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23 행궁지 - 대남문, 김정도 회장

PAROM 2022. 7. 24. 07:53

오늘이 2022.7.23(토)이다. 이번주는 참 바쁘게 갔다. 이 정도면 아프고 말고 할 겨를도 없겠다. 
 
지난 토욜에 중성문 옆 계곡에서 시작한 음주가 잭다니엘 1리터를 넷이 비우고도 모자라서 장마비를 맞으며 내려와 단풍의 추천으로 '단지(예전에 단골로 다니던.... 그러나 이제는 ㅠㅠ)'에서 우산을 펴고 비를 맞으며 생맥주를 두 잔씩 더 마시고도 모자라 구파발역에서 또 더 마신 후 기억이 끊어진 채 집에 온 바람에 목요일까지 집안은 엄동설한이었다. 
 
아내는 일찍 출근을 하니 6시 전에 운동하러 갔다가 오면 마주칠 일이 없어 하루이틀은 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내와 말 없이 지내기가 무척 불편한 거였으니 결국은 내가 꿇어야지.  
 
그런 사유로 일요일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박혀 있었고 월욜은 전날 하지 못한 청소와 분리배출을 하고 도시가스 사용량도 입력하며 지냈고 다음날 오전은 매번 가는 봉일천에 알바하러 다녀와서 등산복 빨래를 한 후 저녁에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했고 수욜은 일산서구보건소 앞으로 가서 이발, 목욜은 동대표들과 동네와 파주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현기의 파주 농장에 가서 개복숭아와 자두 노각 단호박 꽈리고추 깻잎 토마토 등등 수십 가지를 따갖고 왔고 금욜은 저녁에 사당에서 청송회 모임이 있었다. 직장 다닐 때는 이정도의 약속이나 일이 수시로 있었지만 퇴직한 후엔 일주일을 꽉 채워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으니 기록이 될 만하다. 
 
금요일 모임을 끝내고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와 자고 드디어 토욜 새벽. 비가 올 것 같이 후텁지근하다. 산을 오르며 흘릴 땀 생각에 그냥 집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몸은 배낭을 챙기기 시작한다. 전날의 친구들 모임에서 산에 가냐는 물음에 그런다고 답을 한 것도 이유의 하나다. 900미리 물병에 물을 넣고 얼음, 수박, 샌드위치만 넣었다가 일기예보를 보고 우산도 넣고 출근하는 아내와 같이 집을 나섰다.  
 
탄현역 토요일 아침 7시 대에는 18분 이후에 38분에 열차가 있어 거의 38분 열차를 타게 되고 승객들도 매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도 그 열차를 타고 대곡역에서 환승해 구파발역에 내렸고 곧 도착한 8772번 주말버스를 탔는데 카드에 잔액이 부족하단다. 충전을 하지 않았단 생각에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충전을 하고 올라와 다음 버스를 탔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물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실린 바람이 불어와 서늘함을 주었다. 하늘엔 구름이 아래로 내려와 언제라도 비를 뿌릴 태세다. 어디로 걸을까 생각하다보니 남장대지를 걸은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리로 가야겠다. 어제 산에 가냐고 물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 집에서 나왔나 보다. 나와 사오십 분 차이가 난다. 
 
지난주에 물가에서 놀던 중성문을 지나니 이미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스틱은 역사관 앞에서 폈지만 대피소 갈림길까진 쓰지 않고 들고 걸었다. 새로 산 배낭 허리끈이 옆구리에 걸려 아파서 손으로 잡거나 바지 위로 걸치게 하며 걸어야 했다. 더운 날을 피하려 일찍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이들을 많이 지나치며 청수동암문 갈림길 가까이 갔을 때 다시 전화가 왔다. 산에 왔다고 한다.  
 
남장대지로 가는 길 중 두 곳은 네 발을 사용해서 올라야 해서 피하고 싶지만 다른 길은 거미줄도 많고 낙엽들 때문에 더 걷고 싶지 않다. 행궁지 옆을 크게 돌아가는 길을 오르는데 오늘은 아직 아무도 걷지 않았는지 거미줄이 얼굴에 자꾸 걸려 스틱으로 거미줄을 쳐내며 올랐다. 행궁지를 지나자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살살 불어와 땀을 식혀 주었다. 이 길은 문제가 능선길이라 땀을 닦을 물이 없는 것인데 바람이 얼마나 고맙고 시원한지.... 
 
