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5.4 대피소 - 보국문, 딸과

PAROM 2025. 5. 5. 09:38

오랫만에 아롬이와 북한산을 걸었다. 전엔 내가 앞에서 걸었는데 오늘은 쫓아가기 힘들어 천천히 가자고 몇 번을 말했다. 이럴 때 마다 내가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는 걸 절감한다. 이젠 산에 다닐 수 있다는 것 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많이 보이는 훨씬 더 연세가 많아 보이는 분들은 섭생을 어찌해서 그럴까? 
 
날씨가 참 요상하다. 어찌 토요일에 비가 계속 내릴까? 지난주만 빼고 3월 말 부터 계속 토요일에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데도 산에 가려고 했는데 아롬이가 일요일에 같이 가자고 해서 하루를 늦춰 함께 산에 다녀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비 맞고 토요일에 다녀오고 일요일은 집안 일 하고 월요일 부터 다시 늘 하던대로 했을 터인데 이번은 석탄일 때문에 5월 6일까지 연휴라 일요일에 다녀왔다. 연휴를 틈타 어디를 다녀오려고도 했지만 매일이 연휴인데 굳이 나까지 연휴에 길에 나가 밀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 재량휴업일 실시로 6일 연휴가 된 아롬이와 탄현역 열차 안에서 7시 50분에 만나 산으로 갔다. 배낭엔 롯데리아 버거 하나와 아침에 아내가 만든 샌드위치 한 개, 포도 오렌지 오이가 한 그릇, 뜨거운 둥굴래 차가 담겼다. 산 입구에서 내리자 서늘한 기운이 달려 들었다. 어제 비가 내린 영향인 듯하다. 반바지 차림인 아롬이가 추워 보인다. 계곡입구에서 얼굴을 다 가린 이가 백운대 가는 길을 묻는다. 처음 온 이들인가 보다. 옷차림은 산을 꽤 다닌 듯 보였다. 지난주에 봤던 철쭉꽃은 보이지 않았다.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차갑고 맑다. 부지런히 걷는데 아롬인 벌써 저만큼 앞에 간다. 열심히 따라가지만 좁혀지질 않는다. 다행이 녀석이 가끔씩 뒤돌아 보며 걸음을 늦춰 주고 있다. 땀이 나서 바람막이를 허리에 걸치고 걷는데 참 빠르다. 전에는 아롬이가 찬천히 가자고 했는데 입장이 바뀌었다. 나무잎들이 모두 나서 산이 푸르러졌다. 금방 나온 잎들의 색이 노란빛을 띤 연초록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다.
이 즈음이 가장 좋은 계절이다. 기온도 좋고 벌레들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길에 먼지도 나지 않고 색도 예쁘고.... 이런 날이 내내 계속 되면 좋겠다. 
 
역사관 앞에 도착해 바람막이를 벗었는데 다 젖었다. 쫓아오느라 기운을 많이 쓴 탓이다. 뜨거운 차를 한  모금씩 마시고 일어나 백운대 삼거리를 지나는데 우이동 가는 길을 묻는다. 보니 계곡입구에서 길을 묻던 이들이다. 백운대를 가라고 한 사람이 길이 가파르고 험한 곳을 피하라며 우이동 가는 길로는  가지 말라고 일렀단다. 일요일이 토요일 보다 산에 오는 이들이 더 많은 듯하다. 길에 사람들이 널렸다. 대부분 천천히 걷지만 빠르게 걷는 이들도 많다. 이제는 스쳐 지나가는 이들을 그저 그러려니 한다. 세월에 적응해 많이 변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지난주에 걸은 길의 끝부터 되집기로 했다. 그런데 중간의 보국문에서 내려올 것이다. 연신내에 들릴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정자를 지나서 옛길로 들어섰는데 아롬인 그냥 큰길로 올라갔다. 손을 쓰며 오르는 길이 싫은 모양이다. 부왕동암문으로 가는 삼거리에서 기다리는 녀석을 불러 산영루로 오르게 했다. 그리고 태고사 아래 삼거리 가파른 길을 지나 대피소에 땀 범벅이 되어 닿았다. 대피소 광장 돌계단에 걸터 앉아 큰 은행나무 옆 나무 꼭대기에 금방 돋아난 연초록의 잎을 넋이 빠지게 보았다. 기가 막히게 예쁜 색이다.  
 
땀을 식히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아직 백운대에 오르지 않았다는 아롬일 위해 반대 쪽으로 가려고 잠깐 생각했으나 다음에 가기로 했다. 이젠 산길이 잎에 가려져 어둡다. 아직은 능선 위에서 쉬면 금방 추워진다. 그래서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그렇게 부지런히 걸어 제단, 대동문, 칼바위 전망대를 지나 보국문으로 갔고 그곳에서 계곡으로 내려왔다. 능선의 철쭉꽃은 거의 졌다.
아롬이도 내려가는 길이 없으면 좋겠단다. 나 역시 늘 하는 생각이다. 내려오다가 행궁지 삼거리를 지나 물가 바위에 앉아 잠시 쉬며 과일과 햄버거를 나눠 먹고 아롬인 춥다고 겉옷을 다시 입었다. 아무래도 내려오는 길에선 힘이 덜 들고 땀이 나지 않으니 약한 바람에도 추위를 느낄 것이다. 
 
역사관 앞에서 쉬지 않고 바로 자연산책로로 내려와서 37번 버스로 연신내로 갔고 늘 대기줄이 있던 목노집 앞의 불오징어 집에 들렸다가 집으로....

 

 

자, 산으로 가자!

 

비가 온 다음날이라 하늘이 맑고 시원했다. 하지만 나중엔 추웠다.

 

역사관 앞 도착

 

중성문

 

산 사이로 의상능선의 나월봉이 보인다.

 

대피소고 가는 길

 

드디어 대피소에 올랐다.

 

동장대로 가는 길

 

대동문

 

칼바위와 형제봉

 

칼바위전망대 앞에서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

 

보국문. 오늘은 여기서 하산했다.

 

다 내려왔다.

 

태고사로 오르는 가파른 비탈

 

대동문 위 제단 앞에서

 

제단 앞에서 아롬이와

 

칼바위전망대 앞

 

죽단화 아래에 선 녀석

 

연신내  옛 양지극장 앞의 불오징어집 그릇을 싹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