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 - 1965 까지 4년간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들 아홉과 양양에 다녀왔다. 몇 친구들은 이후 2년간 더 한 교실이었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부모님들께서는 누가 며칠 먼저고 나중에 태어났는 지 다 아셔서 길에서 뵈면 내 자식 보다 네가 어땠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5학년 때 신원 분교에서 삼송 본교로 가면서 두 반이 되어 반이 갈린 친구들이 있었지만 같이 십 리 길을 걸어 다녔으니 서로 다른 반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67년 겨울에 입학시험을 치루고 이듬해에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가거나 동네의 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어 서로 뜸하게 만나게 되었고 그런 기간이 오랫동안 이어지다가 바쁜 사회생활이 어느 정도 끝나고 나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들 동네가 신도시개발에 포함되어 모두 동네를 떠나게 되면서 알음알음 연락을 하여 이십(오십 년도 넘은 일이라 정확히 기억 나지 않지만 20명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중 열 넷이 본격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만나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유년기에 어울렸던 친구들이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오랜 기간 살았어도 어색함이 없고 늘 같이 있었던 것 같은 친구들이다. 이젠 동네가 아파트 숲이 되어 옛 흔적을 찾을 수 없기에 더욱 이 친구들을 만나면 어릴적 기억이 새록새록해 지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구도 생기고 먼 곳으로 이사를 가서 나오지 못하게 된 친구도 있어 모이는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
이런 친구들과 11.1 아침에 차 두 대로 나눠 관산리와 서울에서 출발하여 가평휴게소에서 만나 양양쏠비치로 갔다. 숙소에 도착하니 방 배정시간 전이라 조금 기다려서 방을 배정 받은 후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정오가 지났으니 근처의 황태탕 맛집으로 가 주린(나만 주렸었나 보다.) 배부터 채웠다. 배가 든든해 지면 세상이 제대로 보이니 이젠 주유를 하기로 한다. 첫 방문지는 낙산사. 이 근처에 올 때 마다 들리게 되는 절은 이제 화재의 흔적이 많이 사라져 조금씩 옛 정취가 느껴졌다. 그런데 의상대가 조금 어색해 보였다. 예전엔 큰 소나무가 양쪽에 있었던 것 같은데 한 쪽이 비어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고 홍련암 가는 길도 변한 것 같았는데 암자의 나무 마루바닥은 타일인지로 확실히 변해 있었다. 그래, 세상이 급하게 모두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구경을 마쳤으니 이제 저녁에 둘러 앉아 얘기할 때 배를 채울 것과 목을 적실 것을 사러 하나로마트로.... 아홉이 모두 들어가 이것저것 집어 담으니 엄청 많아 보인다. 마트를 나와 차 한 대는 만석닭강정을 사러 가고 내가 탄 차는 회를 뜨러 외옹치항으로.... 들어가자 곧 마주치는 상기로 들어가 값을 물으니 장난이 아니다. 평일인데 손님도 별로 없는데 호구를 하나 잡았다 생각하나 보다. 그곳을 나와 다른 건물로 가서 값을 물으니 아까의 반값 정도다. 동네 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자연산 도다리와 산 오징어 멍게가 들어가니 그리 비싸 보이지 않아 참돔 큰 것과 함께 회를 떠 쏠비치 A동으로 향했다.
닭강정을 산 친구들이 먼저 숙소에 와 있어서 우리가 도착 하지마자 바로 떠 온 회와 음료 등을 펼치고 본격적인 먹방과 수다 시작. 나는 아주 오랫만에 막걸리 대신 소맥으로 시작했는데 확실히 회에는 소주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잔이 거듭될수록 나는 어디로 가고 술이 자꾸 나를 마시는 형국이 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기절하기 전에 일 차 자리가 끝나 바닷가 산책을 함께 나갔는데 나는 왜 홀로 떨어져 B와 C동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맸는지.... 겨우 숙소에 들어와 코를 좀 곤다고 했는데 씻고 나오니 같은 방에 있던 이부자리가 내 것만 남았다. 요놈들.... ㅎㅎㅎ
난 내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잘 잤다.
엊저녁에 심하게 달려서 숙취가 남았다. 나는 아프면 표시가 많이 난다. 병든 닭이다. 그래도 억지로 일어나 씻고 콘도 내의 부페식당으로 내려가 세 번을 들락거렸다. 그런데 이번엔 과식이다. 밥통이 편할 날이 없다. 나온 배를 들고 숙소 길 건너의 선사시대 유적지로 가서 박물관에 들렸다 갈대밭 데크길을 걸었다. 그런데도 숙취가 남았다. 어지간히 먹고 마실 것을. 늘 지나고 나서 후회다.
같이 오지 못한 셋을 위한 선물을 위해 중앙시장-관광시장으로 명칭이 변했다-으로 가서 구경도 하고 선물을 산 후 집으로 가기 전에 막국수를 먹기 위해 군 비행장 지나 있는 집으로 가니 수요일이 정기휴무일이다. 하여 바로 앞에 있는 집으로 가서 메밀막국수 한 그릇에 어제 두 개 사서 하나가 그대로 남은 닭강정을 하나 먹고 나니 동치미국물 덕인지 드디어 세상이 바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12월 30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올 때 온 대로 타고 헤어졌다.
차에서 한 숨 자고 깨니 춘천을 지났다.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라 고맙다. 내 차로 왔으면 난 죽음이었다. 관산리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다. 하지석리에 사는 친구를 내려 주고 차를 돌려 나오는데 친구가 배추를 네 포기나 뽑아 준다. 아내가 집에 올 때 배추를 사오라고 한 얘기를 들었나 보다. 힘들게 키운 것인데 고맙다. 마트에 들려 생강 등 몇 가지를 사서 집에 오니 6시가 넘었다.
다시 저녁을 잔뜩 먹고 피곤해 바로 쓰러졌다. 아침에 운동을 하러 가서 저울에 올랐다가 못 볼 걸 봤다. 누가 더 저울에 올랐나 보다. 덕분에 오늘은 10키로를 53분 40초에 걸었다. 한 시간에 11키로를.... 이제 좀 제발 덜 먹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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