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인가에 에어아시아에서 저렴한 항공권이 나와서 딸과 처음으로 둘이 하는 해외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마눌 생일에 처조카 개업식에 갔다가 여행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일행이 5명으로 늘어 손윗 동서와 둘째 처남, 둘째 처남의 막내아들이 같이 가게 되었다.
아롬이는 여행을 오래전부터 준비 했지만 나는 딸에게 일정 등을 맡겼기 때문에 그냥 대충대충 훑어보고 말았다. 여행을 떠나는 당일에야 환전을 하고 짐을 꾸렸다. 물론 나는 근무하는 날이라 퇴근을 한 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시간에 맞춰 탄현역에서 전철을 탔다. 한결이도 집에 와 있다가 출근하는 길에 함께 DMC역까지 갔는데 같이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사정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한결이 하고도 해외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공항열차 안에서 만난 손윗동서와 공항3층에서 처남을 만나 함께 체크인카운터로 가서 아롬이 배낭을 수하물로 보낸 후 출국수속을 하다가 동서가 가지고 온 고추장, 처남이 가지고 온 칼이 심사에 걸려 수습하느라 시간을 지체한 후 면세점에서 술을 한 병 산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말레이시아까지 7시간이 넘게 걸렸고 올 때도 거의 그렇게 걸렸다. 우리나라와의 시차는 한시간이 났다. 갈때는 밤 11시에 비행기를 타서 쿠알라룸푸르공항에 현지 시간 새벽 5시 조금 넘어 내렸고, 올 때는 13:55에 쿠알라룸푸르(KL)에서 출발해 인천에 21:30 경에 도착을 했다. KL에 내리니 이른 아침이었고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공항에서 말라카로 가는 첫버스가 오전 9시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 공항 안에 있는 식당에서 현지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먹을만 했다. 하지만 손윗동서는 커다란 고추장병을 보란듯이 꺼내 놓는 바람에 나와 아롬이를 당혹하게 했다. 이런 당혹스러움은 여행 내내 이어졌고 고추장병이 깨진 후에야 멈춰졌다. 또 하나의 당혹스러움은 가지고 간 술을 식당에서 마시겠다며 아롬이와 나에게 말해 달란 것이었는데 해외엔 단체여행만 해온 분들이라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없었다.
배낭여행이란 자신과의 대화, 성찰시간도 갖고 견문도 넓히고 현지 문화도 익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관광에 치우치고 돌아다니는데만 열중하다보니 몸은 피곤하고, 저녁마다 마신 술로 아침에 개운치 않고, 하고 싶고 먹고 싶고 쉬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어 돈과 시간, 피로가 배가 되었다.
어찌보면 이번 여행이 미국 하와이연수 때 이후 처음으로 하는 통역자 없는 여행이었는데 그럭저럭 계획에 별 차질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음의 여행도 이런 저가항공사를 통한 배낭여행을 계획해야겠고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여행계획을 알차게 꾸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번 여정은 28일 밤 11시 출발 비행기 1박 후 KL공항 -> 말라카(1박) -> KL(호텔 1박, 게스트하우스 1박) -> 페낭(호텔 1박, 게스트하우스 1박) -> 랑카위 (호텔 1박) ->페낭(호텔 1박) ->KL공항 13:55 출발 ->인천공항 밤 9시 25분 랜딩하여 10시경 입국이었다.
공항에서 9시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국내선 도착 로비 안에서 말라카까지 가는 버스표를 끊은 후 버스를 타고 1시간 50분 가량 이동해 말라카터미날에서 내린후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시계탑 앞에서 내렸다. 게스트하우스까지 물러물어 찾아간 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짐을 풀었고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놓고 나와 시내 구경을 했다. 성폴(바울?)교회와 성터, 운하 등을 걸어다니며 구경하고 환전상을 찾으러 길을 헤매기도 한 후에 어두워진 길가 상점에서 맥주를 마셨다. 이곳의 게스트하우스는 시설이 좀 실망스러웠다. 아롬이가 인터넷 사진만 보고 예약을 했는데 높고 가파른 계단, 비좁은 공동욕실과 화장실, 매트리만 있는 침실 게다가 아롬이 방은 3면 벽 위가 뚫려있고 에어컨 없이 천장 선풍기만 있고.....