온몸을 다 적셔가며 남장대지능선에 오르다 삼각산을 보니 구름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아침보다 훨씬 많아진 것을 보니 비가 오긴 할 것 같다. 상원봉을 비껴 가려다 오랫만에 왔으니 늘 다니던 길로 가기로 하고 바윗길로 가니 길이 젖었다. 가파른 바위에서 미끄러지면 낭패라 흙을 찾아 디디며 청수동암문으로 내려서 문수봉을 올랐다.  
 
문수봉에 먼저 올라 쉬고 있던 이들 중 몇몇이 산개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다. 공원공단에서 주지 말라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 말라고 하려다 그만 두었다. 삼천사길로 오르고 있는 친구가 이삼십 분이면 도착한다고 해서 배낭을 벗고 쉬는데 바람에 물기가 많아 곧 추워졌다. 젖은 옷이 바람에 마르며 온기를 뺐어 간 탓이 크다. 문수봉에서 이리 오래 쉬기는 처음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이 되니 출출한 기운이 들어 배낭을 풀어 샌드위치 반 쪽을 먹었다. 수박도 먹고 있는데 친구가 완전히 젖어서 올라왔다. 어제 늦게까지 봤었는데도 반갑다. 남은 거리가 백 미터라고 생각했는데 올라오다 보니 1키로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단다. 전날 모임이 끝난 후 넷이 당구를 치고 한 잔씩 더 했다는 데 대단하다. 
 
친구의 땀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대남문을 지나 계곡으로 바로 내려왔다. 더 가도 되지만 나는 땀이 완전히 다 식었고 늦게까지 걷고 싶지 않아서였다. 길을 내려오며 친구가 길가에 있는 작은 표식을 가리키며 설명을 했다. 대피소갈림길에 있던 그 표식엔 51 - 3이라 적혀 있었는데 5백 미터마다 설치되어 있으며 아래에서 1부터 시작이고 모든 국립공원은 다 같은 방식이란다. 아래로 오면서 살피니 51은 역사관 아래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고 계곡길에선 49 - 2가 먼저 보였으니 백운대 방향은 49로 계속 가고 갈라지는 곳 부터 51이 새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므로 표식의 뒷 숫자에 5백 미터를 곱하면 갈림길이나 산 입구까지의 거리가 되는 것이란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는데 작은 빗방울이 팔에 닿는 것을 느꼈다. 일기예보 보다  비가 늦게 와서 다행이었다. 들꽃 쉼터에 들려 잠시 쉰 후 원당으로 이사온 지 보름 된 김정도 회장이 먼저 내리고 탄현역에 내리니 비가 많이 온다. 오늘은 우산을 잘 챙겼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막걸리 한 잔을 하려는데 냉장고가 비었다. 밖에 나가기 귀찮아 버번에 토닉을 타서 마시는데 영 아니다. 못 먹겠어서 집앞 편의점에 가서 막걸리를 사 오니 그 사이에 아내가 집에 왔다. 
 
역시 산행 후에 마무리는 막걸리가 최고다.

 

 

자, 이제 시작이다. 백운대가 구름에 거의 가려졌다.

장마철이라 폭포가 우렁찬 소리를 냈다.

지난주엔 화장실 자리에 깊은 구덩이가 있었는데 깨끗하고 번듯한 화장실 건물이 들어섰다. 이젠 이용하는데 부담이 없을 것이다.

중성문. 지난주엔 이 옆에서 놀다 내려갔다.

산영루. 몸은 이미 땀에 다 젖었다.

행궁지로 향하는 숲길

나무 위로 삼각산이 보여야 하는데....

남장대지능선길. 늘 평화롭고 한가하고 편하다.

건너편 주능선 안부에 대성문이 겨우 보인다.

남장대지에서 보이는 의상능선의 나월봉

의상능선을 배경으로....

상원봉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삼각산인데 구름이....

이제는 715봉으로 더 많이 불리는 상원봉의 이정표

오늘의 목적지에 닿았다.

40분 이상을 문수봉에서 있는 동안 구름의 변화가 심했다. 지금은 비봉 방향이 구름에 덮였다.

보현봉도 구름에 잠겼다.

잠시 후 구름이 걷혀 비봉이 희미하게 보였다.

문수봉

드디어 김정도 회장이 올라왔다.

알탕을 하던 커다란 소

소 앞에서 김 회장이 탁족을 했다.

다 내려 왔다. 아침과 구름 상태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