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4.26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25. 4. 27. 12:20

몇 년 전의 산행기를 보니 어제 같이 삼삼한데 내 몸은 남의 몸인 듯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계속된 비가 싫어서 지난주를 거르고 산에 왔다. 산을 거르며 한 일이,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버깃리스트 중 하나를 하기 위해 답사를 한 것이었고 참 잘 한 일이었다. 물론 식도염 약을 먹느라 막걸리를 마시지 못하니 산에 가지 않은 것이 제일 컸다. 
 
일주일 째 손주들 보러간 아내 덕에 많이 부지런해 졌다. 운동을 다녀와서 밥 해 먹고 설겆이 하면 금방 8시 장이 열리니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목요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금요일에 근력운동을 하고 토요일은 산에 온다. 이젠 힘이 부쳐서 주중엔 유산소 두 번, 근력 두 번하고 만다. 산에서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하고 일요일은 집안 일로 오전을 보내고 나서 오후에는 쉰다. 일주일의 일상이 매 번 늘 같다. 화요일은 운동을 하고 와서 편의점에 가는 날이라 제일 바쁘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하니 주식시장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고 다음은 다른 할 일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배터리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차박과 캠핑에 사용할 것으로 말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까지 화면에 붙잡혀 있는 일상이 너무 싫어졌다. 
 
이제 약도 2주 동안 다 먹었고 병원에서 피와 뇨 검사 모두 완벽하다고 했고 토요일에 비가 내리지 않으니 기분이 더 좋다. 볕이 나는 하늘이 더 밝고 바람도 상쾌하다. 무려 5주 만이니 얼마나 좋은가. 방수배낭에서 짐을 모두 브리즈배낭에 옮기고 편의점에서 가져 온 샌드위치와 오렌지 한 알, 둥글레 차를 넣었다. 봄날에 맞게 옷을 입었는데 6시 반도 되지 않았다. 해가 길어졌으니 일찍 갔다 오기로 하고 바로 집을 나섰다. 
 
철산아파트 앞 버스정거장을 지나다 보니 80번 버스가 한 정거장 앞에 있다. 그걸 타고 대화역으로 가서 3호선을 타고 구파발로 갔다. 탄현역에서 탔어도 같은 지하철을 타는 것이었다. 704번을 타고 산입구에서 내려 들어가는 길에 등산객들이 많다.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인데 참 부지런들 하다. 바람막이를 벗을까 하다가 그냥 계곡으로 들어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걷기 딱 좋은 기온을 어서 온전히 즐기고 싶다. 
 
계곡 입구에 철쭉 한 송이가 피었다. 아직 능선에는 진달래가 만발해 있을텐데 이 친구가 너무 일찍 얼굴을 내밀었다. 물소리가 크다. 지난 화요일에 비가 많이 내린 탓이겠다. 파주 편의점에서 일하던 그날은 봄비 답지 않게 바람과 함께 퍼부었었다. 그 비가 세상을 깨끗하게 했다. 사람들 마음을 씻어내릴 비는 없을까?
지난주를 거르고 왔는데 힘든 느낌이 없다. 이제 시작이라 그런가? 수암사 뒤에 개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시들어 떨어지고 있고 계단 옆엔 병꽃도 피었다. 길가엔 노랑제비꽃과 현호색이 눈을 사로 잡는다. 노란 죽단화는 무리지어 쉬었다 가라며 꼬득인다. 요즘은 온갖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사람이며 온갖 동물들을 유혹한다. 들머리에서 부터 걷기 어렵게 저리던 종아리가 어느 사이에 말끔해졌다. 꽃들 때문인가 보다. 
 
이른 시간이라 해가 낮다. 그래서 빛이 렌즈에 바로 들어온다. 그래도 상관 없다. 알아만 보면 되니까.
드디어 첫 관문인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고 이어폰을 끼었다. 옷은 등판이 젖어 물이 흐를 정도다. 물 한모금을 마시고 길로 들어가 등산객들과 어울렸다. 이어폰에서 여러 버전의 반딧불이 나온다. 이젠 이 노래에 지칠 때도 된 듯한데 아직은 아니다. 땅바닥에 붙어 피어 있는 작은 꽃들이 예쁘다 생각하며 걸으니 힘든 줄을 모르고 한참을 올라왔다. 역사관 아래엔 진달래와 벚꽃 등이 다 졌지만 노적사 입구 위로는 다시 보였다. 목련도 집앞엔 진작에 다 졌지만 정자 앞엔 붉은 목련이 한창이었다. 붉은 목련을 보았는데 난 왜 생각나는 사람이 없지? 있나?
 
옛길로 올랐다. 중흥사로 가는 이길은 한적해서 좋다. 발디딤이 험하긴 하지만 산길이 뭐 다 그렇지. 이런 길은 둘이 가면 손을 꼭 잡고 걸어야 한다. 이제 곧 잎사귀들에 가려질 큰바위얼굴도 보고 안부 너머로 나월봉도 보며 천천히 걷다가 어디로 갈 지 생각한다. 오늘은 행궁지 뒤로 크게 도는 길로 가자. 그 길은 주위가 온통 진달래니 어쩌면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도 있겠다. 행궁지 갈림길에 도착해서 쉬려다 조금만 더 가서 쉬기로 했다. 행궁지 옆길로 올라가 바위 옆에서 스틱을 펴고 다시 올라가려는데 누군가 휙 지나간다. 젊어 보이지는 않는데 바람 같다. 쫓아가려다 이내 포기했다. 내 수준과 견줄만한 이가 아니었다. 
 
