 진달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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