전날 마신 맥주와 비행기 탑승의 피곤함을 떨치고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시내버스로 버스터미널에 와서 시외버스를 타고 KL로 왔다. 기차역 같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철도를 타고 오다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시내중심부의 부킷빈탕에 내려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택시 2대에 나눠타고 후라마호텔까지 50링깃에 갔다. 나중에 보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모르니 돈으로 해결할 수 밖에. 호텔에 한참을 기다려-한국에서 카드로 결재한 것이 확인이 늦게된 것으로 추정- 체크인을 한 후 방에다 짐을 풀고 아롬이와 영재는 따로 번화가로 가고 어른들 셋이서 바투동굴로 기차를 타고 구경하러 갔다. 힌두사원으로 조성된 동굴을 구경하고 애들과 중앙시장에서 보기로 문자로 연락을 해서 만나 인도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후라마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레인포리스트란 게스트하우스로 옮긴 후 24시간짜리 HOP-ON HOP-OFF 시내투어버스표를 인당 38링깃에 끊고 시내를 관광했다. 우린 국립박물관과 메르테카광장을 구경한 후 밥을 먹으러 내렸는데 아롬이가 돗수가 든 썬글라스를 버스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헤어져 따로 구경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쌍둥이타워와 KL타워를 구경하고 다시 아롬이를 만나서 부킷빈탕으로 돌아왔다. 이날 12시 반에 버스를 탔으므로 다음날도 그 시간 전까지는 탈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둘러본 곳이 적어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어느 정도 익고 난 후에 보니 투어버스가 다니는 노선이 겹치는 곳이 많았다. 저녁을 먹으러 숙소 근처의 태국식 술집으로 가서 탑식 생맥주를 주문해서 전날 먹다 남은 양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신 후 어른들 셋이 2차로 포장마차가 많은 곳에 가서 맥주를 더 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게스트하우스에서 토스트와 우유 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페낭으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숙소에서 버스터미날까지 쉽게 가까이 갈 수 있었는데 빙 돌아 걷는 바람에 더운데 죽을 고생을 했다. 버스를 타고 조지타운까지 4시간 정도 걸려서 갔고 시외버스터미날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출리아거리에 갔을 때는 벌써 어두워졌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우리가 불쌍했는지 지나가던 서양인 여자애들 셋이 바나나게스트하우스가 가장 싸고 깨끗하다고 알려줘서 갔는데 우리가 사용할 만한 방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같은 체인인 바나나부띠크호텔에 묵기로 했다. 이 호텔은새로 지었다고 했는데 개장준비가 완벽하지 않아 에어컨 때문에 방을 바꾸고 냉장고의 고정테잎을 다 떼어낸 후 써야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내를 대충 둘러보았는데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도로공원 가운데와 인력거에서 쭈그리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춥지 않고 과일 등 먹을 것이 비교적 풍부하고 인심들이 좋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큰길가의 인도식당에서 먹고 근처의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옮겼다. 아롬이는 랑카위에 가는 교통편을 알아본다고 해서 헤어지고 나머지 네명이 극락사를 구경하러 시내버스를 2링깃을 주고 타고 갔다. 극락사를 구경하고 내려와서 아롬이를 만나 시내버스를 타고 페낭국립공원으로 갔다. 원숭이해변을 향해가다 너무 더워서 중간에 되돌아 나왔다. 부로셔에 나와있는 하늘다리를 가보고 싶었는데 원숭이해변 쪽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갔던 길은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었는데 생각보다 험했고 바닷물은 맑지 않고 마치 인천 연안부두 앞의 바닷물 색이었다. 이런 물색은 여행 중 계속되었다.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공원입구 식당에서 맥주와 닭요리를 주문해서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시간이 남아 어른들 셋이 스위튼햄항구까지 걸어서 갔다가 왔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가까운 야시장에 가서 여러 음식을 주문하여 맥주와 곁들여 마셨다. 아롬이는 이모부와 함께 야시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 나가 춤을 추다가 들어왔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에서 주는 토스트와 주스로 식사를 하고 아침 배를 타기 위해 어제 갔던 항구로 걸어서 갔는데 랑카위가는 페리선이 출발하는 곳이 그곳이 아니라는 바람에 놀라서 택시를 타고 제대로 된 스위튼햄항구로 가서 겨우 시간에 맞춰 배를 탔다. 4시간이 넘게 달린 후 랑카위항구에 내려 점심을 바로 앞의 식당에서 하고 택시를 타고 아롬이가 소개책자에서 본 아세니아리조트호텔로 가자고 하면서 기사에게 하루 렌트하여 가이드해 주는데 얼마냐고 물으니 150링깃이라고 해서 택시기사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호텔에 도착해보니 많이 낡아보여 망설이다가 비도 오는데 다른 곳으로 가기도 뭐해서 다른 방을 달라고 해서 짐을 풀고 다른 사람들은 수영장에서 놀고 나만 수영복을 사러 돌아다니다가 해변까지 가게 됐고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맥주와 수영복을 사와 수영장에서 같이 놀았다. 회교도가 대부분인 국가라 술값이 무척 비싸 식당에서 칼스버그 맥주 한 캔에 8링깃 정도였는데 면세점에서는 1.6 - 1.7링깃이었고 색당에서도 4링깃 정도였다.
