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30 보국문 - 대피소

PAROM 2022. 7. 31. 08:26

이제 내려와 쉬고 있는데 너무 덥고 힘들어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오늘 산에서 보자고 했던 산친구가 일을 한다는 바람에 간만에 혼자 전에 걷던 길을 짧게 걸었다.
이제 장마가 지나갔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습하고 더워 산길을 걷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게다가 햇볕까지 쨍쨍 내리쬐니 바람마저 불지 않았으면.... 에휴~~ 거의 죽음이었을 거다. 
 
2주 전에 산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간 여파가 아직도 남아 나는 이제 산에서는 금주란다. 그러면서 새벽에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고 수박도 썰어서 한 그릇 넣어 놓았다. 난 얼음만 보온병에 챙기면 됐다. 그러면서 와중에 칭따오 하나를 넣었다. 계곡물에 몸과 같이 담그려고.... 
 
아내는 함께 집을 나서는 것이 좋은가 보다. 비슷하게 나오게 되면 늘 먼저 서둘러 현관문을 잡고 있다. 오늘도 너무 더워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겠다며 같이 나왔다. 며칠 전까지는 6키로 정도의 거리를 운동 삼아 걸어서 출퇴근했었다. 아내는 버스정거장에서 멈췄고 나는 탄현역에서 늘 타던 시간에 늘 타는 칸에 타서 토요일이면 보는 사람들을 보며 산으로 왔다.  
 
덥고 휴가철이라 그런지 산으로 오는 버스에 승객이 많지 않다. 산으로 들어오는데도 평소보다 반 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매일이 휴가지만 아내가 출근하고 자식들이 손주를 다 키우지 않는 한 진정한 휴가는 없다. 지금 한창 여행다녀야 할 나이에 이게 뭐냐? 
 
탐방지원쎈터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서니 물소리와 함께 바람에 물방울이 실려와 땀을 식힌다. 새들과 매미는 휴가를 못 가서 그러는지 죽어라 울부짖고 있다. 시끄럽지만 왠간한 노래 보다는 낫다. 이럴때는 이어폰을 찾지 않는 것이 옳다. 걷다보니 순식간에 땀이 흐른다. 그리고 서암사에 닿기도 전에 호흡이 가빠진다. 나도 이젠 낡았나 보다. 
 
물소리가 덜 우렁차다 느꼈는데 역시 계곡폭포를 보니 수량이 확 줄었고 물이끼가 끼어 시커멓게 변했다. 그걸 보니 더 더워진다.더 많은 땀을 흘리며 천삼백 걸음을 세고 역사관 앞에 닿았다. 물 마시고 이어폰 꺼내고 옆 산객 보고 하다보니 계곡을 오르며 앞지른 이들이 다 지나간다.  
 
웃옷이 거의 말랐으니 일어섰다. 그래도 다리 힘은 덜 돌아 왔다. 스틱을 펼 걸 그랬나 싶다. 귀찮아 뒷짐을 지고 비탈길들을 올랐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스틱을 쓰는 것이 바람직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계곡접근금지가 풀린 법륜사부터 물가에 사람들이 점점이 박혔다. 나도 그냥 그렇게 묻히고 싶었다.
중성문을 오르는데 분위기가 싸 하다. 고개를 드니 엄청나게 큰 소나무가 부러져 하나는 길가 숲속에, 하나는 길을 가로질러 머리 위에 높게 걸려있다. 일주일 사이에 뭔일이 있었던 거지? 나는 행곤이와 40년도 훨씬 넘게 만에 카톡방을 열었는데.
지금 시간이면 운 좋게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마르세이유에 간 딸도 하루를 시작했겠다. 아프지 말고 여행하고 와야 되는데.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며 잠시 고민을 한다. 이리로 올라가서 문수봉으로 가? 하지만 발은 제 맘대로 바로 문수봉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땀을 2키로는 흘렸을 거다. 그러니 냅두자. 발도 땀을 많이 흘렸다. 
 
길을 오르며 보니 지난주에 김정도 회장과 걸으며 확인했던 표지판들이 보였다. 5백 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었다는 데 키가 큰 이정표와 백 미터 이상 차이가 나고 갈림길에서 앞뒷 번호가 바뀌니 그 의미를 알아도 초행자들에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보국문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표지판들 사진을 찍는데 뒤에 오던 젊은이가 얼굴이 빨갛게 되어 고민하는 모습이다. 내가 민폐를 끼쳤나 보다. 요즘 산에 오는 젊은이들 때문에 산이 무척  빠르고 신나한다. 아, 산이 아니고 나다.
보국문에 오르면 이후엔 내려가는 길이니 찬천히 오르는데 역시나 힘들어 죽을 맛이다. 겨우 올라 바로 밑에서 보니 나무계단과 금줄이 보국문을 둘렀다. 올라가서 보니 대동문과 함께 성문을 보수한단다. 아직 막지 않은 성문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땀이 마를 때까지 쐬고 대동문으로. 
 
