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정년을 생각하다

PAROM 2011. 5. 19. 11:24

 2011.5.17

 남의 일로만 생각되었던 정년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의 상황이면 기업에 재직 중이었으면 진작에 그만 뒀어야 했는데 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내 게으른 성격 때문에 다른 이들 같으면 벌써 다른 일이나 직장을 알아보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할텐데 나는 아직도 천하태평이다. 옮긴 부서에서 새로운 일을 한답시고 시간을 보내고,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보았던 사이트를 10분 마다 다시 들어가 새로운 뉴스나 축구소식을 찾고 있다.

 참 한심하다. 중간중간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헤어나질 못한다. 큰일이다. 이러다 퇴직하면 어쩌려는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내년 퇴직과 동시에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확인해 나갈 때 인 것 같은 데.......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연금을 받더라도 2017년 9월 부터 받게 되는데 2012년 1월 부터는 내가 벌어들일 수입이 없다. 지출은 현재보다 오히려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할까?

 지출계획을 세우고 만날 친구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어찌 보낼 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공부할 것이 있는 지? 읽을 책이 있는 지? 만날 친구가 있는 지? 찾아 볼 분들은 있는 지? 가볼 곳은 있는 지? 사 놓은 땅들은 제자리에 제대로 잘 있는 지? 계절마다 나는 나물들을 뜯으러 가야 되는 지? 친구 애들 결혼은 언제 하는 지? 해외여행은 어디로 가는 지? 등산은? 막걸리 마시기와 술담그기는? 황토집 짓기는? 농사는? 반월 땅은? 주식은? 상가는? 아파트는? 에휴~~~ 이일들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 지?

____업무로 중단 ,  잠시 후 계속 -----

 

 2011.5.19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고정 수입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지출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눌은 하나 처분해서 살면 된다고 편하게 말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삼년 전만 하더라도 정년 후에는 일년에 두번 정도 해외여행하고 일년의 반은 바닷가나 산속 풍광이 좋은 곳에서 살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집에 돌아와 살고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남아의 기후와 풍광이 좋고 물가가 싼 국가에 나가 사는 것도 생각해 봤고 섬에 들어가 일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간 상황이 변했다. 

 애들 결혼도 시켜야 된다. 저희들이 알아서 간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능력만으론 어렵다는 것을 안다.

 퇴직하면 마눌의 잔소리도 늘어날 것이다. 막걸리를 마실 날이 늘어날 것이고 그 광경을 가까이서 매번 지켜볼 테니 듣기 싫은 소리를 안 할수가 없을 것이다. 같이 여러 곳 여행도 다니고 싶지만 젊을 때도 싫어했는데 할까?

 혼자서 술 마시기가 지겨워지면 친구를 찾아나서야 한다. 반가워할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아무때나 부르면 나올 수 있고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친구를. 현직일 때와 차이가 있겠지. 그것도 생각해 못 나오고 안 나온다고 실망하지 말아야한다.

 가끔 친구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그만두면 네 회사에 적을 걸어줄 수 있냐고. 면전에서 얘기하니 안 된다고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럴 일이 현실화가 되어가니 궁금하다. 적을 걸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여기서 퇴직을 하면 국민연금에 반드시 가입을 해야 공적연금연계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기간이 5년 반을 넘게 된다. 어디다 적을 걸어야 되나?

 그간 바쁘다는 핑게로 만날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 제일 많은 것이 시간이다. 시간을 잘 보내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그간 보고싶었는데 못 본 사람은 누군지? 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보고싶어 할지? 얼른 떠오르는 얼굴이 많다. 살면서 느꼈던 구수한 향기를 내뿜던 분들이 많다.

 지난 2년간 몽골에 10번을 다녀오면서 참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느꼈다. 우리나라의 70년대라고나 해야할 지. 인구가 적지만 국토가 광할하고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잘 생각하면 부지런하고 보람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면 무얼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친구가 사업일을 도와달라면 좋겠고, 유학알선도 가능성이 있으면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그리고 마눌은?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계획을 확실히 세울 수 있으니까. 오랫동안 건강하게 여유롭게 사는 것이 모두의 꿈이리라. 그러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하는 것이고. 여유롭게 사는 것은 물건너 갔으니 건강하게 마눌과 같이 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을 계속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아침마다 한 시간씩 걷고 주말엔 등산을 하는 것을 마눌과 같이 하도록 해 봐야지. 아니 어쩌면 아침마다 걷는 것은 농사를 지으면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농사만으로도 엄청난 운동이 될 테니까. 그래도 등산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리고 가끔씩 친구들을 불러모아 투망도 하고 낚시도 해야지.

 2017년 9월부터 연금이 나오면 생활이 어떻게 바뀔까?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는 있겠다. 지금 수준으로 월120만원 정도 나올 것으로 보이니까. 손주들 용돈 줄 능력이 생기는 것은 좋은 것이다.

 지금까지 상가관리단 임원일을 하면서 퇴직하면 시간을 많이 내서 일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수입도 없는 일에 종일을 보내기는 좀 그렇다. 현재 상황으로는 내가 하겠다면 임원일을 계속할 수는 있겠지만 글쎄....... 이 일을 계속하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걱정이다. 하더라도 잠깐씩 시간을 내어 도와주는 수 밖에. 이일도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보니 조금의 권리침해가 있으면 바로 십가 된다.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에 상가임원회의가 있다.

 정년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제 일곱달 반도 안 남았다. 생각을 해야된다. 에휴~~~

 좋은 곳은 정년 전에 생각할 시간을 준다더구만, 하긴 여직 봐 준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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