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던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나 했더니 어느새 장마가 와서 꼼짝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주말마다 내리던 비가 어젠 장마 중인데도 내리지 않았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지난 주말엔 동네 상가에 일이 있어서 산에 가질 못했다. 근처 산에라도 다녀오려고 생각은 했었는데 생각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제 엉덩이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게을러지는 느낌이다. 주변에서 수시로 들리는 부고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불편하지만 알량하게 남아 있는 건강을 붙잡기 위해 산으로 가기로 했다. 일찍 일어난 아내가 오랫만에 김밥을 말고 참외와 수박을 담아 놓아서 아침밥을 먹자마자 집을 나섰다.
어제는 종일 비가 쏟아졌지만 오늘은 흐리기만 하겠다는 일기예보를 굳게 믿고 장마철에 우산도 없이 나섰지만 걱정이 없다. 산에 가는 기쁨이 비 걱정을 완전히 몰아내었다. 늘 타던 열차보다 앞 차를 탔다. 빈 자리가 많다.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사람들이 많다. 이른 시간이라 버스 배차 시간이 길어 그런가 보다.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려 탐방지원쎈터 앞으로 갔는데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 어제 내린 비로 길이 위험해져서 입산을 금지한 것이다. 몇몇은 위험해도 내 목숨이니 가겠다며 험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며 안전을 강조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쉽게 풀릴 일도 아니고 그래도 안된다 생각해서 둘레길을 걷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백화사로 가는 둘레길에 비의 흔적은 거의 없었다. 젖은 땅과 떨어진 잎사귀 만이 비가 내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계곡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 중 몇몇이 앞서서 걷고 있고 마주오는 이들도 있다. 지난주를 쉬어서 그런지 평평한 길인데도 힘이 든다. 정말 순식간에 저질체력이 되었다. 그래도 매일 헬스장에 가서 걷고 밀고 당기고 해서 이나마라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슬픈 미소를 짓는다.
북한산 글램핑장과 삼천사입구를 지나 식당들이 있던 곳으로 왔는데 공터로 변해 있다. 계곡가에 있던 식당 건물이 오지 않던 사이에 사라졌다. 시야가 녹색으로 바뀌니 시원해졌다. 은행나무 숲을 지나 진관사입구에서 절을 향해 올라갔다. 혹시 길이 트였나 해서 갔지만 입구에 입산금지판이 세워져 있어 되돌아나와 한옥마을을 지나 기자촌을 향해 산길로 올라갔다. 코스모스터널에서 기자촌으로 가는 길에 나무 계단이 많아 숨이 턱에 차고 땀이 옷을 적신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가 나타났지만 구름이 가려 가까운 산만 희미하게 보였다. 지금 시간에 산길에서는 만나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둘레길에서는 많다. 아마도 접근과 탈출이 쉬워서이리라. 둘레길의 일부 구간은 그냥 산길이다. 오르내림은 산길보다 더하다. 하긴 길이 북한산에 있으니. 최소 10키로는 걸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거리를 가늠해 본다. 장미공원까지 가도 안될 듯하다.
불광중학교를 지나 골목길을 걷는데 빵하는 소리가 난다. 멍 때리고 걷다가 길을 막았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나쁜 파란지프 놈. 돌아올 때 보니 식당 천막 안에 고이 주차되어 있다. 거긴 갈 일도 없지만 안간다. 불광사로 가는 길을 오르내리며 전망대를 지나 불광사까지 갔다가 되돌아 와 공터 의자에서 점심을 먹은 후 불광중학교 앞에서 연신내역으로 내려왔다. 대충 걸은 거리를 계산해 보니 오늘 목표대로는 걸은 듯하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7. 5 행궁지 - 대성문 (4) | 2025.07.06 |
|---|---|
| 6.28 대피소 - 보국문 (6) | 2025.06.29 |
| 6. 7 보국문 - 대피소 (2) | 2025.06.08 |
| 5.31 대성암 - 청수동암문 - 대성문 (3) | 2025.06.01 |
| 5.24 고봉산, 아내와 (1) | 2025.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