오늘 다다른 가장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데 새파란 한 쌍이 처음 왔다며 봉우리가 어디냐며 길을 묻는다. 어떤 봉우리? 문수봉? 백운대? ㅎㅎㅎ 젊음은 그냥 지르는 것이다. 나도 그랬고. 양쪽을 설명하고 나니까 나를 따라온다. 칼바위 사진을 찍는데 보더니 칼바위로 가고 싶단다. 뭐 바로 앞인데 가라. 젊은데 뭐는 못하냐. 그런데 이 친구들 능선에서 칼바위로 내려가는 길에 겁을 먹었다. 해서 내가 둘이니까 서로 잡아주며 가면 된다고 하고 둘을 그 무서운 길로 보내고 나는 대동문을 향해서 또 다시 땀을 흘렸다. 
 
대동문도 공사 중인 것을 보고 바로 돌계단길로 동장대로 향했고 한적한 단풍나무길을 지나 대피소 지붕아래 배낭을 풀고 자리를 폈는데 바로 깔따구가 덤벼든다. 몇 마리를 쫓아내고 간단하고 빠르게 허기와 목마름을 채웠는데 그새 한 놈이 물고 갔다. 다시 배낭을 추려 내려오는데 길이 지난 장마에 많이 변했다. 그래도 큰 바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길 상태에 비해 비교적 편하게 내려왔다. 
 
대피소 갈림길을 내려와 알탕하는 곳으로 2백 미터 정도 거슬러 올라가 자리에 가니 아무도 없는데 소 위 너른바위에서 중년 남녀 4명이 식사 중이다. 어쩔 수 없이 세수와 등목 만으로 마칠 밖에. 물에서 나와 모기기피제를 뿌렸는데도 서너 곳을 쏘였다. 역시 나는 모기와는.... 
 
족욕을 하면 반 시간 정도는 시원한데 그 시간이 넘으면 같아진다. 바삐 내려오다 용학사 앞에서 도상 54회를 만났다. 약속이 어그러져  혼자 오게 되었단다. 썬그라스를 썼는데도 멀리서 알아봤다. 내 걸음이 특이한가? 서로 반대방향이라 인사 후 바로 헤어져 역사관 앞에서 잠깐 쉬었다가  자연산책로로 내려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쉼터도 구관이 명관인데.... 
 
이제 집으로 간다.
열차에서 보니 소나기가 내렸다.
비 맞지 않고 참 잘 왔다.

 

폭포에 물이 많이 줄었고 물이끼에 바위가 검게 변했다.

역사관 앞. 오느라 힘이 들어서 꼭 쉬어 가는 장소다.

중성문 오르는 길이 훤해졌다 느꼈는데 머리 위의 큰 소나무가 아래 사진과 같이 쓰러졌다.

중성문 아래 길 위에 쓰러진 큰 소나무

산영루

중흥사 가는 길

보국문 갈림길 이정표 바로 위에 길번호 표지가 있다.

보국문으로 오르는 숲길에 나무잎 사이로 볕이 스며들었다.

보국문을 수리하려고 성곽을 넘는계단이 놓였고 줄이 둘려졌다. 막히기 전에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실컷 즐겼다.

보국문. 처음 산에 왔다는 이들이 찍혔다.

오늘 다다른 가장 높은 곳에서. 모자를 쓰니 너무 더워서 벗었다.

칼바위 앞으로 서울이 보이고 형제봉은 나뭇잎에 가렸다.

공사 준비 중인 대동문

동장대가 맑은 하늘을 이고 있다.

동장대전망대에서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위만 보인다.

대피소에 닿았다. 이제 내려가면 된다.

대피소 앞 광장의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대피소 가는 길 계곡의 징검다리

머리를 감고 웃옷을 벗어 등목을 한 커다란 소. 온몸을 적시지 못해 아쉬웠다.

역사관 앞. 다들 그늘에 들었다.

다 내려왔다. 이런 하늘이 얼마 뒤에 소나기를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