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몇 번 째 맞는 1월 1일이다. 2018년 아들이 결혼하기 20일 전에 식구들이 넷이 같이 심학산에 올랐었는데 올해 다시 아들과 둘이 심학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맞이했다.
늘 떠오르는 해를 맞으면 각오를 다지고 기원을 한다. 이제 내 가장 큰 관심은 건강이다. 아마도 나이 탓일 것이다. 전엔 대청봉이나 백운대에서 해를 맞으려 했고 동해바다에 떠오르는 해를 맞으려고도 했으나 이젠 좋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그냥 즐기려 한다.
오늘 서울 일출시간이 7:47이란다. 그럼 여기는 조금 더 늦는다. 일출시간 한 시간도 전에 집을 나서 심학산 약천사 아래로 갔는데 주차장들은 이미 꽉 찼다. 돌아 내려와 구석진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약천사 앞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니 길이 무척 미끄럽고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젠을가지고 올 걸 하고 후회하면 뭐 하나.
능선에 오르지도 못했는데 숨이 찬다. 게다가 미끄러워 더 힘이 든다. 아들은 잘도 오른다. 어제도 산에서 쳐졌는데 또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한참을 걸어 꼭대기 정자에 닿으니 한 걸음 딛을 틈도 없다. 해를 맞이하기 좋은 곳들은 이미 다 점령되어 비집고 들어 갈 수 없다. 낭떠러지 바위끝자락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해가 뜨려면 아직 30분도 더 남았는데 발가락이 시려 온다.
일출시간이 가까워지자 멀리 동쪽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 자리가 불안해 다른 곳을 찾아 옮기고 잠시 후 금빛이 눈꼽만큼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커졌다. 참 오랫만에 보는 일출이다. 난 가족과 친구들 모두가 건강하길 기원했다. 해가 모두 나오고 내려오는 길이 역시나 미끄럽다. 다음에는 아이젠과 랜턴을 꼭 가지고 와야겠다. 미끄러운 비탈을 빙 돌아 힘들게 내려왔다. 약천사 아래 주차장 한구석의 포장마차에서 나는 어묵향이 몸을 이끈다. 뜨끈한 국물에 차갑던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올해도 모두들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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