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1. 2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24. 11. 3. 06:44

시월을 지난 첫 주말. 지난 주말은 손주들과 놀았고 오늘은 집에 있으니 무조건 산에 간다. 친구들과 속초를 다녀온 피로가 주말 까지 이어졌지만 올해 늦은 단풍은 보아야 했다. 욕심 때문에  투자를 잘못해 몇 주간 매일 6자리(다행히)의 손실을 보고 기분 나빠 있는 것은 산에 가는 것과는 별개다.
3시 반에 깬 잠을 다시 자기엔 눈이 말똥하니 포탈에서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다 일어났다. 아내는 열 시 까지 푹 자고 싶었다며 싫은 소리를 한다. 산에 가지 않으면 안 되냐고. 내가 해 먹고 가겠다는 데도 굳이 일어난다. 
 
집에서 7시에 나와 15분 열차를 탔다. 늘 타던 차의 앞 차인데 빈 자리가 많다. 산 까지 편하게 갔다. 일기예보에 낮 기온이 22도 까지 오른다는 것을 보고도 두꺼운 겨울 티를 입은 것을 후회하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곡을 오르는 많은 등산객들 중 나만 비지땀을 흘리는 것 같다. 사실 안산에 다녀온 뒤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다. 그러더니 목이 아프고 코가 막히고 했었다. 약을 먹어서 이젠 끝나는 증상이라 땀을 많이 내면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았다. 보름 만에 발걸음 가볍게 산으로 들어갔다. 
 
다른 때 보다 일찍 왔으니 천천히 걸으려고 했다. 그런데 단풍철이라 그런지 계곡에 사람이 많다. 모퉁이를 돌 때 마다 사람들이 보인다. 힘들다. 도대체 내 버릇은 언제나 고쳐지려는 지.... 계곡 곳곳이 색을 새로 입었다. 예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예쁘다. 그런데 계곡 바닥은 물 때가 끼어 시커멓다. 그래도 물에 비친 나뭇잎들이 참 예쁘다. 이제 곧 하얀 색으로 물들고 고드름을 달 나무들이 안쓰럽다. 무척 춥겠다. 사실은 월동을 해야 할 내가 더 어려울텐데. 난 늘 추위가 싫은 줄 알았는데 이번 여름에 더위가 더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게 한 살 더 먹으며 알게된 사실이다. 근데 이게 가치가 있을까? 
 
오늘도 역사관 앞 데크에 올라갔다. 늘 하던 발목과 다리 운동을 하고 물 마시고 이어폰을 끼었는데 소리가 안 난다. 고장이다. 2만 얼마 짜리를 오래 쓰긴 했다. 다른 짝은 소리가 난다. 그걸 끼고 길로 들어갔다. 앞 뒤 서기를 하며 걷던 산객이 백운대로 향했다. 여유롭게 오르는데 배낭 없이 오르는 이가 앞질러 간다. 검정의 긴 점퍼를 입었는데 등산객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 만큼 빠르다. 겨우 앞지르면 댓 걸음 뒤에서 바짝 따라온다. 그냥 먼저 보낼까 하다가 오기가 나서 죽어라 걸었다. 나만 죽어났다. 이 양반과 행궁지갈림길에서 내가 행궁지로 향하는 바람에 헤어졌다. 다행이었다. 
 
늘 그렇듯 미리 갈 길을 정하고 오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장대지능선을 걷고 대성문이나 보국문에서 내려가려고 했었다. 스틱은 행궁지 아래에서 펼쳤다. 그래서인지 능선에 오르는 길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늘 새로 개척한 길이 있다. 밧줄을 잡고 오르내려야 하는 길 옆으로 바위를 넘으면 줄을 잡지 않고 갈 수 있다. 지난 번에 내려오며 눈여겨 봤던 곳인데 위험하긴 했지만 나무를 잡고 올라서 미끄럽고 가파른 길 오르기를 성공했다.  
 
이제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져서 산길이 환해졌고 멀리까지 보인다. 지난주가 산꼭대기의 단풍이 절정기였던 듯하다. 산 위는 오늘 보니 붉은 단풍이 말라서 가지에 단단히 달려 있었다. 날씨 탓인지 대부분의 단풍은 붉지 못하고 주황색이었다. 그런 산길을 걸어 청수동암문으로 가던 성곽길에서 비봉능선을 봤는데 반가운 두 곳의 릿지가 고스란히 보였다. 다음엔 그 길을 걸어야겠다.  
 