힘들게 남장대지능선에 올랐다. 여기 왔으면 이제 다 온 것과 마찬가지다. 이쪽에서는 문수봉을 빼면 다 낮기 때문이다. 역시 능선길 옆 진달래꽃이 장관이다. 지금이 한창이었다. 지난주에 오지 못한 몫까지 다 즐기고 문수봉으로 갔는데 등산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회사에서 단체로 와서 봉우리에 다 올라왔나 보다.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서로 말들을 하고 있다. 내가 이방인이다. 서둘러 대남문으로 내려갔다. 시간은 이제 10시 겨우 넘었으니 대피소 까지 가볼까란 생각이 든다. 일단은 성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자. 
 
대성문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단차가 크고 허물어진 곳이 많아 무릎에 무리를 줄 여지가 크다.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하긴 이 주능선길의 돌계단들 모두 조심해야 한다. 대성문에서 보국문으로 가다가 한 무리의 등산객들과 어울려 걷게 되었다. 부산에서 버스로 26명이 무박으로 왔단다. 부산이면 나도 연고가 있다. 그들과 어울려 걷다가 그들이 동장대 아래 공터에서 식사를 하러 앉는 바람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 보국문에서 부터 배가 고프긴 했지만 전과 같이 대피소에서 쉬려고 참은 것이었는데 점점 더 기운이 없어져 갔다. 하긴 6시에 밥 조금 먹고 물 한모금에 힘들게 걸었으니.... 
 
대피소에 도착해 보니 무너졌던 플래스틱 지붕만 치우고 서까래는 남겨 두고 금줄을 쳐 놓았다. 그앞 계단에 앉아 배낭 속에 들었던 오렌지 한 알과 샌드위치, 둥글레 차를 순식간에 비웠다. 식어서 미지근해진 차가 그렇게 맛이 있는 줄 몰랐다. 아무리 배가 고팠어도 둥글레차가....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도 썩 좋은 길은 아니다. 이런 길을 다니며 무릎이 아직 성한 것이 감사하다. 내려갈 때는 늘 엉덩이를 낮춰야 한다. 겸손하게.
태고사 갈림길까지 내려가는 동안 많은 이들이 올라갔다. 그들 중 아마도 반은 외국어를 쓰는 듯 했다. 
 
아주 오랫만에 길게 걸었다. 오래전 매번 걸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래서 역사관 앞에서 한참을 쉬었다. 그리고 자연관찰로로 내려와 숙이네 집에 들렸다. 덜 피곤했으면 연신내로 갔을텐데. 오랫만에 먹는 빈대떡과 막걸리가 참 좋다. 빈대떡은 광장시장 순이네 것이 맛이 좋다. 그것을 먹고 싶다. 언제 날 잡아서 들려야겠다.

 

 

자, 산으로 가자. 아파트 마당에 영산홍이 활짝 피었다.

 

8시라 해가 낮다.

 

계곡 입구에 철쭉이 피었다.

 

수문자리에서도 낮은 해에 빛이 들어왔다.

 

수암사 뒤편에 있는 개복숭아꽃이 거의 졌다.

 

계단 옆에 병꽃이 피었다.

 

폭포에 물이 많다. 화욜에 쏟아진 비 덕분이다.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중성문

 

산들 사이로 나월봉이 보였다.

 

이제 큰바위얼굴도 곧 나뭇잎에 가려질 것이다.

 

벚꽃 뒤로 진달래가 보인다.

 

산영루

 

행궁지 위에 벚꽃이 피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나월봉이 보인다.

 

남장대지능선 아래의 바위에서 보이는 삼각산

 

남장대지능선 끝의 소나무

 

남장대지능선길의 진달래

 

청송대에서 보이는 도봉산과 앞의 주능선

 

의상능선과 그 너머 고양시, 구파발

 

남장대지 옆 바위에서 보이는 삼각산

 

노랑제비꽃이 지천이었다.

 

상원봉에서 보는 삼각산

 

 

상원봉.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

 

문수봉에서 보이는 삼각산

 

구기동계곡

 

단체등산객 중 한 명이 찍어 준다기에....

 

대남문에서 보는 광화문. 예날 로얄빌딩에 있을때 이 아래 문구멍이 환하게 보였었다.

 

.대남문과 문수봉

 

대성문

 

이곳에서 부산에서 온 등산객들을 만나 말을 섞었다.

 

지나 온 능선길들

 

삼각산

 

남쪽전망대에서 보이는 형제봉과 북악 등 서울의 산들

 

북쪽전망대. 여기도 곧 나뭇잎에 가려질 것이다.

 

칼바위와 형제봉

 

칼바위를 배경으로

 

대동문

 

대동문 위의 제단 뒤에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대피소에 왔다.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중성문 위의 길

 

역사관 앞에 도착했다.

 

죽단화 앞에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았다.

 

대서문

 

오랫만에 행궁지에서 대피소까지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