수영장에서 놀다가 지루해져서 같이 해변으로 가서 파라세일링 구경도 하고 해수욕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그것도 지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말레이식당에서 맥주와 게요리를 먹었다. 돌아오다가 면세점에서 맥주를 더 사서 호텔로 돌아와 조금 더 마시다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안내를 부탁했는데 길가에 있는 공항, 쌀박물관, 공항보호용 방파제, 여러 호텔 등을 설명해주면서 운전을 했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이 텔라가요트항구였고 다음이 랑카위케이블카였다. 비가 심하게 내리는 바람에 30분 이상 기다렸다가 엄청 높은 곳(720m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을 아찔하게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음에 간 곳이 망그로브여행을 하는 항구였다. 배를 350링깃에 2시간을 빌려 타고 물수리가 사람이 주는 닭고기를 물위에서 채 먹는 것들 보고, 원숭이에게 먹이도 주고 동굴 구경도 하고 물고기 양식장 구경이 2시간 여행에 포함된 코스였다. 선장의 말로는 물수리에게 닭고기를 계속 주었더니 물고기는 안 잡고 보트가 와서 물보라를 일으키면 먹을 것을 줄 줄 알고 모여든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5명이었는데 10명까지 보트에 타도 같은 값이었다. 서양인들은 2명이서 타고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박물관이며 모두 6곳을 봐야한다는 택시기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간 때문에 페리터미날로 돌아왔다. 우리배가 오후 5시 출발인데 표도 끊고, 식사도 하고 작별도 하려면 3시반까지는 도착해야 했다. 애들은 랑카위에서 하루 더 묵고 다음날 태국으로 가기로 하고 우리는 페낭으로 가서 8월5일 아침 6시50분에 쿠알라룸푸르 행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페리터미날 앞 KFC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헤어졌다.
4시간을 넘겨 달린 후 페낭에 내리니 이미 어두워졌다. 공항근처의 숙소를 정해야 비행기타기가 편하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공항근처의 3-4성급 호텔로 가자고 했더니 1박에 700링깃 가까이 하는 곳에 내려주는 바람에 호텔을 나왔다. 길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물으니 공항근처에는 호텔이 없다고 해서 난감해하다 발길을 돌려 걷다보니 조그만 한글이름 간판이 보였다. 우선 식사도 할 겸 그곳에 들리니 한인 2세 아들이 지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소주와 삼겹살, 김치찌게를 주문해서 먹으며 사정을 얘기하니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알아보고 하루에 248링깃하는 호텔을 예약해 주고 택시까지 대기시켜 주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불러준 자가용택시를 35링깃에 타고 공항에 도착해 스케줄을 보니 내 비행기가 캔슬이 되어 있었다. 다른 분들의 비행기가 내가 탈 비행기보다 한시간 반이 빨랐는데 내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같이타게 되어서 두 분에게는 무척 다행스런 일이 되었다. KL공항에 도착하니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았다. 두 분은 처음 도착해서 밥을 먹었던 식당에서 같은 메뉴의 식사를 했다. 시내 관광을 하기도 그렇고하여 공항 내에서 죽치다가 시간이 되어 현지시간 1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우리 시간 9시 20분경에 내렸다.
쿠알라룸푸르공항도 그렇고 랑카위의 면세점에서도 그랬는데 술값과 담배값이 한국의 면세점보다 비쌌다. 품목과 금액이 많이 비교되어 살 수가 없었다. 해외여행에서 아무것도 안 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에 내려 입국수속을 하고 짐을 찾아 나오니 밤 10시가 되어 있었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려다 막차가 걱정이 되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교하가 첫정거장인 5800번 시외버스가 와서 탔는데 결국 3300번을 타거나 공항철도를 이용한 것보다 못한 것이 되었다. 자정을 막 넘겨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한 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마눌과 얘기를 하다가 골아 떨어졌다.
이번 여행으로 하여금 나중에 기억나게 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름엔 시원한 곳으로 겨울엔 따스한 곳으로 가야하고 여행중에 술은 하루에 맥주 한 병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눌과도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데 식사와 숙소얘기를 하니 절레절레한다. 다음엔 아들과도 가야겠다.
7.29 말라카
시계탑
성폴교회
말라카 시내운하
7.30
말라카 해협
말라카에서 도착한 버스정거장 밖의 모습
항투앙 모노레일역에서
바투동굴
바투동굴 입구
7.31
호텔 창밖 풍경
imbi 모노레일역
게스트하우스
국립박물관
메르데카공원 앞 건물
쌍둥이빌딩 앞에서
시내투어버스 Hop-on Hop-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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