문수봉에 올랐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잠시 앉아 쉬다가 대남문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집으로 오려고 쉬운 길로 대성문으로 갔는데 조금 더 걷고 싶다. 다리는 스틱 덕에 아직 쌩쌩하다. 오랫만에 늘 걷던 긴 길을 걷자는 생각이 꼬득인다. 오늘 아니면 이제 언제 걷겠니 하면서. 그래서 발걸음이 대피소까지 이어졌다. 대피소 지붕 아래에 사람들이 많다. 은행나무 밑에 자리를 펴고 사과와 샌드위치 반 개로 허기를 달랬다. 옆 사람들은 일산 사람들인가 보다. 뒤풀이를 동구청 랍스터 어쩌구 한다. 그들의 젊음이 부럽다. 
 
내려오는 길 중간의 짧은 릿지 구간에 데크계단이 새로 놓였다. 덕분에 그 구간을 편히 내려왔다. 그리고 역사관 앞에서 스틱을 접어 넣고 찻길로 내려오다가 자연산책로로 내려왔다.
이젠 북한동에서 쉬지 않는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다. 오늘은 많이 걸어서 그런지 쉬고 싶었었다. 그러나 CU에서  클라우드 한 캔으로 목을 축이고 바로 집으로 왔다.
샤워하고 다리 뻗고 해물파전과 두부김치로 막걸리 한 병만 마시니 뭔가 부족하다. ㅎㅎㅎ 
 
오늘 산은 붉었었다.

 

자, 산으로 가자!!!

 

수문자리에서 보는 계곡과 원효봉. 색이 참 예쁘다.

 

계곡폭포는 명색만 남았다. 웬지 추워 보인다.

 

역사관 앞 광장. 역광이었어서 돌아서서 보았다.

 

백운대 삼거리. 올해는 이곳의 단풍이 예전 같지 않다.

 

중성문으로 가는 길의 단풍

 

중성문 아래 계곡엔 잎이 다 떨어져 황량했다.

 

네발로 옛길에 오르면 보이는 풍경. 단풍이 언제 나월봉을 이렇게 아름답게 받들고 있었나?

 

잎이 지고나니 큰바위얼굴도 보이기 시작했다.

 

용학사로 가는 옛길에서 돌아보니 노적봉이 나뭇가지들 사이로 보였다.

 

일찍 단풍이 보였던 산영루 주변은 갈색이 되었다.

 

산영루 옆의 와폭

 

대피소 가는 삼거리의 억새

 

아직도 발굴복원 중인 행궁지

 

나뭇가지 사이로 많이 낮아진 나월봉이 보였다.

 

능선 바로 밑에서 삼각산 보기

 

주능선 너머로 수락산과 불암산이 보인다.

 

청송대에서 보는 삼각산과 도봉산, 주능선 그 너머 수락산.

 

남장대지를 지나자 나오는 공터에서 보는 의상능선과 구파발, 고양시

 

상원봉에서 보는 삼각산

 

청수동암문으로 가는 성벽길에서 보이는 비봉능선. 반가운 릿지들이 보였다.

 

문수봉에서 보는 비봉능선

 

구기동계곡. 돌계단이 많아서 이젠 이곳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문수봉에서

 

문수봉. 구름이 있는 것이 더 보기 좋다.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으로 가는 길에서

 

제일 왼쪽 보현봉을 빼고 지나온 능선길이 다 보인다.

 

남쪽전망대에서 보는 형제봉, 백악, 인왕산. 남산과 관악산도 보였다.

 

삼각산. 나는 이곳에서 보는 산이 참 좋다.

 

지난번에 이곳에서는 나뭇잎들 때문에 산이 가려졌었다.

 

보국문

 

보국문 위에서 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칼바위와 형제봉

 

대동문. 여기서 내려갈까 하다가 오늘 할 수 있으니 가자며 대피소로 가는 돌계단을 올랐다.

 

제단 성벽 너머로 보이는 삼각산.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세 봉우리가 뚜렸이 보이는 장소다.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 광장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태고사 앞길의 단풍

 

대피소 삼거리. 아침에 찍은 사진과 느낌이 다르다.

 

길 아래에 붉고 싱싱한 단풍이 한 그루 있고 그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줄 서 있었다. 지나 가는데 외국인의 "BEAUTIFUL"  소리가 들렸다.

 

역사관 앞. 하늘엔 새털구름이다.

 

다 내려왔다. 다른 때 보다 조금 더 걸었더니 힘이 들었다. 이젠 무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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