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났다고는 하는데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무겁다.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이 비가 내릴 걱정을 덜어준다. 조금 걷는데도 습한 기운에 금방 몸이 젖는다. 그냥 흠뻑 내리고 푸른 하늘을 보였으면 좋겠다.
다시 토요일이 왔다. 어제까지 헬스장에서 근력과 유산소운동을 했으니 오늘은 밖에서 땀을 듬뿍 흘릴 차례다. 일찍 깼으니 일찍 가야겠다. 새벽밥을 먹고 아내표 샌드위치와 수박, 살구를 넣고 집을 나섰는데 아직 7시가 멀었다. 부지런히 탄현역으로 갔는데 열차가 도착했다. 이 시간에 이럴 수는 없는데.... 다음 열차는 세 정거장 뒤에서 오고 있다. 운행시간이 바뀌었나 보다. 앱을 확인했는데 그대로다. 이상하다.
구파발역에 도착해 버스정거장으로 갔는데 704번이 바로 온다. 8분을 기다려 37번을 탈까 주저하다 그냥 탔다. 이른 시간의 교통편은 빈자리가 많아 좋다. 종점인 산성입구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 길이 텅 비었다. 하늘은 여전히 무겁다. 습도가 높으니 오늘도 땀으로 목욕하게 생겼다. 계곡 입구에서 보이는 하늘 가운데가 훤한 것이 비는 내리지 않을 듯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기분이 좋아졌다. 나무가 길을 덮어 흐린 하늘에 더욱 길이 어둡다. 중간중간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날려준다. 계곡에 물이 많이 줄었고 바닥에 이끼가 많이 끼었다. 다음주에 정 박사와 알탕하기로 했는데 비가 많이 내려 바닥을 깨끗이 만들면 좋겠다.
역사관 앞에 도착해 데크 위의 의자로 가서 배낭을 벗었다. 앞가슴은 벌써 흠뻑 젖었다. 등에 손수건을 대었다 짜니 물이 잔뜩 떨어진다. 이즈음엔 늘 이렇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이어폰을 끼고 새벽에 내려 받은 여러 버전의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를 들으며 다시 길로 들어섰다. 백운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갈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쳤다. 그냥 편히 다니던 길을 걷자고. 장마철에 무슨....
길에 등산객들이 잊을 만 하면 나타났다 사라졌다. 혼자 텅 빈 길을 가는 느낌이다. 네 발을 써야 갈 수 있는 곳으로 해서 옛길로 올라 오른쪽을 보니 나월봉이 멀리 높이서 웃고 있다. 마치 "날 보러 올래?" 하는 듯하다. 그러고보니 남장대지능선을 걸은 지 오래됐다. 오늘은 오를 때든 내려올 때든 걷자고 마음 먹었다.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 알탕 장소에 들러 상태를 살피니 아주 좋다. 바닥이 깨끗하다. 단지 떨어지는 물줄기가 약하다. 다음주까지도 문제는 없을 듯하다.
행궁지 갈림길 삼거리에서 오른쪽 바위로 올랐다. 벌써 힘이 들어 무릎을 짚었다. 스틱을 펴려다 행궁지 앞에서 펴기로 하고 비탈을 오르는데 풀이 자라 좁아진 길에 뱀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진작 스틱을 펼 껄 하며 후회를 했다. 행궁지 옆을 돌아오르는 길이 진창처럼 변했다. 가뜩이나 미끄럽고 가파른 흙길인데 젖기까지 했으니.... 길옆에 걸린 줄에 의지해 무릎을 짚고 허덕이며 간신히 능선에 올라 바위에 자리를 잡았는데 뒤쫓아온 이가 지나가다 본다. 누가 뒤에 오는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바위에 놓은 배낭을 치우며 앉으라고 하니 냉큼 옆에 앉는다. 김포 사람이란다. 다 내려와서 알게 된 67년 생, 축산과를 나와 어느 회사의 고문과 컨설팅을 한다는 것, 가족력인 당뇨가 있어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고, 형들이 있고 가끔 같이 여행을 다니고, 골프를 좋아한다는 것을 같이 걷는 동안 알게 되었다. 내가 68년에 중학교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눈이 동그래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재미 있었다. 이 분과 같이 걷는 바람에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대신 같이 걷느라 남장대지능선 등 오름길을 만날 때마다 숨이 턱에 찼다.
이후 걸은 길은 상원봉은 미끄러울 것으로 생각해 겨울에 늘 쉬던 바위에서 우회했고 문수봉을 올랐고 대남문을 지나 성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서 문 안 통나무 위에 앉아 잠시 쉰 후 대성사로 내려와 계곡길로 알탕 장소로 와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다가 대서문을 지나 올라오던 조은네 님을 오랜만에 만난 후 자연관찰로로 내려와 숙이네집 앞에서 헤어져 내 시간을 잠깐 가진 후 집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해고한 아파트 경비가 진정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뭔 일이람.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이제 일어나야 된다.
자, 가자!

이제 땀 좀 흘리자. 하늘 가운데가 잠시 열렸다.

수문자리에서 본 계곡과 원효봉

계곡폭포. 물때가 끼어 바위가 검다.

역사관에 도착했다.

이제 쉬었으니 다시 길로 나가자!

중성문 아래 계곡. 맑은 물을 보니 그냥 들어가고 싶었다.

중성문

네 발로 오른 후 오른쪽으로 나월봉이 보였다. 오랫만이라고 오라고 하는 듯했다.

산영루

남장대지능선 아래 바위에서 본 삼각산.

주능선 뒤로 칼바위가 보였다.

산길을 잘 걷는 젊은이와 오르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여기선 나월봉이 저 아래에 있다. 아까는 까마득히 높고 멀었는데.

의상능선 너머로 은평지구와 삼송지구가 보인다.

비봉능선

문수봉에 올랐다. 삼각산을 뒤로 하고 한 장.

구기동계곡. 앞으로 백악과 인왕, 남산이 보인다.

대성문

대성암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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