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25 보국문 - 대피소

PAROM 2022. 12. 26. 16:05

오늘도 춥다. 그래도 어제 보다는 덜 춥고 정오가 지나니 따스해진 느낌이다.
금요일에 안양에서 가족모임이 있었어서 한 잔 마시고 처형댁에서 자고 집에 오는 바람에 일요일인 오늘 산에 왔다. 오늘 했어야 하는 일들은 어제 했다. 내일 새벽 운동에 지장이 없게 조금만 걷자고 어제부터 생각을 했다. 월요일에 너무 힘들면 일주일 내내 피곤해서다. 
 
어제 안양에서 오자마자 아내는 바로 출근을 했고 나는 숙취가 남아 한숨을 자고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마트에서 싸게 파는 것들이 있어 퇴근하는 아내를 길에서 만나 차에 태우고 장을 보고 오니 아내는 무척 힘들었을텐데도 저녁을 먹고 난 후에 사온 배추로 걷절이까지 담았다. 그러면서 내일 산에 갈거냐고 한다. 물론 '네'다. 아내는 오랫만에 내일은 쉰단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도 일찍 일어나 밥을 한다. 내가 해 먹고 가도 되는데.... 샌드위치를 만드냐고 묻기에 그냥 컵라면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사실 오늘 아침기온이 영하 14도였다. 이 정도 추운 날이면 산에선 앉기조차 싫다. 당연히 빵도 라면도 먹기 싫다. 걸으며 쵸코렛이나 먹고 내려오는 것이 낫다. 근데 새벽에 일어나 챙겨주는 것을 마다할 수도 없다. 
 
이맘 때가 낮이 년중 가장 짧은 날들이다. 6시도 어둡다. 어두우니 행동도 늦어졌나 보다. 또 늦게 집을 나섰다. 탄현역에서 8시 6분에 출발하는 차를 탔다. 자리가 많다. 기분이 좋다. 구파발역에서 바로 떠나는 주말버스를 놓치고 송추 가는 시내버스를 타니 한 없이 더디게 간다. 그러던말던 며칠전에 많이 내린 눈이 궁금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도로 양쪽 길 중 볕을 많이 받는 점포들이 있는 쪽만 길이 녹았다. 그쪽 길로 건너가 산으로 들어갔다. 
 
뽁, 뽁, 뽀복, 뽀보복....
계곡으로 들어가니 길에 눈이 꽤 덮였다. 사람이 많이 밟은 눈은 짧게, 덜 밟은 눈은 몇 번에 걸쳐 밟히는 소리를 낸다. 참 재미 있다.
계곡길에 내리막길이 두세 곳 되는데 한 번씩 미끄러져 땅을 짚을 뻔했다. 아이젠을 신었어야 했는데 귀찮아 역사관 앞에 가서 신기로 한 탓이다.
웃옷을 셋이나 입었더니 등에 땀이 많이 났다. 역사관 앞에서 웃옷들 중 커버트가디건을 벗어 배낭에 넣고 아이젠을 꺼내 신고 썬그라스를 끼고 이어폰도 신었다. 이제 겨울산 걸을 준비 끝이다. 
 
아이젠을 신으니 미끄러지지 않아 좋긴한데 힘이 많이 든다. 오를땐 될 수록 위에 가서 아이젠을 신어야 힘이 덜 든다. 산길은 완전히 눈으로 덮였고 대피소갈림길을 지나니 양지쪽 사면에도 눈이 있다. 산아래엔  양지쪽은 눈이 없었는데.... 추운날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나야 호젓하게 걸으니 좋기만 하다. 이어폰배터리가 금방 방전이 되었다. 이 팬톤은 이제 쓸 수 없을 것 같다. 
 
한적한 길을 힘들게 걸어 보국문으로 향했다. 눈에 덮였어도 지난 비에 흘러내린 돌들로 길이 참 험하다. 몇 년을 지나야 편한 길이 될 것 같다. 보국문에서 대성문 쪽으로 갈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대동문으로 틀었다. 오늘은 몸풀기만 하면 된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추워서 그런지 주능선 위에서도 사람 구경이 어렵다. 빈 길을 걷는다. 너무 조용해서 음악을 틀고 흥얼거리며 걸었다. 더 좋다.
계곡과 능선에서 지난주 처럼 바람이 불 줄 알고 켑자켓을 벗지 않았는데 바람이 전혀 없다. 땀에 옷들이 젖는다. 
 
텅 빈 길을 걸어 대피소에 닿으니 쉬는 이들이 있다. 따스한 볕을 쬐며 앉아 따뜻한 컵라면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 먹고 바로 하산을 했다. 눈 덮인 찬 바닥에 앉느니 차라리 내려가서 쉬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쵸코렛만 두 개 연달아 깨먹고 다시 배낭을 짊어졌다.
아이젠을 벗으면 잠시 동안은 신은 것으로 착각해 미끄러지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역사관을 지나 찻길로 내려오다가 자연관찰로로 내려섰는데 나무계단이 얼음으로 덮였다. 역시 또 넘어져야지 나답지.
오늘은 일찍 집으로 간다. 아내가 보쌈을 해놓겠다고 했다. 어제 굴도 샀으니 굴보쌈이다.
어서 가자!

 

계곡폭포가 거의 얼었다.

중성문 위 노적교로 가는 길

산영루

산 위쪽은 눈밭이었다.

계곡 상류의 물 건너는 곳

보국문으로 오르는 길도 눈밭이다.

보국문 위 저 멀리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인다.

이날은 눈 때문에 썬그라스를 거의 벗지 않았다.

보국문으로 내려가는 길도 눈으로 덮였다.

칼바위 앞 전경

공사 중인 대동문

대동문 위 제단과 그 성곽 너머 동장대와 삼각산

동장대

동장대 앞의 전망대에서 보이는 문수봉

바람에 쓸려온 눈이 무릎을 넘겼다.

대피소로 가는 편안한 길

대피소

대피소 마당도 눈밭이다.

봉성암 갈림길 계곡. 돌다리 하나가 얼음에 덮였다.

역사관

다 내려왔다.