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2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22. 7. 3. 07:56

오늘 산에서 땀으로 목욕한 후  알탕하고 내려오며 다시 땀으로 목욕하고 집에 와 찬물에 샤워하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 꺼내 마시고 나니 세상이 좋아 보인다. 
 
장마기간 한 가운데인데 날이 맑다. 주말에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 6월은 참 찜찜한 달이었다. 사람들은 대표 선택 시 좀 더 신중해야 될 일이다. 몸 상태는 아직 열흘 후에나 최종 결과를 받을 예정이니 마음이 계속 무겁다. 게다가 주식시장은 바닥도 모자라 지하, 지옥을 계속 파고 있다. 자살하는 이들이 나오면 반등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 모두 세상의 나쁜 정치인들 때문이다. 로스케, 양키, 뛔, 쪽발 게다가 못나고 멍청한 대통들까지. 
 
전날 통화하며 시간 되면 보국문에서 보기로 했던 눈비돌이 다리가 낫지 않아 산에 올 수 없단다. 혼자 내려오게 되었다. 
 
지난주엔 청와대 뒷산 옆의 학교를 6년 간 다녔음에도 가보지 못하고 동상 청소만 했던 억울함과 궁금함 때문에 개방된 백악산의 남사면을 친구와 같이 올랐었다. 아, 그날도 장마 중인데 비가 안 왔구나.
한 주를 비운 사이 산이 어찌 변했을까? 지난주에 북악 줄기에서 바라봤을 땐 구름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었는데. 
 
평소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와 산에 오니 뭔가 무거운 푸르름이 있다. 이게 뭐지하며 계곡으로 드는 모퉁이를 돌아서니 엄청난 물소리가 귀를 때린다. 계곡을 보니 그리 물이 많지도 않다. 아마도 한동안 듣지 못한 물소리라 더 크게 들렸을 거다. 
 
길가 나무잎 사이로 햇살이 뻗어 내려 얼굴을 간지럽힌다. 실제 얼굴을 간지럽게 하는 건 땀방울이다. 습도도 높고 덥다. 걷는 것 자체가 고욕이다. 그래도 가야지. 그런데 바람은 왜 이리도 불지 않냐? 이미 바지 뒷춤까지 다 젖었다. 
 
역사관 앞에서 보온병에 담아온 얼음에 물을 부어 차갑게 물을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못해 쓰리다.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지는 않다고 한다. 스틱을 펴서 들고 태고사 앞까지 올랐다. 오랫만에 대피소로 가는 길이다. 오늘은 자식들이 집에 오기로 했으니 일찍 내려갈 계획이었다. 게다가 덥고 힘까지 많이 드니 꼭 지킬 생각이 되었다. 
 
장마 중이라 역시 산길이 물에 많이 패였다. 길에 돌이 많이 드러나 걷기 불편하다. 아직 길에 물도 흐른다. 계곡마다, 작은 계곡조차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시원하다. 적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니 개운하다. 땀으로 물에 빠진 모양이 되어도 이 즈음엔 이런 맛에 산을 걷는 거다. 
 
오늘은 쉬는 시간도 많았고 걸음도 늦었다. 어렵게 간 보국문에서 한참을 쉬다가 계곡으로 내려섰다. 보국문에서 내려오는 길은 장마비 때문에 길이 새로 생겼고 멧돼지가 파헤친 구덩이들로 길을 한참 찾아 내려와야 했다. 그늘진 내리막, 파헤쳐진 길, 보이지 않는, 게다가 푹푹 빠지기 조차 하는 길을 내려왔다. 
 
지금 손주들이 왔다. 나중에 다시....  (17:20) 
 
식구들이 저녁을 먹는 사이 막걸리를 한 병 마셨더니 알딸딸하다. 
 
보국문에서 내려와서 만나는 대남문으로 향하는 큰 길은 바닥에 큰 돌이 깔려 있어 장마비의 영향이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어서 큰 비와 바람이 다녀갔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개울바닥이 깨끗해져서 좋다. 알탕을 하는 입장에선 바닥에 쌓인 낙엽까지 치워주니 장마에 내리는 큰 비가 무척 고맙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계곡에 사람들이 많이 들었다. 나도 지치고 땀이 너무 많이 흘러 물속으로 들어가고픈 생각뿐이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자주 들르던 웅덩이를 가니 미리와서 알탕을 하는 이들이 있다. 나보고 더운데 들어오라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들어갈 것이었으니 반갑게 대답한 후 등산화를 벗어 놓고 물속으로.... 
 
참 시원하다. 아니 온 몸이 시리다. 너무 차가워 온몸이 떨린다. 물속에 일 분을 있을 수가 없다.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갔지만 오래 견디지 못하겠다. 밖으로 나와 샌드위치와 참외로 점심을 먹고 옷을 말리는 중 또 다른 분이 찾아든다. 이자리가 엄청 좋은 것을 아는 이들이 늘어나니 예전처럼 아무 때나 가도 자리를 얻기는 힘들어졌다.
졸립다.(21:07) 
 
알탕을 하고 상쾌하게 내려오는 길이 좋다. 그런데 금방 더워서 땀이 또 온몸을 적신다. 오늘 같이 짧게 걷고 내려오면 다 내려올 때까지 힘이 남아야 하는데 습하고 더워서 그런지 기운이 빠졌다.
산을 다 내려왔으니 간단하게 시원한 막걸리 한 잔하고 갔으면좋겠다. 그러나 식구들이 집에 곧 올 거라고 하는데 아내도 출근해 집이 비었으니 서둘러 가야겠다.

 

 

계곡 중간의 징검다리

자주 들려서 쉬며 발도 닦고 하던 곳. 알탕하기 좋은 곳. 여기도 이젠 많이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수구문 자리에서 본 원효봉. 계곡에 물이 많아졌다.

장마철이라 계곡이 물이 넘쳐 흐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데....

계곡폭포에도 물이 넘치고....

중성문 아래 계곡이 무성한 나뭇잎으로 많이 가려졌다.

늘 물위에 드러나 있던 너른 바위가 장마에 끝자락이 잠겼다.

대피소에 힘들게 도착했다. 몸도 말리고 기운도 되찾으려 여기서 20분 정도를 쉬어야 했다. 다행이 모기가 덤비지는 않았다.

동장대 앞에서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윗부분만 간신히 보인다.

대동문. 금줄이 치워지니 보기도 좋고 쉴 곳도 많아져 앞 광장이 등산객들의 쉼터가 되었다.

모처럼 서울시내가 환하게 보였다. 장마 덕이다.

오늘 다다른 가장 높은 곳에서 기념사진 한 장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직전.

알탕하기 좋은 장소 위로 피서객들이 많다.

중성문 위 노적사로 가는 길가 계곡에도 물이 넘쳤다.

역사관 앞

습하고 무더운 장마 중에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